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라이프 > 데이트 가이드

2017.08.18. FRI

Work and Love

짜릿하고 위험한 사내 스캔들

새로 입사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사내연애와 사내불륜을 헷갈리지 말라고


짜릿하고 위험한 사내 스캔들
TV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유부남 상사와 여직원 간의 잘못된 관계. 상상력이 빈곤한 작가들의 단골 레퍼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입사하고 나니 그 모든 이야기가 허구는 아니란 걸 알게 됐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은 아니었다.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실정상, 사무실은 정분 나기 딱 좋은 환경일 수밖에.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 방에서도 각자 일터에서 보고 들은 각종 남녀상열지사가 수다 주제로 자주 올랐다(회의실에서 그 짓을 하다가 걸렸다더라, 부장이 갑자기 사표를 냈는데 알고 보니 여직원한테 음탕한 문자를 보낸 게 밝혀졌다더라 등). 한 여자 선배는 갓 입사한 나를 붙들고 사내 스캔들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회사 안에 비밀은 절대 없고, 결국 여자만 손해라고. 그런데 풍문으로 접하던 일이 내게 벌어질 줄이야. 상대는 같은 팀의 30대 후반 과장님. 조직 내에서 깔끔한 일 처리로 인정받는 인물이었고,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준수한 외모 덕분에 여직원 사이에서도 호감도가 높았다. 저분의 와이프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머리를 스친 적도 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고, 이따금 사적인 고민을 얘기하거나 들어주는 일도 생겼다. 어느 날, 둘이 야근을 하다가 자연스레 그의 제안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잔할까?” 가볍게 시작한 맥주 한 잔이 길어지면서 그가 회사에서 좀 떨어진 자신의 단골 가게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평소와 좀 다르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나른해진 기분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고음을 무시하고 따라나섰다. 이동하는 택시 안, 갑자기 그가 내 손을 자기 무릎 위에 가져가 잡았을 때, 비로소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온몸이 굳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도착한 곳은 어느 호텔의 지하 와인 바. 입구에 당도하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곤 가게를 빠져 나왔다.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 휴대폰에 그의 번호가 몇 차례 떴으나 받지 않았다. 다음 날, 얼굴을 마주할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전날 밤에 일어난 일이 내 착각이나 꿈은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였다. 이후에도 그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나를 대했고 그로 인해 나도 안심했지만, 오랫동안 밤마다 꼬리를 무는 상념에 잠을 설쳤다. 혹시 나도 모르게 그의 호감을 즐기며 어떤 신호를 보냈던가? 만일 그날 밤,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가 던진 미끼에 낚일 뻔한 여직원이 나뿐은 아니지 않을까? 몇 달 전 S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불륜에 분노한 아내가 식칼을 들고 회사에 찾아왔다는 사건이나 모 치킨 회사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묘한 기시감에 등골이 오싹했다. 이제 새로 입사하는 여자 후배들에게 나는 조언한다. 일할 때의 호감과 이성 간의 감정을 혼동하지 말라고. 사내연애와 사내불륜을 헷갈리지 말라고. (29세, 전자회사)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GETTYIMAGESKOREA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