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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3. SAT

DOONA THE FIRST AND THE BEST

절정의 배두나

배두나의 행보는 늘 어딘가 남달랐고, 지극히 자기다우며, 창조적인 영감을 선사한다. 지금, 더욱 깊고 강렬해진 배두나의 눈빛이 빛을 발하고 있다



칼라에 스터드를 장식한 뉴트럴 컬러의 오버사이즈 재킷, 플리츠 장식의 블라우스,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마지막 컷을 찍으러 오늘의 주인공이 위층 스튜디오로 올라간 사이, 메이크업 룸의 바깥은 분주해졌다. 숨겨뒀던 꽃다발과 풍선, 케이크가 세팅되고 들뜬 기다림 끝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생일 축하합니다!” 배두나의 생일을 하루 앞둔 10월 10일, <엘르> 코리아 창간 26주년을 기념하는 커버 촬영이 이뤄진 이날은 확실히 축하할 일이 많았다. 소속사 관계자들과 <엘르> 팀 그리고 루이 비통까지 모의한 서프라이즈에 배두나는 우아한 제스처로 감사를 표했다. 사실 축하할 일은 또 있었다. 올해는 그가 연예계 데뷔 20주년을 맞는 해. 1998년 모델로 데뷔한 배두나는 자기만의 색을 지닌 연기자로, 일본과 할리우드 등에서 세계적 창작자들의 러브 콜을 받는 글로벌한 배우로 독보적 이력을 만들어왔다. 최근 배두나는 기존의 페이스와 달리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지난해 7년 만에 찍은 국내 드라마 <비밀의 숲>을 기점으로 영화 <마약왕>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그리고 이제 막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최고의 이혼>까지 쉼 없이 작품을 이어가는 중. 그런 틈틈이 루이 비통의 뮤즈로 해외 컬렉션에 참석해 세계적 톱 모델들과 나란히 런웨이를 걷기도 했다. 어젯밤에는 ‘강휘루’가 되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쓸쓸히 읊조리는 말이 마음을 울리더니, 오늘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지닌 스타일 아이콘으로 <엘르>의 뷰파인더를 채운다. 하이패션을 이토록 또렷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소화하는 한국 배우가 또 있을까.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자에게 전에 없던 향기가 느껴지듯,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온 배두나 역시 인생과 예술을 바라보는 무르익은 관점이 드러난다. ‘스타일’이란 것이 그 사람의 창조적 작업과 삶의 방식, 인생을 대하는 태도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배두나를 통해 본다.



정교한 짜임이 돋보이는 에스닉한 그래픽 패턴의 니트 톱은 Louis Vuitton.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체크 재킷과 유려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화이트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슬릿 디테일과 파워 숄더가 돋보이는 니트 소재 드레스와 매듭 형태로 맨 레더 벨트, 다리 라인에 잘 맞게 피트되는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생일을 맞는 기분은 어떤가요 내년 10월이면 만 40세가 돼요. 뭔가 특별히 자축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그냥 조용하게 보내려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축하를 받으니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격려가 돼요. 생일이래도 항상 조용히 지나갔는데, 내년에는 파티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드라마 <최고의 이혼> 방영이 시작됐어요. 첫 방송은 어떻게 봤나요 작품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진 못했어요. 아직 2회밖에 안 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더라고요. 대본이 좋은 것과 별개로 늘 찍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니까요. <마약왕> 찍고 <킹덤> 찍고 <센스8>까지 끝내고 나니 드라마를 한 편 하고 싶더라고요. 지난해에 <비밀의 숲>으로 7년 만에 드라마를 했는데, 석 달간의 시간이 너무 좋은 기억이 됐어요. 다시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들어온 작품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걸로 골랐어요.  
이혼이란 소재가 친숙하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점에 끌렸나요 <최고의 이혼>이 좋았던 건,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별이라든가 소통에 관한 문제는 누구나 경험하는 거잖아요. 인간관계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런 생각 다들 하지 않나요? 관계에서 오는 문제라는 게, 실은 남이 잘못했다기보다 자기 안에서 발발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던 부분이라 대본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어요.
‘강휘루’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나 도전점은 우리 드라마가 연기하기 쉽지 않아요. 뭔가 크고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별로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현실적으로 리얼한 감정을 불러내야 하는 것, 그런 게 하나의 도전이고 재미인 것 같아요. 나는 석무(차태현)랑 휘루가 똑같은 사람인 것 같거든요. 둘이 붙어 있을 때는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인데, 나가서 하는 행동은 되게 비슷해요. 둘 다 자기 결여가 있는 사람들인데,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죠. 석무보다 휘루가 더 다혈질이기 때문에 감정의 폭이 커요. 막 울고 오열하다가 나가서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웃음). 그걸 어떻게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보이게 하느냐가 제 몫이겠죠.
지난해부터 정말 ‘열 일’을 하고 있어요. 오는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킹덤>에 대해 살짝 얘기해 준다면 <킹덤>은 사극 좀비물이고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첫 오리지널 드라마예요. 지난겨울, 영하의 날씨에 포천, 포항, 경주를 돌면서 처절하게 찍었어요. 사극 출연이 처음이라 쪽 찐 머리를 한 제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어요. <센스8>을 촬영하면서 경험했듯이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에게 최고의 플랫폼이에요. 창작자들을 존중하고 굉장한 자유를 주죠. 로컬 콘텐츠는 상황이 좀 다르겠지만, 김은희 작가님도 원 없이 ‘죽이고 싶은 만큼’ 쓰셨다고 들었어요(웃음). 재미있을 거예요. 



