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라이프 > 데이트 가이드

2018.07.09. MON

SCODE #7

구남친이 톡을 보내왔다

자꾸 오는 구남친의 연락에 흔들린다면


A는 허영심이 충족된 표정으로 우리들 앞에서 B의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아직 날 못 잊은 것 같아.”

석 달 전에 헤어진 구남친 B에게서 온 연락을 화제로 꺼낸 A는 적장의 목을 따고 돌아온 영웅처럼 의기양양했다. 새벽 두 시에 B가 보낸 “자니?” 라는 창의성도, 성의도 없는 뻔한 메시지를 무시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집 앞까지 와서 연락을 했더라구. 한 번 떠 보려고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이잖아.”

그렇게 B를 집안으로 들인 A는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서로가 잘 아는 눈빛과 동작의 신호가 오고 가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을 섞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말 그대로더라. 나를 쓰다듬던 부드러운 손길, 나를 바라보는 다정한 눈빛, 나를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 우리 둘이 사랑할 때랑 전혀 다르지 않더라구.”

하룻밤이 목적이었다고 한들 그래도 한 때 연인이었던 여자와 침대를 뒹굴면서 ‘사정이나 하면 그만’이란 식으로 해버리는 남자라면 이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타는 쓰레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할 놈이지.

B와 다시 연인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A를 보니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마저도 감쪽같이 속일 줄 아는 A의 정신 승리를 목격한 것이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 지 그 자리의 친구들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나 봐.”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대사를 들어버렸다. 옛 연인을 여전히 사랑하고 잊지 못하고 있는 남자라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B가 진심으로 A와 다시금 잘해볼 마음이 있었다면, 집 앞에 찾아올 만큼 보고 싶었다면 술에 취한 새벽 두 시가 아니라 정신이 말짱한 오후 두 시에 방문했을 것이다.

“걱정 마, 나는 다시 시작할 마음도 없고 걔가 그런 마음이라고 한들 흔들리지 않으니까.”

꼭 그렇게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듯 우리에게 선언한 A였다. 헤어지고 나서도 남자가 먼저 잊을 수 없는 여자가 된 양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거라고 결론을 짓기로 했다. 첫 연애, 첫 이별, 게다가 첫 재회도 아니었으니까. 헤어진 남자친구가 새벽에 연락을 해오는 이유를 A가 모를 리 없었다.


구남친 B가 연락한 이유는 뻔했다. 짝을 잃고 혼자가 된 남자가 술을 마시다 새벽에 강렬한 육욕을 충동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누구와 밤을 보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 마구 실패한 뒤 최종적으로 몸을 섞은 적이 있는 관계니까 좀 더 수월한 상대라고 생각한 A를 찾은 것이다. 방구석에서 메시지나 날리며 찌질하게 찔러보는 것보다 집 앞에 찾아온 행동파였다는 것은 발정의 정도 차이일 뿐 그런 행동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헤어지고 나서 칼 같이 관계를 자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한쪽의 배신으로 끝나버린 관계도 아니고 좋게 좋게 협의해서 헤어진 관계라면 친구처럼 지내자 해놓고 어영부영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어느 한 쪽이 단호해지지 않는다면 관계를 끝내기 어렵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게 아닌 상태에서 과거의 상대가 유혹해 온다면 휩쓸려버리기도 한다. 서로 사랑했던 기억을 복기해보고 싶어진다. 서로의 마음만큼 특히 몸도 잘 맞았던 사이였다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된다. 여자 역시 성욕이 있고, 연애가 끝난 뒤 안전한 상대와 섹스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면 한 번 자고 싶어서 연락해오는 구남친의 자니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때 여자들이 주의할 점은 냉정한 마음으로 뜨겁게 상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남친이 나를 못 잊어서, 나를 아직 사랑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아마 착각하기도 힘들 것이다. 목적이 달성되고 난 뒤 둘이 느끼게 될 어색함과 불편함에서 이미 사랑은 끝났고 몸정만 남은 상태라는 것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을 것이다. 괜한 기대를 품고 과거의 남자와 새로운 시작을 바라지만 않는다면 사랑이 끝난 상대와 마음 없는 섹스만 해보는 것도 경험치를 쌓는 일이 될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호하게 옛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곤 하니까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그날 밤 굴복을 굴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도 본능에 충실했구나 하면 그만이다.

다만, 과거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진다. 과거에 안주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나의 관계를 끝낸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닫는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힘겹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사실 구남친은 구세계에 내버려두는 게 맞다. 그들이 내게 돌아올 세계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는 하다. 그렇게 단호하게 끝냈을 때 연애는 한 단계 진화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날 자세를 갖추게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아이 필 프리티> 스틸컷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디지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