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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FRI

FACE TIME

'여심' 자극한 지창욱을 만나다!

공허하게 지나친 소년의 사춘기, 혼란과 고민에 사로잡힌 청년의 방황기, 키를 움켜쥔 남자의 모험기. 낯가림 심한 스물여덟, 배우 지창욱이 자신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페이스 타임.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팬츠는 모두 Prada. 블랙 로퍼는 Bottega Veneta.

 

 

 

 

스터드 디테일의 가죽 소매 코트는 Dr. Martens. 실버 네크리스는 Pandora.

 

 

 


 

블랙 롱 코트는 Moon Young Hee. 프린트 재킷과 카디건, 치노 팬츠와 스카프는 모두 Gucci. 로퍼는 Bottega Veneta. 블랙 컬러 플로피 햇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국적인 프린트의 레드 셔츠는 Prada.


 

 

 

 

데님 셔츠는 A.P.C.. 데님 팬츠는 Gap. 레이어드한 레더 소재의 브레이슬렛은 모두 Tous. 브라운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3 MBC 연기대상 우수연기상 수상 축하한다 고맙다. 시상식은 언제나 긴장된다. 앞 좌석에 선배님들이 많으니 괜히 부끄럽고 생방송이라는 점도 불편하고 내겐 아직 어려운 자리다. 은근 강심장일 것 같은데 연기할 때는 그렇지. 그 외는 마음과 달리 아직 불편하다. 그래서 예능을 못한다. 지난해 <라디오 스타>에 나갔는데 정말 한 마디도 못했다. 드라마 속의 밝고 거침없는 캐릭터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네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대중의 기억은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가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다섯 손가락> 때 ‘첫 악역인데 어떠냐?’는 질문을 유독 많이 받았다. 사실 센 역할도 여러 번 했고, 유인하라는 캐릭터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  <다섯 손가락>과 <기황후> 사이 뮤지컬 <그날들> 무대에 섰었네 대학 시절, 대극장에서 내가 주인공인 무대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 뮤지컬 넘버들을 찾아 듣고, 혼자 연습도 하면서 그날을 꿈꿨는데 와, 진짜 무대에 오르게 됐고 심지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 수상까지. 정말이지 꿈만 같다.

 

<기황후>의 타환이라는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내가 해야 할 것, 보여 줄 게 많은 입체적이고도 다채로운 캐릭터라 꼭 하고 싶었다. 대본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입지가 됐다는 점도 기쁠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선택받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캐스팅 첫 순위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선택받았다는 점에서 감사하지. 타환의 입체적인 면모를 통해 지창욱이 가진 색색 가지 얼굴을 발견하게 된 점도 흥미로운데 아직 칭찬은 쑥스럽다. 누가 했어도 그 나름의 느낌이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어떤 배우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자신감은 있다. 처음부터 같이했고, 지금까지 그 역할에 대해 가장 고민한 사람이니까. 타환은 지창욱과 얼마나 까깝나 아무래도 내가 표현하는 역할이다 보니 그 안에 내가 녹아들 수밖에 없는데 콕 집어서 어떤 모습이 닮았다고 하긴 그렇고 미묘하게 어느 정도의 성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찌질한 부분도, 겁 먹는 부분도, 까불거리는 모습도, 심하게 질투하는 모습도, 화내는 모습도. 다만 그 상황에 맞게 감정을 더 확대해 선보인다.

 

사실은 엄청 개구쟁이라면서  친한 사람들과는 장난을 되게 많이 친다. 근데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기회를 일찌감치 얻은 배우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스물한 살 때 찍은 독립영화가 개봉한 후 소속사가 생겼고 2~3년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참여한 드라마가 <솔약국집 아들들>이었다. 그 오디션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이 분야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던 신인 배우가 거의 다 참여했다고 들었다. 그중에서 선택된 거니까 정말 운이 좋았던 거지. 작가님이 맘에 들어 하셨다. 이유는 웃을 때 미간이 선해 보여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좋은 선배들과 만났고 특히 진웅이 형과는 많은 걸 나눈 시간이었다. 당시엔 진웅이 형도, 나도 굉장히 힘든 시기였거든. 어떤 게 제일 힘들었나 물론 연기지. 하고 싶은 대로 안 되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도 아니니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부들부들 떨리고, 외웠던 대사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으니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만두고 싶더라.

