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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SUN

RAY OF LIGHT

양세종, 길 위에서

<커피프렌즈>의 멀티맨 양세종의 이면. 진중하고 차분한 양세종이 책 한 권을 골라 들었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는 Lemaire.





터틀넥 스웨터셔츠는 Wooyoungmi. 팬츠는 Songzio Homme. 슈즈는 Mansole.



중학생이었던 양세종이 동네 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맘껏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는 그에게 관심 있는 사람에겐 꽤 알려진 일화다. 직접 그를 만나 어떤 책을 읽었느냐고 묻자 온갖 만화 제목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 만화든 대본이든 문학이든, 종이의 물성과 가까운 그가 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래서 마냥 놀랍지는 않았다. 수많은 책 중에서 양세종은 <이런 이야기>를 골라 들었다. 이탈리아의 젊은 독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문학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써 내려간 긴 소설은 길에 매료된 소년 울티모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은 길. 종내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 그리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의 형태를 확신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 작가는 전설적인 이탤리언 레이서, 발렌티노 로시(Valentino Rossi)를 기리기 위해 이야기를 구상했다지만 결국 경주와 서킷의 의미는 인간의 운명 그 자체로 확장된다. 데뷔 3년 차의 젊고 유망한 배우는 활자들 사이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딱 한 가지. 양세종이 지금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아이가 보기에는 길이 자동차들을 길들이는 것이지 자동차들이 길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이치를 터득한 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미 하나의 인생이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어요.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있다면 <이런 이야기>라는 제목부터 끌렸어요. 자극적이거나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주는 책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라니, 이런 이야기라는 게 뭘까 궁금해지더군요. 성숙하지 못한 지금의 제게 정답을 주지는 않더라도 답을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죄송해요.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네요. 소년이 어른이 되어 꿈을 실현하는 원대한 과정을 그린 책이에요. 많은 기대를 받는 배우로서 이입하는 지점이 있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 다다르기까지 쉽지 않았던 여정을 돌아보게 됐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길은 참 닮았잖아요. 울티모도 그렇지만 저도 남이 생각하는 야망이 있는 편은 아니에요. 욕심이 없어서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실제로 과거 인터뷰를 보면 상대 배우들 칭찬을 많이 하더군요 사실이니까요(웃음). 그럼 자신을 칭찬한다면 연기를 하면서 제가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요. 배우의 존재 이유는 작품과 장면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상대 배우와 교감하면서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만 하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누군가는 소년으로 오래 남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빨리 어른 남자가 되고 싶어 하죠. 어느 쪽인가요 수시로 바뀌어요. 얼마 전까지는 얼른 40대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주어진 대로, 양세종이라는 인물로서 생기는 일들을 받아들이려고요. 제가 아무리 소년처럼 해맑게 살고 싶다 해도 그런 환경이 주어져야 가능한 것처럼 내면이 성숙하고 싶다면 그건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겠죠. 다음 ‘스텝’이 뭐가 돼야 할지, 굳이 그리지 않는 편이에요. 한 작품을 잘하고 나면 또 다음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지금 당신의 나이에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감정은 뭘까요 당연히 사랑 아닐까요. 다만 저는 작품을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는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워낙 작품에 많이 빠져 있기도 하고, 부모님 얼굴도 잘 못 뵙는걸요.

<이런 이야기>에도 굉장히 매력적인 여인 엘리자베타가 등장해요.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가 있다면 좋아하는 캐릭터야 많지만, 이 질문에는 대학에서 만난 선배가 떠오르네요. 엄청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스스로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그 선배가 그랬어요.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었죠.

실존 인물을 말할 줄은 몰랐어요 태어나서 여자한테 직접적으로 고백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연기 밖에 모를 때여서 사귀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연기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웃음). 아마 이 인터뷰를 본다면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 거예요.

연애의 특정 부분이 당신을 힘들게 하기도 하나요 그보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얘기가 잘 통하는 연애를 꼭 하고 싶어요. 원래 서로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잖아요. 지금 인터뷰가 이어지는 것처럼요. 대화를 시간을 정해두고 마치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잔뜩 나누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많이 하고, 굉장히 두려워해요. 어떤 걸 못하고 죽으면 가장 아쉬울까요 음, 부모님과 부인 그리고 아이들이 다 같이 밥 먹는 장면이 제 인생에 꼭 한 번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이에요.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디건은 Nouvmaree.





