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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1. SUN

HER VIBE

한예슬, 진짜를 보여줘

건강, 사랑, 패션, 음악, 자유. 이 모든 것을 녹여 넣은 한예슬의 '폰디먼트'

화이트 레터링 레깅스는 Fondement. 블랙 앵클부츠는 Balenciaga.



블랙 톱은 한예슬 소장품. 그레이 트레이닝 팬츠는 Fondement. 레오퍼드 앵클부츠는 Balenciaga.



오늘 하루가 몹시 길었어요. 11시간이나 촬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몇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노력의 결과물을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고 생각하니까 욕심이 좀 났던 것 같아요. 단순하게 옷이 잘 보이길 바라는 마음보다 이 옷을 입었을 때 몸의 균형감이라든가 조화로움을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저의 움직임과 공간이 함께 잘 녹아들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한 컷 한 컷에 들이는 정성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 눈이 감겨서 제가 대화를 잘 이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가끔 지나치게 애정을 쏟은 것들이 실망감을 안겨줄 때가 있기도 한데, 본인의 경우는 어때요 저는 좀 달라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편이거든요. 그 애정이 투영되기까지 과정이 긴 편이지, 확신이 서면 직진 본능이에요. 좋아하면 계속해서 더, 더 좋은 것들을 찾기 위해 움직여요.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브랜드에 대한 니즈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연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처럼 화보 비주얼 작업도 재미있는데, 언젠가부터 내 자체가 상품이 되어서 나서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의 경험들을 재료로 삼는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사업’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제 직업은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발현된다면, 브랜드 사업은 실제 데이터나 손익, 유통 같은 좀 더 세밀한 프로세스가 중요하니까요. 그러던 중에 생각이 맞는 좋은 크루들을 만났고, 지금 그 일을 시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첫 번째로 ‘애슬레저’ 룩을 선보이게 됐고요.

의외네요. 우리가 짐작했던 ‘한예슬스러운’ 패션과는 거리가 있는데요 요즘 제 라이프 슬로건이 ‘건강해지자’예요. 단순하게 피지컬적인 건강함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독립이 가능한. 그리고 애슬레저 룩이 일상에서 제가 가장 즐겨 입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화려한 스타일은 무대 위에서 충분히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편하게 이동할 때는 운동복과 외출복의 중간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죠. 요즘 운동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애슬레저 룩을 입을 기회가 더 많아지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컬러가 좀 아쉽다거나, 예쁘기는 하지만 움직일 때 기능성이 조금 떨어진다거나 하는 아쉬움이 생겨나더라고요. 결국은 내가 입어서 편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긴 거죠.

그동안에도 셀럽이 참여한 브랜드는 많았어요. 그에 비해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죠 취향은 다 달라요. 소비자의 선택도 다양하죠. 그 모든 걸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평소에 저를 좋아하는 분들, 제 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이 일을 지지해 주실 것 같아요. 저 또한 소비자로서 충분히 많은 옷을 입어보고 경험해 봤으니까요.



크림 컬러 스웨트셔츠는 Fondement. 브라운 컬러 롱부츠는 Vetements.



레드 크롭트 톱은 Fondement. 레드 체크 와이드 팬츠는 MSGM by hanstyle.com.



프린트 데님 재킷은 Balenciaga. 네이비 브라톱은 Fondement.



소재 선정부터 샘플 피팅,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고 들었어요 이름만 얹는 ‘보여주기’식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진짜 제 땀과 열정이 속속들이 녹아 있다니까요(웃음). 브랜드가 잘 성장해서 좀 더 넓은 곳으로, 글로벌하게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해야죠.

직접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자신만의 취향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여성스러운 선이 드러나는 옷을 선호했어요. 그게 운동복이든, 캐주얼이든. 핏이 살아야 옷과 인물이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유니섹스에 방향성을 두고 브랜드를 기획하다 보니 보이 핏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됐어요. 루스하게 입어도 몸을 타고 흐르는 선은 분명이 존재하더라고요. 앞으로 남성 라인도 론칭할 예정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치 신세계를 탐험하듯 한동안 계속 파고들 것 같아요.

