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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TUE

WINTER LOVE STORY

무모한 겨울 로맨스

흰 눈처럼 순수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겨울 로맨스에 대한 추억들


나의 길고 긴 연애 라이프에서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3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7살 연하의 C와 했던 무모한 짓. 평소 ‘저지르기’를 좋아하는 나와 귀여운 변태 C, 우린 운명의 상대처럼 잘 맞았다.


사귄 지 3달쯤 됐을 때였는데, 창밖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던 C가 내 손을 끌더니 밖으로 나가자는 거다. 정확히 말해 나가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불타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린 눈 내리는 세상 밖으로 나갔다.


그날 C와 난 신림동 자취방 골목을 지키고 있던 외로운 가로등 기둥을 한참 동안 붙잡고 하나가 되었다. 취업 후 그 동네를 떠난 지금도 가끔 가로등만 보면 그날의 무모할 만큼 대담했던 우리가 떠오른다. (여, 회사원)




연말엔 유독 솔로들이 분주해지는 시기다. 나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쉼 없이 소개팅과 클럽 방문을 번갈아 가며 솔로탈출 작전을 시도했다. 응답 없는 ‘썸녀’들에게 지쳐갈 때쯤 홍대 한 클럽에서 정말 ‘잘 노는(?)’ B를 만나게 됐다.


우린 클럽을 나와 술자리를 갖다가 술이 술을 불러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셨다. 당시 그녀와 인파 속에서 춤(비슷한 것)을 췄던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춤이 아니고 그 이후 벌어진 일인데,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시행한 거다. 우린 대천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 다시 부분 삭제된 기억.


택시 기사님이 깨워 일어나보니 대천 해수욕장으로 순간 이동에 성공해 있었다. 지난 밤 숙취에 절은 상태로 옆에 앉아 있는 그녀가 낯설었다. 어제의 나와 B는 어디로? 우린 존댓말과 반말을 어색하게 섞어가며 자기소개 비슷한 걸 하곤 대천 앞바다에서 헤어졌다. 남은 건 택시비로 청구된 카드 값과 후회뿐이었다. (남, 스타일리스트)




겨울만 되면 혹독한 추위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것도 억울한데, 옆구리까지 시리다는 건 ‘솔로’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날도 불만에 가득 차 동성 친구들과 ‘우린 이 혹한기에 왜 혼자인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 한 명이 다가오더니 합석을 제안하는 거다. 먼저 마음으로 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딱히 잘생긴 것도 내 타입도 아니었는데 괜히 운명처럼 느껴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고, 그날 이후 P와 난 연인이 됐다.


하지만 그와의 연애는 봄이 오면서 끝났다. 난 겨울나기를 위한 체온이 필요했을 뿐,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너무 다른 사람과 급한 연애를 한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여, 한의사)




첫눈에 반한 H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위한 나의 ‘직진’이 만든 무모함. 대구에서 일하던 그녀와 서울에 살던 난 ‘썸’을 타고 있던 사이였는데, 당시 과제는 그녀의 마음에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12월 어느 날 퇴근 후 그녀에게서 온 카톡, ‘보고 싶어’. 그 말을 보는 순간 바로 자동차에 키를 꽂았다.


KTX를 타고 가면 늦을 거 같아 선택한 무모한 드라이빙을 시작한 것. 3시간 반 정도를 달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내가 본 건 날 반겨주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어떤 ‘놈’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H의 행복한 모습.


난 말 그대로 그녀의 ‘썸남’일 뿐 ‘남친’이 아니었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길로 다시 서울로 핸들을 돌렸다. 하룻밤을 꼬박 고속도로에서 보낸 게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너무 가혹했던 기억이다. (남, 공무원)




한겨울에 ‘노팬티’를 제안받은 적 있다. 장난기 많던 남자친구가 색다른 데이트를 해 보고 싶다며 데이트 장소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와달라고 한 것. 연인 사이에 못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아 그가 바라는 복장을 하고 명동으로 나갔다.


롱 코트 속에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까지 신었다. 당연히 팬티는 자취방 서랍장에 고이 놔둔 채로 말이다. 그는 몇 번이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내 치마 속에 손을 넣었고, 나 역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노팬티로 외출 중’이라는 상황이 오래된 커플의 몸과 마음에 불을 지펴준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난 지독한 독감에 걸렸고, 심지어 며칠간 참지못할 간지러움에 고통 받아야했다. (여, 일러스트레이터)

CREDIT

에디터 김보라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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