독특한 텍스처가 눈길을 끄는 커팅과 매듭 디테일이 돋보이는 미니드레스는 Louis Vuitton.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이 조화를 이룬 루스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길게 늘어지는 메탈 드롭형 이어링, 블랙 & 골드 컬러가 조화로운 스니커 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섬세한 플리츠 장식이 돋보이는 라벤더 컬러의 톱은 Louis Vuitton.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고 아이유가 출연하는 단편영화 작업도 궁금해요. 어린 여자 배우들(고아성, 김새론)과 늘 호흡이 좋았는데 맞아요, 저 여자랑 ‘케미’ 좋아요. 이경미 감독이랑 언제 한번 작업을 도모하고자 서로 연락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내요. 어느 날 문자로 ‘아이유랑 단편을 찍는데 한번 나와줄 수 있느냐’고 해서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더니, 테니스를 치는 거래요. “테니스요? 그럼 할게요”라고 했어요. 공짜로 테니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니까요. 한 달 동안 열심히 테니스를 배우고 촬영했는데,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유, 연기도 잘하고 아주 매력적이더라고요.

한동안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돌아온 한국의 일터, 어떤가요 외국에 나갔다 오면 집의 고마움을 더 알게 돼요. 한국 배우는 한국에서 일하는 게 제일 좋지요.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런던에서 2~3년 영어를 배웠다 해도, 영어 연기는 아직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의 50~60%만 발휘되는 것 같아요. 다만 ‘좀 더 치열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센스8> 같은 경우 정말 치열하게 찍거든요. 워쇼스키 감독님은 포기를 몰라요. 암스테르담의 한 박물관에서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9개월 동안 관계자를 설득하기도 했어요. 가끔 예산이나 다른 무언가 때문에 타협해야 할 때 아쉽게 느껴져요. 어디서나 갈증은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둘을 동시에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고 있지요. 

작품을 선보이는 템포가 갑자기 빨라진 건 좋은 기회가 많아진 건가요, 그저 우연인가요 사실 이렇게 바쁘게 활동하게 된 건 제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에요. <킹덤> 같은 경우는 물론 작품도 좋았지만, 김성훈 감독님을 보고 선택했어요. 영화 <터널>을 찍으면서 감독님의 연출력이나 인성에 감동받아 다음에 부르면 꼭 가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예전 같으면 내가 이걸 했을 때 후회할지 안 할지를 되게 따졌을 텐데, 지금은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이것도 도전이야, 이번에 한번 깨고 가면 나는 업그레이드될 거야. 그런 마음? 나이가 들어 무모해진 건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이번 드라마나 이경미 감독과의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힘이 되고, 쓰임이 있으면 가서 하는 거죠. 그런 여유가 생긴 내가 좀 멋있어 보여요. 하하.

