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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FRI

SCODE #14

남자와 여자의 다른 사정

남자는 사정하지만, 여자는 만족 못하는 사정에 대해서


둘이서 뭔가를 한다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 둘이서 하는 일인 섹스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섹스를 하기 쉽지 않은 이유, 한 사람과 끝내주는 섹스를 했다고 해서 그 다음에도 똑같이 만족하긴 어려운 게 섹스인지라, 욕망하는 것만큼 쾌감을 얻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더 애가 타고 다음, 또 그 다음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부족한 남자들은 자극에 너무 약해. 아직 스커트도 다 걷어 올리지 않았는데 본인 혼자 흥분해서 사정해버리고 말야.”


남자가 자신의 흔적을 쏟아낸 새틴 스커트를 세탁소에 맡기고 온 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새로 사서 기분 좋게 처음 입고 나간 날에 생긴 헤프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또 금새 충전이 되더라구.”


생각지도 못한 빠른 사정에 남자들도 당황하곤 한다. 분명 자기 몸이지만 뜻대로는 되지 않는 녀석을 달고 있어 곤욕스러울 것이다. 민망해서 ‘평소에는 이러지 않는데’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 그런 변명은 안 하는 게 낫다. 차라리 류의 말대로 만회할 두 번째 기회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는 게 ‘아, 저 사람이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데 오늘 유독 긴장한 거였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만들어준다.


안타깝게도 그날 만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섹스란 의외로 단지 충동과 욕망만 가지고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혈기가 왕성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이십 대 중후 반만 되어도 남자들 역시 섹스가 ‘교류’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다. 여자의 몸을 남자가 만족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걸 알게 된 남자들은 새롭고 낯선 몸 앞에서 거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뭣 모르는 어린 시절엔 섹스를 하며 여자의 몸을 탐하는 일이라 생각했겠지만 여자 역시 섹스를 통해 남자의 능력을 간파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연인 사이도 아니고 섹스 한 번 해보고 이 관계를 어떻게 진척시켜 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려는 여자 앞에서는 긴장해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여자는 문명인답게 예의를 지키며 오늘만 날도 아니고 괜찮다고 말하겠지만, 못 견뎌서 빨리 사정해버린 것도 아니고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했던 상대에게 다음 기회를 주고 싶어질지는 의문이다.


이럴 때 나는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여자들도 섹스를 하기 전에 긴장되고 걱정을 하듯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낯선 몸이 부딪히는 순간에 얼어붙어 제대로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는 오히려 귀엽게 봐주라고 말한다. 보통은 두 번째 할 때 본 실력이 나온다. 그때도 똑같고, 겨우겨우 해봤는데 별로였다면 그때 내쳐도 늦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하는 남자들은 오히려 그 처음이 그의 베스트일 때가 많다. 나라는 존재에 흥분되는 게 아니라 낯선 여자에 반응하는 몸뚱어리라고 해야 할까? 관계성이 쌓이지 않아야 발정이 날 수 있는 그런 것. 그래서 처음에 뜻대로 안 돼서 곤란해하는 남자에게 짜증은 날 순 있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남자의 성욕은 여러모로 과장되어 있기 때문에 남자에게도 자승자박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자라고 상황만 갖춰지면 언제나 섹스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 감정적 교류도 필요로 하다. 오히려 여자보다 더 섬세한 케어를 원하는 예민한 생물체라 피곤하기까지하다. 남자다움을 인정해주고 동시에 오구오구 우쭈쭈해 주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보다 경험 많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이 ‘어디 한 번 실력 발휘 해봐’라고 한다면 오히려 쪼그라들어버리기 쉬운 게 남자라서,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남자들의 사정을 여자들이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내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그렇게도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성욕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문제는 그렇게 한쪽의 사정만 봐줘서는 절대 좋은 섹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자를 만족시켜주는 게 나의 만족이라고 그럴 듯하게 말은 하지만 정작 여자를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는 모른 채 여자들의 정성스러운 페이크 오르가슴에 얄팍한 위안을 받고 뿌듯한 자의식만 형성한다. 남자들이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 허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제 남자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남자의 사정을 위해서 여자들이 얼마나 희생하는 섹스를 해온 건지.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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