인터뷰 하는 동안 떠오른 한예슬의 키워드는 하나예요. ‘열정적’이다. 모든 면에 이렇게 열정적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는요(웃음). 좋아하고 애정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넘쳐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저와 친한 사람들은 유난스럽다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저예요(웃음). 취향도 확고한 편이고. 요즘 말로 꽂히면 끝장을 보는 거죠. ‘폰디먼트’ 다음으로 현재 제가 열정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건 ‘노란색’이에요. 제 개인 SNS를 보시면 언젠가부터 피드가 온통 옐로로 물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실 거예요. 가장 쉽게 지금 제 헤어 컬러만 봐도 아실 수 있겠죠(웃음). 옷도 노란색이 들어간 것들로만 스타일링해요.

이렇게 취향 확고한 한예슬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요. 소소하게 나만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죠. 오늘 같은 비주얼 작업을 할 때는 대사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그 감성을 이끌어갈 무드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음악은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죠. 예전엔 무드 있고 그루브한 걸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익사이팅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이 좋아요. 힙합이나 비트가 강한 사운드를 들으면 왠지 내면 깊숙이 가라앉은 감성도 더불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한마디로 저에게 음악은 비타민이죠. 

‘운동’에 빠진 지금이 힙합이라면, ‘사랑’에 빠지면 어떤 장르일까요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제가 어느 순간 로맨틱한 발라드나 부드러운 샹송을 듣고 있다면 그건 제가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이건 진짜 비밀인데(웃음). 단언컨대 지금은 파워플한 힙합입니다.



블랙 후디드 티셔츠와 그레이 브라운 레깅스는 Fondement.



형광 옐로 오버 핏 스웨트셔츠는 Fondement. 화이트 사이하이 부츠는 Amina Muaddi.



그 감성으로 여행을 다녀온 건가요 진짜 여행을 좋아해요. 최근에 일이 있어서 밀란에 갔다가 기차 타고 피렌체로 날아갔어요. 피렌체는 예전에도 여러 번 갔는데, 이번엔 즐기는 방식이 좀 달랐죠. 뮤지엄이나 갤러리 같은 관광지 대신 좁은 골목길을 걷고 또 걸었어요.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피렌체를 기웃거리는 영락없는 동네 한량 언니였죠(웃음). 몇 시간씩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방에서 꼼짝 않고 지내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치이는 대신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던 여행이었어요. 

혼자 여행하는 걸 즐기나요 일이 아니면 거의 모든 여행을 혼자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친구들과 가면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다 오는데, 갔다 온 후에 더 깊게 생각나는 건 혼자 떠난 여행이더라고요. 미켈란젤로 언덕에 앉아 석양을 보는데, 너무 외로운 거예요. 쓸쓸하고 지루하고, 외로워서 다음 여행은 반드시 친구와 와야지 했는데 역시 집에 오니 그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감정적으로 가장 센티멘털한 순간이 결국 가장 아름답게 남는 것 같아요. 

한예슬의 30대, 잘 가고 있나요 롤러코스트 같죠. 아시다시피 올해는 더더욱(웃음).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머물러 나를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건강’에 집중하게 됐고, 매 순간을 즐기게 됐죠. 주어진 시간, 상황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예전엔 깨닫지 못했거든요. 덕분에 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했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컨디션이 좋아야 그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요. 아무튼 앞으로 남은 30대의 시간은 더 밝고 건강한 기운으로 채워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하게 겪게 되는 그 모든 일들에 대해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자기 선택의 몫인 것 같아요. 내가 처한 상황이 위축되고 불안하다고 해서 삶이 내 기분을 맞춰주지는 않아요.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 상황을 뚫고 나아가는 게 자신을 위해 좋지 않을까요. 내가 건강하고 내 삶이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해야 주변도 돌아보고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활기찬 인생을 살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거예요.

CREDIT

사진 김진엽
스타일리스트 이정아
컨트리뷰팅에디터 김민경
헤어 백형권
메이크업 박혜령
어시스턴트 박지영, 김호진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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