루이 비통의 글로벌 뮤즈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오늘 커버 촬영차 입은 의상에 대한 느낌을 나눈다면 원래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되게 좋아해요. 오늘도 입어보면서 ‘이것도 예쁘네, 저것도 예쁘네’ 그랬어요. 작품을 많이 앞두고 있어서 입을 일이 많을 것 같아 쇼를 보면서도 신났거든요. 니콜라(제스키에르)의 스타일을 좋아해요.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의상을 소화했을 때의 뿌듯함이 있죠.



모노크롬 컬러 대비가 멋스러운 점프수트와 스티치 장식의 레더 벨트, 하이톱 레이스업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소매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플리츠 장식의 롱 드레스와 매듭 디테일로 묶은 레더 벨트, 투박한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루이 비통 광고 캠페인과 런웨이에 우리가 아는 배두나가 나왔을 때의 짜릿함을 기억해요. 브랜드 뮤즈로서의 활동이 본인에게 지닌 의미는 전례 없던 일이잖아요. 루이 비통이 처음으로 한국 대표를 뽑았고, 그게 저라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죠. 받는 대우만 부각되는 건 조심스러운데, 그만큼 존중받는 사람이 됐다는 게 뿌듯하고 내가 나가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 루이 비통은 무엇보다 각별한 브랜드예요. 니콜라와는 서로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됐고요. 만약 재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 루이 비통을 사랑할 것 같아요.

이달 창간 26주년을 맞아 ‘Asian Wave’ 스페셜 기사를 준비 중이에요. 국제 활동을 펼치는 배우로서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좋은 일이죠. 그동안 아시아 배우의 영역이 정말 좁았거든요. 이 시대에 인종의 벽을 허무는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렇게 선구자들이 생겨나는 건 고무적이에요. 사실 아시아 웨이브보다 제가 피부로 확실히 느끼는 건 K웨이브예요. 한국영화나 K팝은 이미 굉장히 존중받고 있어요. 우리 고유 콘텐츠로 세계에 뻗어나간다는 것, 그건 진짜 대단하고 특별한 일 같아요. 미국 에이전트와도 그런 얘기를 나눠요. 나는 어디서나 국경 없이 일하고 싶지만, 한국영화를 놓지 않을 거라고. 에이전트도 동의해요. 한국영화 속에 내가 있으면서 해외에 나가는 게 더 파워플하죠.

예전에 출간했던 <런던놀이> <도쿄놀이> 같은 책이 기억나요. 여자가, 혼자서, 외국을 맘껏 다니며 ‘놀이’라는 말을 쓰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도요. 요즘은 어떤 놀이에 빠져 있나요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의 흐름이 일 중심이 됐어요. 제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꿈이 현모양처였거든요(웃음). 흐르는 대로 가다 보니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고,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연기고, 점점 더 매달리게 돼요. 그러다 보니 그걸 안 하고 있을 때 힘들잖아요. 그럴 때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달랜 시간을 놀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당시엔 연기도 별로 자신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내가 꼭 하고 싶은 작품만 했거든요. 내가 연기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작품을 깐깐하게 고르던 시기라서 지금보다 빈 시간이 많았죠. 요 몇 년간은 정말 일만 했어요. 잘 안 놀아요.

<라디오 스타>에서 비행기 타는 이야기를 하며 “미련 없이 살았다”고 했어요. 정말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네, 그래요. 한 가지 미련이 남는 건, 아이를 못 낳아본 거? 저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눈앞에 기회가 오면 뭐든지 잡아서 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볼 만한 건 다 한 것 같아요. 꽉 채워서 살았어요.

아직도 우리는 배두나에게 거는 기대가 많아요. 2018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바로 어제가 생각나네요. 잘 헤아려보지 않아서 저도 잘 몰랐는데, 올해가 연예계 데뷔 20주년이더라고요. 어제 팬들이 현장에 찾아와서 데뷔 때 화보들을 모아 제본한 책을 선물로 줬어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되게 특별했어요. 길바닥에서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CREDIT

사진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패션에디터 정장조
피처에디터 김아름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고원혜
세트스타일리스트 JAMIE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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