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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9. FRI

CAPTAIN JOHN CHO

존 조의 초상

볼륨을 최대치로 키운 할리우드 생태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유연하고 자유롭게 나아간다

터틀넥은 Todd Snyder. 수트는 Officine Generale.



코트는 Stella McCartney. 니트는 Maison Kitsune. 팬츠는 Todd Snyder.



이른 아침 LA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존 조의 첫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젠틀하다’가 될 것이다. 촬영장에 모인 낯선 스태프들에게 먼저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자신의 이름을 모를 리 없는 그들에게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함께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진심을 담아 전했다. 또한 그는 거침이 없었다. 미국의 정치에 대해, 할리우드의 화이트 워싱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자신의 의견을 힘주어 말했다. 1997년 드라마 단역으로 시작해 <아메리칸 파이> <해롤드와 쿠마> <스타 트랙>과 <콜럼버스> 등을 거치며 견고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동안 존 조는 아시안-아메리칸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가장 성공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놀라운 현상의 한복판에 선 그는 여전히 진중하고 여유롭다.


2년 전, 할리우드 영화에 아시안 배우 출연을 요구하는 ‘#StarringJohnCho’ 해시태그 운동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복잡한 감정이었어요.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건가. 한편으로는 내가 이 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기도 했죠(웃음). 미국에서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오랜 시간 여러 시도가 계속되어 왔지만, 여전히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걸 꺼리죠. 하지만 ‘#StarringJohnCho’는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어요.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좀 더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거죠.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백인 남자 주인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 자리에 저 혹은 다른 아시안?아메리칸이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오랜 시간 끄집어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던 주제를 이슈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서치>에 관해 다양한 반응을 듣고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게 잘 봤다는 감상평이 대부분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화법과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부모들은 영화를 통해 아이들을 이해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어요. 어떤 편견도 없이, 아시안-아메리칸이 꼭 주인공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영화에 우리가 등장했고, 그것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서치>는 한국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어요. 영화가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당신은 발달한 인터넷 인프라 때문인 것 같다고 했지만, 주연인 당신을 흥행 이유로 꼽은 사람도 많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기쁘네요. 내겐 늘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미국에 살고 이곳에서 일하지만 뿌리인 한국과 연결되는 느낌은 내게 굉장히 중요해요. 궁금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나를 아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에요. 또 한국영화계가 아시안-아메리칸이 출연하는 할리우드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요. 흔히 할리우드영화라면 백인이나 흑인이 나오는 영화를 떠올리잖아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런 인식을 바꿔줄 좋은 기회였겠네요 맞아요. 이렇게 비주류 아시안-아메리칸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할리우드영화를 전 세계 관객이 관람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화가 아닐까 해요.

많은 영화가 카메오 역할로 다른 인종을 몇몇 등장시키고 마치 다양성을 추구한 것처럼 굴기도 하죠 할리우드가 진정한 다양성을 보여준 셈이죠.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로 일하며 미국과 한국, 이 두 나라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로 양쪽 모두 만족시킬 방법을 말이죠. <서치>는 아시안 가족이 주인공이지만 전형적인 아시안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왜 영화의 주인공이 한국인이어야 하는지 설명하지도 않아요. 바로 이 점에서 이 영화가 두 나라의 창의적인 연결고리가 됐다고 생각해요.

<서치>는 연출 방식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영화이기도 해요 다양성을 만드는 건 아티스트들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아니시 차간티 감독은 내가 주인공이면 투자가 어려울 걸 알면서도 나를 캐스팅했어요. 이처럼 아티스트라면 사업적 계산 없이 주체적으로 원하는 걸 주장할 수 있어야 해요. 저는 이 모든 관심이 할리우드가 아닌 감독과 작가, 배우 등 아티스트들에게 맞춰졌으면 해요. 배우로서 크게 유명해지고 성공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나를 인정하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제겐 정말 중요해요. 어떤 잣대나 기준 없이 예술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영화계도 블록버스터 아니면 작은 독립영화로 이분화되고 있어요. 국제적인 영화가 그 중간을 메우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이런 변화가 할리우드를 위한 아시안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규정화된 아시안 문화를 팔아 할리우드가 돈을 버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스웨터와 팬츠는 모두 Office Generale.



코트는 Stella McCartney. 팬츠는 Todd Snyder. 티셔츠는 Cos. 슈즈는 Pierre Hardy. 메이크업 제품은 모두 MAC. 헤어 스타일링 제품은 Byrd Hair.



오늘 함께한 당신의 스타일리스트 진 양(Jeanne Yang) 역시 코리언-아메리칸으로서 케이티 홈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다양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일해 왔죠. 오늘 촬영처럼 아시안이 많이 보이는 현장과 백인 혹은 흑인 위주의 현장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나요. 진 양과는 오랫동안 일해 왔어요.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잘 알고 있죠.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빨라요. 코리언-아메리칸이라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녀와 함께 일할 이유는 충분하죠. 촬영 현장에서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요. 다양한 사람들이 기회를 얻었다는 걸 증명하니까요.

데뷔 초기에는 현장에서 확실히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의 당신은 좀 달라 보일 수밖에 없었고요. 촬영장에 가면 난 늘 엑스트라로 오해받곤 했어요. 조감독조차 나를 엑스트라 대기실로 안내하곤 했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배우로 막 데뷔했던 1990년대 말, 한 시트콤에서 중국 배달원 역할을 맡았는데 중국인이 미국 남부 사투리를 쓰는 게 웃음 포인트였어요. 역할을 맡으면서도 좀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죠. 연기를 하다가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져서 둘러봤더니 중년의 백인 남자들만 웃고 있더군요. 끔찍했죠.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예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연기를 하는 데 이런 신념은 굉장히 중요해요.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아시안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요.

당신 안에는 국적이나 인종 말고도 수많은 정체성이 존재하겠죠. 개인적으로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남편과 아빠로서의 역할이에요. 저희 가족은 제가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왔죠. 부모님은 항상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과 보낼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어요. 내 아이들에게는 이를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커리어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상관없어요. 저의 중심은 언제나 가족이에요.

<피플>지가 뽑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중 한 명으로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하하. 어린 시절,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나가서 걷다 오곤 했어요. 그게 정말 도움이 됐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걷곤 해요. 또 하나,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당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어떤 타이틀이 더해질까요 영화 하나를 막 끝냈어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타이거테일 Tigertail>이라는 작품으로, <마스터 오브 제로 Master of None)와 <포에버 Forever>를 쓴 대만계 각본가 알란 양(Alan Yang)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어요. <서치>처럼 아시안-아메리칸 배우들이 많이 등장할 예정이에요. 뉴욕과 대만을 오가며 한 남자와 그의 딸이 각자의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적인 영화죠. 힘들었지만 도전적인 작업이었어요. 2019년에는 공포영화 <그루지 The Grudge>를 리메이크한 리부트 작품이 개봉할 예정이에요.

이번 기사의 제목을 ‘캡틴 존 조’로 정했어요. 당신의 캡틴은 누구인가요 존 레넌을 꼽고 싶어요. 나와 가족 모두 그의 음악을 사랑해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이에요. ‘로큰롤’이라는 장르로 아내와 아이를, 가족을 노래했잖아요.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없어 보여요.

CREDIT

에디터 이마루
글 조소영
사진 이승엽
스타일리스트 JEANNE YANG
헤어 &메이크업 PAIGE DAVENPORT
디자인 이효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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