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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WED

Work and Love

타이밍이 문제야

다시 생각해 보면 그와 나는 모든 게 참 잘 맞았는데,,,모든 건 타이밍 때문이었다


타이밍이 문제야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첫 미팅에서 만난 같은 학번의 그와 커플이 되어 알콩달콩 연애를 했다. 우린 모든 게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 그가 군대에 갔을 때 이별의 위기가 찾아오긴 했으나 생각보다 우리 사랑은 끈끈했고 그리 어렵지 않게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대 후 그는 복학생, 나는 취준생이 되었고 우리의 연애는 계속됐다. 특히 취업이란 관문 앞에서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리는 내 곁에는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함께 봐주고, 면접 보는 동안 회사 앞에서 기다려주고, 한숨 쉬고 좌절하는 나를 끊임없이 웃겨주고 위로해 줬다. 마침내 지원한 회사 중 한 곳에 합격했고, 맨 먼저 합격의 기쁨을 나눈 사람 역시 남자친구였다. 그런데 회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내가 배치된 부서는 회사에서 업무 강도가 세기로 소문난 곳이었고, 막내 사원인 나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온종일 긴장한 상태로 일하다 보면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되기 일쑤. 사무실에서는 눈치가 보여서, 집에서는 피곤해서 그의 문자나 전화를 놓치는 일이 잦아지자 그의 불만이 커졌다. 말 못할 불만이 쌓이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직 학생이다 보니 자연스레 데이트 비용을 쓰는 쪽은 나였다. 늘 내가 저녁을 사는 게 미안했던지 하루는 본인이 내겠다며 자신이 알아본 ‘맛집’에 데려갔는데, 허름한 간판에 냄새가 풀풀 나는 생선구이 집이었다. “맛있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너나 실컷 먹으라고 소리치고 뛰쳐나오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가장 기분이 씁쓸할 때는 내 카드로 호텔비를 결제할 때였다. 나도 스트레스를 풀려고 만나는 건데, 그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어두컴컴한 모텔 방에서 동침을 하고 싶진 않았다. 야근 후 애인이 자동차로 집에 데려다주거나 좋은 옷이나 가방을 선물받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남자 동기의 은근한 대시나 선배들의 번듯한 소개팅 제안에 살짝 마음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한테 이런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내 눈빛에서, 표정에서, 몸짓에서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비슷한 다툼이 반복되다가 입사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그의 입에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다. 막상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아프고 슬펐으나, 한편 홀가분한 마음도 컸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준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한 친구는 “네가 좀 더 참고 뒷바라지했다 한들, 그 친구가 취업하고 나면 먼저 딴 여자랑 바람났을지 모른다”고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우린 남남이 됐고 나는 두 번의 연애(그중 한 번은 사내연애)를 거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올초 극장에서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나오면서 새삼 그가 떠올랐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와 나는 성격이나 취향이나 모든 게 참 잘 맞는 사이였는데…. 결국 모든 건 군대, 아니 타이밍 때문이었다. (34세, 제약회사)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다음 무비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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