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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SAT

TURN ME ON

밝히는 여자

포르노를 보기 위해 정성 들여 접속해보았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포르노 사이트다

포르노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포르노는 무조건 거칠고 폭력적이고 유해하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생산가치가 충분하고 휴머니즘까지 갖춘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엔 여성이 있다. 여자가 만들거나,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한 포르노가 이끈 변화다. 그동안 ‘야동’이라는 이름 아래 비정상적이고 학대적이며, 여성을 수동적 대상으로 묘사해 온 양상에 여성이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포르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성욕을 침묵케 하고 테스토스테론을 과시하는 남자 모델의 성적 만족감만 앞세우던 포르노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물론 여전히 도처에 성적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가장 배타적인 포르노 영역에서 여성 중심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지적인, 로맨틱한 영상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여기 몇몇 웹사이트를 찾아 새로운 물결의 포르노는 어떤 건지 살펴보았다. 다만 포르노도 자유로운 표현물이라고 인정하는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한국은 음란물과 동일시해 포르노 사이트의 접속을 금지하고 있어서(표현물에서 성적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예술 사회적 가치가 성적 자극을 완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엘르> 코리아 독자를 위해 <엘르> 영국 에디터 조지아 시몬즈가 나섰다. 직접 접속해 보고 체험해 본 그녀의 생생한 ‘신 여성 포르노’ 체험기. 



XCONFESSIONS.COM


특징 익명으로 날아온 섹슈얼한 고백들을 단편영화로 연출한다. 그것도 스타일리시하게! 

스웨덴 페미니스트 포르노 감독 에리카 러스트(Eriak Lust)는 팬들이 보내온 수많은 판타지를 바탕으로 감성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에로틱 영화를 연출한다. 그녀가 이끄는 러스트 프로덕션은 매달 60만 파운드(약 8억6000만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고, 스태프의 85%가 여성이다. 이들이 만드는 단편 에로틱 영화는 커플이 꿈꾸는 판타지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무엇보다 여성의 오르가슴을 목표로 한다. 가령 화창한 햇살 아래 야외 잔디밭에서 펼치는 섹스라든지 대재앙이 일어난 후 폐허 속의 정사나 인어공주 포르노(!) 같은. 심오하고 복합적인 인간의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상은 한국 IP 주소로 볼 수 없다는 게 애석할 정도다.


평점 ★★★★★ 

미래학자들은 2050년까지 로봇과의 섹스 만족도가 인간 대 인간의 섹스 만족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견했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러스트 프로덕션 필름이 해소시켜 준다. 솔직하고 신선한 데다 휴머니즘이 넘치는 포르노들은 주저 없이 소리와 탄성과 신음을 내지르게 만든다.



HYSTERICALLITERATURE.COM


특징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여성들의 동영상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크레이턴 큐비트(Clayton Cubitt)가 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45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일종의 성적 판타지에 몰두하는 도서관 사서가 주인공인 컨셉트로, 지적인 감수성과 외설스러운 감각 사이를 넘나든다. 영상의 연출 구도는 단순하다. 다양한 연령대와 문화권의 여성들이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소리 내 읽는 것. 그 소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30배쯤 더 발칙한 ‘야설’이라는 게 포인트다. 끈적한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는 여성들의 얼굴은 조금씩 상기되고 카메라는 그녀들의 가쁜 숨소리나 흐트러지는 표정을 잡아낸다. 이 프로젝트는 펠라치오를 받는 남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앤디 워홀의 1964년 작 ‘오럴 섹스(Blow Job)’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것으로, 단지 얼굴에 드러나는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라는 걸 우아하게 전달하고 있다. 


평점 ★★★ 

훌륭하다. 동영상이 12편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오르가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잖게 표현한 점을 높이 산다. 혼자 몰래 보는 것보다 친구들과 감상하는 것도 좋다. 그녀들이 읽어주는 ‘야설’을 두고 고작 이 정도 내용에 흥분하냐, 마느냐 하는 등 유쾌한 논쟁을 벌일 수 있다. 사실 읽어주는 내용보단 그들의 찡그린 미간이나 입술을 지그시 무는 행위에 얼굴이 붉어지지만.




