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2.11.05. MON

My Journey Week

김재중, 인도 여행기

여행자 재중은 전 세계 도시란 도시를 방문하고, 길이란 길을 맴돌고, 골목이란 골목을 수없이 걸어왔다. 그간의 여행이 늘 할 일이 있는 목적지로의 이동이었다면 지금은 다만 인도의 낯선 풍경을 헤매며 피부를 감싸는 공기와 빛과 향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감지할 뿐이다.
















인도 북부, 라자스탄(Rajasthan) 주의 알와르(Alwar)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델리 공항에서 네 시간 반 남짓 걸린다는 정보를 찰떡같이 믿는 게 아니었다. 촘촘한 시곗바늘을 잣대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시간의 영원을 믿는 이들의 도시로 들어가는 관문은 만만치 않았으니 “<정글의 법칙> 찍으러 가는 거냐”는 불만도 당연했다. “인디애나 존스가 된 기분이에요. 과거로 모험을 떠나온 것 같아요.” 누군가 감탄사를 자아냈다. 하지만 수백 년 전 왕이 총애하던 별장 지대는 더할 나위 없이 가난한 촌락으로 쇠퇴해 건조하게 바스락거렸다. 몬순을 거친 작은 호수는 도도리묵같이 찰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물기가 촉촉했던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드라마 <닥터 진>에서 우직한 포도청 종사관 김경탁이 되어 플라토닉한 사랑을 테너 톤으로 선보였던 김재중은 같은 기간 영화 <자칼이 온다>의 허당 스타 최현을 넘나들었다. 잠이 부족했지만 감정에 트랜스를 달아놓은 듯 인풋과 아웃풋이 자유로웠다. “하필이면 같은 시기에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해야 한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었던 욕심이 컸고, 전혀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죠. 다행히 대사를 빨리 외우는 편이어서요. (진지하게) 혈액의 흐름에 도움을 준다는 오메가3를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닥터 진>은 사극이라는 점에서 다소 불편했다. 시도와 평가가 늘 평행선을 그을 수 없었기에 새로운 것을 즐기는 그에게조차 부담이 됐다. 11월 개봉을 앞둔 <자칼이 온다>의 최현은 본연의 모습으로 임한 재중의 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에서 진짜 많이 망가져요. ‘진짜? 저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과장된 장면들이 많아요. 온몸으로 웃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엄청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가수인데 알고 보면 순수하고 힘든 과거사가 있는 남자예요. 스타가 되면서 자만하던 와중에 킬러에게 납치를 당하는 거죠.”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톱스타 납치 해프닝 속 최현은 가수라는 포지션은 물론이고 재중과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일 기회였다는 뜻이다.

재중의 거듭되는 망가짐에 대한 기억은 연기에 대한 오픈 마인드와 연결할 수 있다. 제법 구사하는 일본어를 애써 어눌하게 표현해야 했던 일본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로 연기에 입문한 그가 국내 드라마에 정식으로 데뷔한 건 지성, 최강희와 호흡을 맞춘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서다. “고충이 있었죠. 가수로서 노래하고 춤추는 재능과 연기의 재능을 똑같이 지닌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차분히 쌓아가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음악에도 소홀하진 않을 거예요. 표면적인 활동이 연기에 비해 줄어들긴 하겠지만 ‘연기하느라 노래가 줄었습니다, 음악적 감수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는 핑계는 대지 않도록 틈틈이 곡도 쓰고 음악도 많이 듣고 있어요.” 재능을 넓히는 건 좋지만 다른 재능을 위해 그동안 가꿔온 재능의 텐션을 놓고 싶진 않다는 의지는, 마땅히 이어가야 할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면서 충실해야 할 시간을 즐기겠다는 다짐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음악도 처음엔 재능이 없었어요. 춤에도 노래에도 문외한이었죠. 트레이닝이 한몫했지만 결국 실전 경험을 통해 많은 걸 흡수한 케이스예요. 연기도 다양하게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필모그래피의 현장들을 털털한 애티튜드로 관통해 온 덕분에 “냉소적일 것 같았어” “성격이 별로일 것 같았어” 하는 식의 선입견이 어느 정도 해소된 지점, 그의 연기자로서의 행보는 좀 더 유연해질 듯 보인다. 물론 선택을 통해 안게 된 고민은 계속하고 있지만. “드라마 활동이 많아지면서 김재중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늘어나요. 그렇지만 해외 팬들에겐 JYJ라는 그룹을 건너뛰고 여전히 예전의 영웅재중으로 연결되는 점이 아쉽죠. 시간 문제인데 노력해 봐야죠.” 

“지난 8, 9년이라는 시간을 체에 걸렀을 때 남아 있는 것도, 빠져나간 것도 ‘영원’인 것 같아요. 우린 무궁무진하고 아직 할 게 많아, 그랬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과 같은 자세였죠. 그동안 커리어가 성장한 반면, 시간의 영원함이 다소 빠져나간 것 같아요. 인기와 명성과 부푼 희망과 도전정신. 그런 게 영원할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남아 있는 ‘영원’의 에너지는 전과 같아요. 30대가 돼도 마음만은 20대로 살아간다고들 하잖아요. 전과 다른 거라면 두려운 게 생겼다는 거고 다만 도전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는 거죠.” 성숙한 이에게 여행이란 새로운 장소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삶을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성장의 가속도에 놓인 이에게 여행이란 다음을 계획하는 잠깐의 휴식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인생도 여행이고, 여행은 고독하다. 지난 역사 속의 헤리티지가 황량하게 펼쳐졌던 인도의 작은 마을은 그에게 ‘영원’의 부지불식간을 체감케 한 의미심장한 공간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돌아올 내일을 현실감 있게 고민하던 이 젊은 날의 여행은 예측불허한 미래와는 관계없이 그에게 깊은 의의를 던질 게 분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EDITOR 채은미, 김나래
PHOTO 김보성
WEB DESIGN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