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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2. FRI

SCODE #21

폰섹스할 때, 이러지마

남자와 여자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하지만, 여자가 원하는 폰섹스는 이런 거거든



“지금 뭐 입고 있어?”
늦은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통화를 나누던 중 남자들이 저렇게 묻곤 한다. 좀 전까지 둘이서 나누던 대화의 분위기나 조금 더 무게를 잡고 낮게 깐 목소리로 내뱉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목이 늘어나고 쨍 하던 색도 빠지기 시작한 면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수면양말까지 신고 숙면을 취할 준비가 끝났다고 솔직하게 말해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성적 욕망이 되는 순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자기가 벗어놓고 간 티셔츠에 레이스 팬티’만’ 입고 있어. 자기 체취가 남아 있어서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아.”


성욕이 들끓는 것. 이것은 남자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여자들도 멀리 떨어진 상대의 품과 나를 끌어안고 나를 꽉 채워주던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 있다. 마음은 이미 상대에게 달려가지만 몸은 그럴 수 없는 거리에 있을 때 몸이 달아오른다. 그럴 때 혼자서 강렬하고 짧게 해치우듯 몸의 긴장감을 해소시키기도 하지만, 나를 욕망하는 상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고조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애달픈 마음과 몸이 색다른 야함을 시도하게 만든다. 다만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나를 떠올리면 될 텐데, 시각적 동물이라는 남자들의 시각적 상상력은 대체로 빈곤한 탓인지 내 입으로 지금 내 모습과 상태를 말해주길 바라곤 했다. 그게 좀 귀찮은 부분이랄까? 어떤 차림새로 있든 내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순간에도 상대를 자극시키는 ‘패션’에 대해서 묘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다. 그가 본 적 있는 차림새라면 훨씬 더 상상하기 쉽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벗기는 게 아니라 찢어버리고 싶어했지만, 비싼 거라고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그 레이스 팬티 말야.” 둘 사이에 역사가 있으면 더욱더 음란해지는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다. “자기 목소리 들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니까 티셔츠 위로 단단해진 유두가 도드라지잖아.” 쐐기를 박듯 몸의 변화까지 언급을 하면 상대는 달아오르기 마련이고 이런 식으로 여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동조해주면 수월하게 좀 더 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여기서! 깨는 남자들이 있다. 여자의 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폰 섹스의 용도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미숙한 남자들. (뭐 처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이해해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잘못된 콘텐츠로 배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에 상기되던 마음이 싸하게 식어간다.) 폰섹스를 하며 마스터베이션을 할 정도의 여자라면 자기 몸의 스위치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손쉽고 재빠르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속도를 맞추는 것뿐이다. 도입부에 빈약한 시각적 이미지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 정도면 충분한데 통화를 이어나가는 내내 어딜 만지고 있는지 물어보거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계속해서 말을 시키거나, 지금부터 자신이 할 행동들을 설명하는 남자들이 있다. 남자가 시키는 대로 몸을 어루만져보았자 자극 포인트도 아니고 흥분의 속도마저 급격히 감소할 뿐이다. 남자들은 실제로 섹스 하는 것처럼 묘사를 하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지루하고 귀찮은 과정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문학적 소양이 두텁고, 스토리텔링에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그때만큼은 말이 아니라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만나서 실체를 어루만지는 것이 가장 최상이겠지만, 차선책으로 폰섹스를 택한 것이다. 진짜 섹스에 비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각자 몸을 어루만지면서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는 서로의 신음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로의 몸은 알아서 흥분시킨다. 하지만 그 흥분이 너로 인해 유발된 것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여전히 서로를 욕망하고 몸이 반응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과정으로서 폰섹스를 나누는 것이다. 남자들이 어줍잖게 리드를 해보겠다고 헛발질을 할 때면 잠시 조용히 시킨다. 내가 몸을 어루만질 때의 호흡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 소리에 응답하길 유도하고 집중할 때 어떤 야한 말들을 주고 받는 것보다 더 만족할 만한 폰 섹스가 될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사랑, 스무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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