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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FRI

HOW ARE YOU

나 없으면 죽는다던 그의 근황

헤어지자는 말에 세상이 끝난 것처럼 현실을 부정하던 그들. 지금은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는지. 그들의 반전 현재에 쓴웃음이 났다는 여자들의 이야기


퇴사 후 나 홀로 여행에서 만난 중국인 P. 그간 알고 지낸 중국인 친구들과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선입견을 품고 있던 내가 P와 사랑에 빠졌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국적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낯선 나라에서 처음 본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놀랍고 떨리는 일이었다.


그와 함께 손을 잡고 걷기만 해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매일 설렜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의 마지막 날밤, 그는 이별 앞에 눈물을 떨구며 3달 안에 꼭 한국으로 날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다며 한국에서 꼭 자신의 고백을 받아 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난 약속을 굳게 믿은 채 한국에서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렇게 6개월, 더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자존심을 버리고 P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잘 지내냐고… 3일이 지나 돌아온 답은 ‘Who are You?’. 운명이라며 울기까지 했던 그는 내 이름까지 깨끗하게 잊은 채 다른 대륙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었다. (30세, 학원 강사)




친한 동생의 소개로 뉴욕에서 유학 중이던 C와 장거리 연애를 했다. 우린 주로 영상 통화로 데이트를 대신했고, 서로의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3달간의 방학 시즌뿐이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건 힘들었지만, 졸업 후 뉴욕에서 함께 살며 꿀 같은 결혼 생활을 하자는 그의 약속을 곱씹으며 그리움을 일상의 부분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언젠가부터 그의 연락이 뜸 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당연한 수순처럼 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시차에 맞춰 너랑 연락하고 기다리는 것 때문에 공부가 잘 안 돼. 그리고 너는 잘 사는 것 같은데 내가 너의 삶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우린 여기서 헤어지는 게 아름다울 것 같아.”


그는 모호한 핑계로 일방적인 안녕을 고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해 방학도, 다음해 방학 때도… 하지만 들려온 건 그의 결혼 소식. 그는 지금 학교에서 만난 예쁘고 능력 좋은 여자 동기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32세, 설치미술가)




남자에게 첫사랑은 절대적 존재라고 누가 말했단 말인가? 나도 처음엔 그 진부한 말을 믿었다. Y와 난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이유는 단순한 질투 정도? 그 반복되는 만남에 마침표를 찍던 날,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만 결국 세상을 돌아 우린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만약 그 과정이 귀찮고 싫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시 되돌리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난 매몰차게 그를 떠났다. 더 많은 남자와 더 다양한 사랑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


사실 죄책감이 좀 들긴 했다. 그가 영원히 날 못 잊고 힘들어할까 봐. 그런데 4주 후,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서 발견한 결정적 단서. ‘너라서 행복해’. ‘너’라서 행복하다고? ‘나’라서 행복한 게 아니고? 수소문해서 알아본 결과, 그는 나와 헤어진 지 1주일 후 새로운 여친을 만나 연애 중이었다. 지금이라도 K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 많이 행복해라.” (27세, 은행원)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게 이별했던 우리. 만난 기간과 이별의 아픔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우리가 헤어지는 건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다. 사실 이별을 통보한 건 내 쪽이었는데, 이유는 딱 하나!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도 없으면서 나보다 6살이나 많은 B와 계속 연애만 한다는 게 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는 이별을 부정하며 죽어도 그렇게 못한다고 울며 내 다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내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다고. 3개월 동안 매일 전화해 울던 그와 억지 이별한 지 1년쯤 지났을까, 매일 밤 그가 내 꿈에 나와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내 손에 쥐여 주고 가는 거다. 그게 뭔지 너무 궁금했지만 꿈에선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며 불안함을 안고 다시는 들어가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B의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페북’ 페이지에 떠 있는 건 행복하게 웃고 있는 두 남녀의 사진 그리고 모바일 청첩장. 나에게 그렇게 주려고 노력했던 게 청첩장이었니… (29세, 플로리스트)




3년간 사귄 K는 집착이 강한 타입이었다. 나의 모든 스케줄을 체크했고, 약속이 끝날 무렵이면 항상 날 데리러 왔다. 그의 넘치는 정성이 나에겐 갑갑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K의 최종 목표는 ‘오빠’가 아닌 ‘아빠’가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왜 이렇게 날 못 믿냐고 물을 때면 그는 항상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오빠가 못 믿는 건 네가 아니고 너와 함께 있는 남자들이야.”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헤어지자고 했더니 매달리기와 화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다시 사귈 게 아니면 이 자리에서 함께 죽자고 하더라. 약을 사러 가자며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B의 오버 액션에 덜컥 겁이 났다. 이런 게 바로 데이트 폭력 뭐 그런 건가?


겨우 그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와 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혹시라도 상심한 K가 욱하는 마음에 죽으면 어떡하나 매일 걱정했다. 1년 후,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된 외모로 변신한 그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있는 여자도. 알고 보니 나와 헤어진 지 약 8개월 후 ‘금수저’ 치과의사와 결혼했더라. ( 33세, 공무원)


CREDIT

에디터 김보라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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