니트는 Maison Margiela.



예능 <커피 프렌즈> 촬영은 어땠어요. 대본 없는 촬영은 처음 아닌가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연출 팀의 어떤 요구 사항도 없이 계속 출연자끼리 일만 하거든요. 좋아하는 형들(조재윤, 유연석, 손호준)과 함께하니 시간이 빨리 갔어요. (최)지우 선배님과도 친해졌고요. 일상의 양세종은 어떤지, 주변 사람과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드린 것 같아요.

양세종은 어떤 사람인가요 주위에서는 저를 충동적이고 불안정하다고 해요.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걱정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작품도 아닌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없는 거니까요. 방송 속의 제 모습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렵지는 않아요. 그게 진짜 저니까요.

인간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충동적이고 불안정하다’는 것은 연예인으로서는 힘든 점 아닌가요 그래서 제가 그걸 조절하기 위해 많이 걷는 것 같아요. 특히 촬영이 끝나고 혼자가 됐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계속, 걸을 수 있을 만큼 걷다 보면 해소되는 게 많거든요. 정말 많이 돼요.

그런 시간들이 당신에겐 꼭 필요하군요 맞아요. 저는 그냥 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면도도 하지 않고, 집에서 치킨 시켜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기도 하는 시간요. ‘시즌’과 ‘비시즌’ 양세종이 있는 거죠(웃음). 데뷔 이후 줄곧 달리다가 <사랑의 온도>를 마치고 난 뒤 6개월간 쉬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밥 먹고 여행 다니고, 어머니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요.

혹시 직접 인터뷰하고 싶을 만큼 궁금한 사람이 있나요 음. 좀 오글거리는 대답이지만 저 자신과 밀접한 대화를 해보고 싶어요. 혼자 집에서 시도한 적 있는데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드는 것 같아 멈췄어요. 글로 쓰면 자꾸 자의식이 생기고 누군가 혹시 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꼭 말로 해야 해요. 완전히 솔직하게 자신과 대면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등장인물이 자문자답하는 1인극만 봐도 때론 괴롭잖아요. 내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 안 하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성격이에요. 다행인 건 제게 중요한 게 뭔지 답을 알고 있다는 거죠. 그 답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고요. 내게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금처럼 유지하거나, 더 좋게 만드는 게 제겐 가장 중요한 일이죠. 그러고 보니 <이런 이야기> 초반에 등장하는 울티모의 가족 이야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은 당신에게 행복한 시간인가요 그럼요. 물론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다행히 지금은 저를 찾아오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 대본들을 다 읽는데 절대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있거든요.

어쨌든 뭔가를 계속 읽고 있군요 대본을 책이라고 하면, 좋은 대본을 읽으면 정화가 돼요. 어떤 시나리오를 챙겨 비행기를 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읽으면서 하도 많이 울어서 승무원들이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그렇게 한 번 씻어내리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흡수했던 풍경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많이 걷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하고…. 하는 게 참 많네요(웃음) 진짜 슬플 때는 행복하려고 애쓰기보다 그 감정을 들여다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권할 건가요 사람은 살면서 대체로 욕심을 부려요. 저 역시 야망이 없는 편이라지만 전혀 없지는 않겠죠. 그런데 우리가 욕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죠.

그나저나 이 책을 고른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해 줄 수 없나요 네. 아… 정말 말씀드릴 수 없어요.




*Good Book + Good People + Good Action = Good Read!
출판사 김영사와 굳피플 엔터테인먼트의 세 배우(이영애, 김선아, 양세종) 그리고 네이버 해피빈이 함께하는 ‘굿리드’ 캠페인. <엘르>와 함께 새로운 커버를 입은 <이런 이야기> 한정판 도서의 판매 수익금은 저소득층 아동의 학습비 지원을 위해 기부됩니다.

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 김선혜
스타일리스트 지상은
헤어 선이
메이크업 강윤진
디자인 이효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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