 

‘끼’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심각했지. <웃어라 동해야> 때 난 배우로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끼’가 없나 보다 싶어서 절망적이었다. 그때 한 선배가 “재능 있는 배우는 없다. 연습하고 노력하면 다 된다”고 하시더라. 다시 정신차리고 연습했지. 고교 시절 불현듯 진로를 바꿨을 때 자신의 재능을 직감한 게 아니었나 그땐 이 일을 아주 우습게 봤다. 한번 꽂히니까 그냥 하면 되잖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앞섰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간이었다. 어떤 사춘기를 보냈나 방황은 없었다. 중학교 땐 학교, 학원, 집 세 군데밖에 안 다녔고. 지금 생각하면 그 점이 제일 가슴 아프다. 나의 암흑기, 그래서 생각도 잘 안 난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나 축구(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고 머리가 점점 굵어지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사람이 될지. 그런 중에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해야 하는 공부가 재미없게 느껴졌다. 억눌렸던 감정이 고교 시절에 터진 게 아닌가 싶다. 유명세에 대한 로망은 아유, 물론 있었지. 스타라는 게 쉽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더니 어릴 적부터 연기 공부를 해온 친구들이 나와 너무 다른 느낌이더라. 사고도 깊고, 내가 보기엔 그 친구들이 ‘또라이’ 같은 거다. 방황을 많이 했고 1년 동안 수업엔 아예 안 들어갔다. 전부 F 학점? 연극영화과 가면 공부를 안 할 줄 알았는데 연극 역사부터 시작해 이론 수업이 엄청 많은 거다. 희곡을 읽어야 했는데 예를 들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봐도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유명한지 모르겠고 통 즐겁지 않았다. 어느 순간 놓아버렸다.

 

마냥 손 놓고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딱 하나 재미있었던 게 학교 선배들 따라 다니면서 단편영화 찍는 거였는데 현장에서야 비로소 내가 뭔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경험들이 계기가 돼 <슬리핑 뷰티>라는 독립영화에 출연하게 됐고, 대학로에서 단막 뮤지컬을 하기도 했다. 현장 경험을 통해 재미없던 수업의 필요성도 깨달아서 다시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지. 현장 경험이 어땠길래 연기를 못해서 별의별 욕은 다 들었던 것 같다. 잘못을 떠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않나 치욕스럽고 상처가 되는 일이다. 예전에 한 감독님이 “너 어디 가서 똥 뮤지컬 하고 왔냐”고 하신 적 있는데 너무 상처받아서 아직도 가끔 기억이 난다. 이를 악물게 된 계기도 됐겠네 초기엔 막 도망치거나 숨고 싶었는데 욕을 하도 많이 먹으니까 나중엔 익숙해지더라(웃음). “그 따위로 연기 할래?” 하는데도 웃으면서 “네네~” 하는 순간이 왔다.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된 시기이기도 했고.

 

<기황후>의 타환이 승냥이에게 고백하는 신 중에 ‘어미 새’와 관련된 대사가 있었다. 배우 지창욱의 어미 새는 누구인가 매 작품마다 많은 선배들과 작업해 왔고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솔약국집 아들들>의 선배들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중에서도 손현주 형. 그 선배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겐 교과서 같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 혹은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하는 게 좋은 배우의 모범일까 등을 생각했을 때 나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는 인물이다. ‘연철 승상’ 역의 정국환 씨와도 인연이 깊다고 정국환 선배님과는 세 작품째 같이하고 있는데 내겐 아빠 같은 분이다. 예전부터 연기 고수셨고 빛나는 배우였는데 <기황후>를 통해 회자되는 걸 보면서 ‘대중이 그 빛을 알아보는 순간이 언젠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빛을 발해 왔음에도 언젠가 빛날 날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아직까진 연기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종종 선배들께 답을 구하러 가면 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 내가 40대가 돼도 같은 고민을 하겠구나 싶다.

 

짧게나마 얻은 잠언도 있을 것 같은데 제일 많은 들은 얘기가 “너무 익숙해져서 기계처럼 연기하지 마라”는 거였다. 촬영 스케줄이 규칙적인 일일 드라마를 하면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됐다. 반복하거나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 직업을 가져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창욱은 성실한가 선천적으로 성실한 인간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는 게 좋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쉴 때는 굉장히 충동적이다. 칼같이 지키는 규칙 같은 건 전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가장 못된 짓은 친구 때린 거? 초등학교 때. 에게, 화가 날 땐? 꾹꾹 참는 편은 아니다. 욕할 때도 있고, 울고 싶을 땐 울고. 그러곤 30분 후면 풀린다. ‘멜로’ ‘로맨스’란 단어와 거리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랑 얘긴 정말 좋아하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꼭 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웃음).

 

 

 

 

CREDIT

EDITOR 채은미
PHOTO 조선희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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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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