LUSHSTORIES.COM


특징 에로틱 단편 스토리 전문 온라인 사이트 

에로틱 단편 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사이트. 10대 시절, 주디 블룸의 소설 <포에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성교육을 위한 필독서’로 불리는 책. 파티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한 소녀 캐서린과 소년 마이클이 첫경험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 없이 묘사했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기대하며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이내 왜 이 사이트를 ‘에로틱 소설계의 패스트푸드’라 부르는지 깨달았다. 기존의 에로틱 문학이 여성들이 좋아하는 중간 강도의 포르노였다면, 이 사이트에서 선보이는 문학은 이도 저도 아니다. 가령 성기를 독립적인 감정을 지닌 무언가로 묘사한 소설이나 엘프들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땐 잠시 욕설이 튀어나왔다.


평점 ★ 

약간의 중독성이 있지만 보면 볼수록 실망스럽다. 영어를 외설스럽고 저질스럽게 사용하는 예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이 사이트에 재접속할 일은 없을 듯하다. 침대로 돌아가 캐서린 밀레의 <캐서린 M의 섹슈얼 라이프>,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를 다시 읽는 편이 훨씬 낫다.



SOUNDSOFPLEASURE.TUMBLR


특징 섹시한 사운드트랙 모음집 

뜨거운 오디오의 향연이 펼쳐진다. 신음 소리, 팬티 벗기는 소리, 헐떡이는 숨소리, 더티한 토크에 이르기까지 온갖 야한 소리가 몽땅 담긴 사이트다.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의 19금 버전이랄까? 섹스의 즐거움을 묘사한 이 소리들과 어울리는 시각적인 자극도 원한다면 ‘dicksforgirls.tumblr’를 추천한다. 예술적인 페니스 콜라주 작품부터 마스터베이션하는 남자 등 다양한 비주얼 콘텐츠가 있다. ‘porn4ladies.tumblr’도 있다. 여기엔 섹시한 여성 사진이 가득하다.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나? 예쁘고 멋지고 매력적인 여성에게서 누구보다 영감을 얻는 게 여자들인데. 


평점 ★★★★ 

이어폰만 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운드트랙을 틀어놓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긴장을 풀면, 상상할 수 있는 에로틱한 장면들이 마구 솟구친다.



MAKELOVENOTPORN.TV


특징 실제 커플의 에로틱한 홈 비디오 

연출가의 의도적인 편집, 강압적이거나 불평등한 장면, 카메라 뒤에 숨은 제3자 없이 오직 당사자들만 존재하는 포르노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홈 비디오인 만큼 카메라 앵글이나 화질, 음질은 열악하지만 커플의 사적인 공간에 초대돼 그들을 지켜보는 것처럼 아찔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사이트에 올라오는 영상 큐레이팅은 성인영화계에서 대본 작가로 활동하던 사라 비올(Sarah Beall)이 맡았다. 절대적인 상호 동의 아래 촬영된 사랑 넘치는 커플의 자태에선 성적 건강함과 행복이 절로 느껴진다. 특히 콜린과 그레이 커플의 창의적이고 유쾌한 섹스 라이프 비디오가 인상적인데 마치 70년대 베스트셀러 섹스 가이드인 엘렉스 컴포트의 <섹스의 즐거움 The Joy of Sex: A Gourmet Guide to Lovemaking>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평점 ★★★★★ 

로맨스, 친근감, 욕망, 축축함, 부드러움, 강함, 신뢰, 존중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혁신적이고 영감 넘치는 비디오들이다. 침대 위 커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섹스를 두고 ‘사랑을 나눈다’고 표현하는지 알게 된다. 

CREDIT

WRITER GEORGIA SIMMONDS
EDITOR 김은희
PHOTOGRAPHER MEHDI LACOSTE
STYLIST VICTORIA HIGGS
TRANSLATOR 권태경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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