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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FRI

허니문 이후

현실 버전의 신혼일기

알콩달콩 ‘햄 볶는’ 게 신혼일 줄 알지? 허니문 그 이후에 벌어지는 둘 만의 사연


옆방에 사는 남자

남편은 술을 좋아한다. 물론 나도. 우리가 사귀고 결혼하게 된 것도 술의 힘이 컸다. 결혼 초기엔 퇴근 후 집에서 남편과 마주앉아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며 안정감을 맛봤다. 그런데 이놈(?)의 술이 우리 침대까지 지배할 줄이야. 남편은 술만 마시면 코를 골았다. 특히 소주를 두 병 이상 마시고 들어온 날엔 동굴 속에서 거대한 드릴로 벽을 뚫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가끔 무호흡 플레이까지 더해져 버라이어티한 코골이 사운드를 들려줬다. 죽은 줄 알고 남편의 심장에 귀를 대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각방 벌칙을 주기로 결정했다. “술을 마시고 온 날 네 몸을 누일 곳은 안방이 아닌 춥고 좁은 옷방일지니.” 처음엔 유배당한 신하라도 된 듯 안방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더니 요즘엔 술만 마시면 자동으로 옷방행이다. 혼자 자는 게 좋아 가끔 일부러 반주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29세, 은행원)


‘시월드’ 아닌 ‘처월드’ 

연애 초기부터 여자친구한테 빨리 결혼하자고 들이댔다. 물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언제부턴가 부모님과 사는 게 갑갑해졌다. 늘 ‘바른 아들’이길 바라는 두 분의 기대와 장남이란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혼하고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생기고,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게 좋았다. 그런데 둘만의 신혼생활도 잠시, 점점 처가 식구들의 방문이나 가족 모임이 잦아지는 거다. 난 형제만 있어서 몰랐는데, 딸들은 원래 그렇게 시시콜콜 부모와 자매에게 모든 걸 말하고 함께하는 걸까. 우리 엄마는 며느리가 싫어할까 봐 집에 오지도 않는데…. 말이라도 먼저 놀러 오라고 하지 않는 와이프가 얄밉기까지 하다. (30세, 회사원)


너는 손이 없니?

생일이나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던 다정한 남자친구. 연애하는 동안 화내거나 다툴 일이 없었기에, 나를 행복하게 해줄 최고의 남편감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평생 부모님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엄마가 챙겨준 옷을 입고 살아온 내 남자.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해본 적 없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세탁기 작동법도 모르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한 번 쓴 수건, 한 번 입은 옷은 무조건 빨래함으로 직행! 전구를 갈거나 못을 박는 등 남자의 영역으로 구분되는 일조차 그는 서툴기 그지없었다.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다. 구혜선, 안재현의 <신혼일기>에서도 그 달달한 부부가 유일하게 싸우는 대목이 가사 분담이더라(안재현은 우리 남편보다 100배는 잘하는데!). 깔끔하고 귀티 나는 그의 모습이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머슴이 부러워진다. (31세, 통역사)


혼자 쿨쿨 자더라 

“남자들은 왜 이렇게 빨리 잠들까요?”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이효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편 이상순이 자고 있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당시 결혼 1년 차였던 나는 이걸 보자마자 무릎을 쳤다. 바로 내가 궁금했던 거였거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잘자” 하고 인사를 나눈 뒤 3초 만에 곯아떨어진 그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깨웠고, 다음에는 신기해서, 나중에는 왠지 얄미워서 잠든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쉬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는 내 옆에서 혼자 숙면에 빠져 쿨쿨대는 모습이라니. 하루는 “넌 상념이 없니? 존재에 대한 의문이 없어?”라고 물었으나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지금은? 그냥 남편 먼저 재우고 VOD를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 (38세, 디자이너)

CREDIT

EDITOR 김아름
PHOTO GETTY IMAGES/IMAZINS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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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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