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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FRI

SCODE #9

첫 경험, 공감하나요?

하나 둘, 다시 떠올려보는 첫 경험


소심하지만 다정한 혜진에게 첫 섹스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해버린 것이었다. 대학 입학하고 스무 살 성년식 날 분위기에 취해 사귀게 된 복학생 오빠는 조바심이 난 듯 성급했다. 혜진은 두렵고 조심스러웠지만 연애를 시작했으니 서로의 몸이 닿아 생기는 일을 계속 거부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리석었죠. 그때는 마치 상대가 내게 맡겨 놓을 걸 찾으러 온 사람처럼 집요하게 요구하니 그걸 들어주지 않는 내가 모질고 나쁘게 느껴졌었죠. 날 사랑한다면서 왜 내가 겁을 내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그 마음을 안심시켜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건 상대방이었는데 말이죠. 그땐 남자친구가 너무 간절히 원하고 틈만 나면 시도를 하니까 원래 다들 그렇게 하나보다 했던 거죠.”

그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에 맞춰 해버린 섹스는 혜진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좋진 않았어요. ’이런 게 섹스야?’ 싶었죠. 상대가 나를 원해서 이걸 한 게 아니라, 단지 섹스가 하고 싶었구나, 섹스를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거구나 싶었어요. 전 처음이잖아요. 뭐가 뭔지 모르는데 그 와중에도 그 사실은 알겠더라구요. 저 사람이 자기 쾌감에만 심취해 있구나. 함께 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제게 첫 섹스는 실패였죠.”

많은 여자들이 혜진처럼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창 발정기를 겪고 있는 남자친구의 요구를 들어주다 첫 섹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영의 사례는 조금 달랐다. 호기심이 많고 호탕한 성격을 가진 미영은 첫 섹스를 빨리 해버리고 싶은 과제처럼 느꼈다. 그래서 첫 섹스의 상대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연애를 몇 번 해본 적 있는 남자 중에서 한 명을 골랐다. 자신의 몸이지만 섹스를 할 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니까 실패를 맛보지 않으려면 경험이 있는 남자를 고르는 게 현명한 것 같았다.

‘아, 이런 거구나. 생각보다 별 거 없네.’ 섹스를 하면서 미영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받았다. 섹스를 상상으로 할 때 느껴지는 그런 야한 것이 아니었다. 색다른 감각이 자극되고 분명 평소와는 다른 자신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게 일탈적인 게 아니라, 섹스란 사람과 부딪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방법처럼 느껴졌다.
“나를 안은 남자의 팔이, 내 몸을 누르는 무게가 생생하게 느껴지잖아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내 몸으로 느끼는 행위이고.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다음엔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해보고 싶어요. 물론 빨리 해치울 수 있어서 좋긴 했어요. 섹스란 뭘까? 어떤 느낌일까? 하고 나면 뭐가 달라질까? 하는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쓸데없는 물음표에 휩싸여 살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주희는 떠올릴 첫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아직까지 해보고 싶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야한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19금 콘텐츠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론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섹스를 책으로 잘 배워둔 상태였다. 다만 실제 남자들에게 색욕을 느낀다거나, 그런 충동이 들었을 때 행동으로 옮길 정도로 성적 충동이 강렬하게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할수록 주희는 첫 섹스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섹스라는 거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마음을 먹다 보니 섹스를 해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섹스를 하고 나서 섹스란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는 걸 느끼고 싶은데, 섹스를 잘 할 것 같은 남자들은 섹스를 한 번 하고 나면 쌩 하고 찬 바람이 풀어버릴 것 같고, 지고지순해 보이는 남자들은 왠지 고리타분하게 섹스를 할 것 같은 거죠.”



주희는 섹스를 이끌어내고 주도하는 건 남자들이 해야 하는 일로 생각했다. 섹스가 두 사람이 합의하고 만들어나가는 일이라는 인식보단 상대가 정돈을 해 놓은 상태에 자신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길 바라고 있었다. 본인도 처음이라 어설프기 마련일 텐데 첫 섹스가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정작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누군가에게 실패로 남은 나쁜 경험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시작도 하기 힘든 거대한 환상으로 남겨지는 첫 섹스. 첫, 처음. 설레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그 단어에 ‘섹스’라는 단어가 붙으면 여자들은 함께 섹스를 하게 될 이성의 상대보다는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경험할 ‘처음’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이 필요가 있다. 주변의 압박 때문에 휩쓸리듯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원할 때 하면 되는 것이지 주저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기다려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내키지 않는데 상대가 원하니까 맞춰준다 해서 결코 좋을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도전을 해봐도 좋을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처음이라는 것은 실패할 수도 혹은 생각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타고난 사람처럼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 너무 걱정할 필요도 너무 기대할 필요도 없이 해보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 바로 처음이니까.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500일의 썸머> 스틸 이미지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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