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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THU

SCODE #10

섹스가 뭐죠

섹스로 사랑이 증명될까?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에서 섹스가 다른 어떤 검색어보다 압도적으로 이용 빈도가 높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누드, 포르노, 에로틱, 동성애 등 섹스와 관련된 단어들도 뒤이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이토록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섹스. 그런데 과연 섹스가 대체 뭔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 사람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남자친구가 졸라서 어영부영 첫 섹스를 해버리고만 혜진은 해보기 전에는 섹스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언제 섹스를 하고 싶다거나, 어떤 섹스를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저 막연하고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섹스를 하고 나면 자신의 세계가 엄청나게 변해버릴 것 같고, 어른이 된다거나 진짜 여자가 된다거나 하는 대단한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는 기대 같은 것도 있었다고 했다. 생각과는 달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이토록 별 거 아닌 일에 그토록 많은 기대와 두려움을 가졌던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한테 이끌려서 해버린 일이라 피임에 대해서 미처 얘기하지 못했어요. 그땐 분위기상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섹스를 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건 지금도 후회해요. 왜 콘돔은 챙겼냐고 물어보지 못했을까요? 나는 처음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런 걸 물으면 상대가 오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결국 상대가 알아서 콘돔을 꼈는지 어땠는지 신경 쓸 경황도 없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고 휩쓸려버렸죠. 그러고 나서 더 큰 걱정, 임신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덜컥 무서워진 거죠. 그렇게 불안해 할 거였으면 하기 전에 물어봤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땐 너무 몰랐던 거죠.”
정규 교육 과정에서 성교육을 받긴 한다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현실과는 다르게 청소년기의 섹스를 금기시하고 섹스는 마치 어른의 일인 것처럼 가르친다. 충동적으로 쉽게 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성적 호기심이 강하고 충동이 몸의 반응으로 즉각 나타나고 그 욕구를 타인에게 강요하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남자들에게 섹스의 무게를 가르치기 보다는 여자들에게 겁을 주는 쪽으로 성교육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섹스가 무엇인지, 여자가 느끼는 섹스의 욕구란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고 준비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보단 여자의 몸을 단속하고 통제하는 방향이다보니 섹스를 하고 나서 죄책감을 느끼는 여자들도 많다.


빨리 첫 섹스를 해치우고 싶었다는 미영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생활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잖아요. 섹스가 마치 볼드모트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그 금기를 빨리 깨고 싶었어요. 섹스라는 게 은밀하거나 부끄러운 일처럼 여겨지는 게 싫었어요. 게다가 마치 섹스란 남자들이 주도하는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조도 갑갑했구요.”
진취적이고 용감한 미영이었지만 미영이 살고 있는 현실은 그녀에게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여자가 섹스에 대해서 말하고 욕구를 드러내면 남자들은 자신과 다른 성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그들에게 미영은 고작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었다. 미영을 밝히는 여자라고 여기고 섹스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호기심이 들 순 있죠. 우린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모르니까 궁금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제게 ‘넌 다른 여자들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라고 말한단 말이죠. 그게 날 치켜세워주는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칭찬도 뭣도 아니죠. 그 사람이 여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이었어요. 그런 말의 속뜻도 너무 뻔하죠. 해석할 것도 없이 넌 다른 여자들보다 성적으로 개방적이니 자기랑도 뭘 해보자는 거죠. 남자들은 개방적이라는 걸 자신에게 쉽게 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오히려 나처럼 섹스와 자기 욕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 여자들은 남자들의 경박하고 입에 발린 칭찬 따위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미영은 오히려 남자들에게 섹스란 대체 뭘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며 왜 그렇게 섹스에 연연하며 섹스로 보잘것없는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섹스로 증명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특히 사랑의 증거라거나 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섹스를 하기도 하겠지만 미영에게 연애나 사랑이나 섹스는 모두 별개의 일이라며 그렇기에 섹스의 본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섹스, 그건 유성생식의 방법이다. 결국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생물이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인 생식이 바로 섹스이다. 이 말은 곧 섹스하면서 피임하지 않으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기에 섹스에 대해 고민을 할 때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피임이다.
섹스를 이야기할 때 피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잔소리처럼 들려도 어쩔 수 없다. 피임은 100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미혼모에 대한 지원 사업도 너무나 미미할뿐더러 사회적 편견도 공고하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지나칠 정도로 피임에 무심하고 툭하면 콘돔 없이 섹스를 하려고 시도한다. 그렇기에 피임에 대한 철저하고 타협 없는 태도를 가지고 자신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적 남자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지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섹스의 본래 목적을 잊지 말 것! 섹스가 뭔지 복잡한 고민을 하기 전에 반드시 No Sex No Condom만큼은 고수할 것!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클로저> 스틸컷
디자인 황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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