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8.10.27. SAT

RIGHT ON TIME

신혜선의 새로운 시간

신혜선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을 지나 가장 완벽한 시점에 우리 곁에 다가왔다

스웨이드 트렌치코트와 스카프, 펌프스는 모두 Burberry.



스웨이드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는  모두 Burberry. 브라운 가죽 스트랩과 우아한 케이스의 조화가 아름다운 ‘트래디션 오픈 하트’ 시계는 Tissot.


드라마가 끝난 뒤 <엘르>와 LA에 다녀왔어요. 평소 작품을 마치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특별히 무언가를 하기보다 집에서 쉬어요. 여행도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더라고요. 휴식기를 잘 즐기지 못하는 편이에요. 일 욕심이 많아 다음 스텝을 걱정하거든요. 바로 새 작품에 들어가야 마음이 편안해요.

이번 경험으로 그런 생각이 달라지진 않았나요 며칠간 마음 놓고 쉬면서 털어내고 비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결과에만 신경 썼지, 지친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식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축적된 피로가 이번에 싹 풀렸어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17세 때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13년이 지나 깨어나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정신연령이 10대에 머물러 있는 캐릭터는 배우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매 장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17세 소녀를 과장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게 숙제였어요. 캐릭터의 정신연령보다 기본적 성향에 더 무게를 두고 연기했어요. 10대 시절이나 지금이나 저는 말투와 표정, 행동이 비슷해요. 주위에 물어봐도 그렇고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 차가 아니라 보통 사람에 비해 더 맑고 순수한 캐릭터에 집중했어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혜선의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기뻐하고 설레어 하고 슬퍼하고 속상해하는 감정 그대로 말이죠 그 점이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에 도전할 수 있었죠. 아껴둔 초코파이를 우진(양세종)이 깔고 앉은 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얼굴 위에 만화처럼 빗금이 쳐졌으면 어땠을까 싶어요(웃음).
많이 울기도 했잖아요. 매회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신혜선은 역시 우는 연기를 잘한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울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우는 연기는 어려워요. 촬영 날이 되면 눈뜨는 순간부터 걱정돼요. 이번 드라마는 밝은 분위기니까 다행이다 싶었는데. 우는 장면이 좋은 점도 있어요. 마음이 힘들 때 연기하면서 크게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요.



터틀넥과 유니크한 실루엣의 재킷, 투 톤의 체크 프린트가 연결된 롱스커트, 캐주얼하게 연출한 가방과 워커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니트 톱과 플리츠스커트, 체크 프린트의 무통 점퍼는 모두 No°21.



컬러플한 톤의 페이크 퍼가 믹스된 코트는 Vivienne Westwood, 링 귀고리는 Vintage Hollywood. 매트한 골드 톤의 세련된 안경은 Maska.



레드 톤의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와 무통, 스터드가 믹스된 데님 재킷은 Coach. 십자가 귀고리는 Swarovski. 부티는 Stuart Weitzman.


다른 누군가의 눈물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적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서 눈물을 보이면 같이 울어요.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사소한 다툼이었는데 저한테 언니가 “네가 그렇게 말해도 실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참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데 순간 울컥했어요.
너무 기뻐서 울었던 건 언제였나요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면서 울먹였어요.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좋은 일이 생기면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여요. 크게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왠지 좋은 기운이 사라지거나 나중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무뎌질 것 같아서요.
17세 때는 어떤 기질을 가진 아이였나요 향상심이랄까,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했어요. 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와 춤, 노래를 배웠는데 시험을 보면 등수가 매겨졌어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컸어요.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법을 배웠죠.
경쟁에는 단련이 됐나요 그럴 리가요. 저란 사람은 편안한 상태에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가받는 오디션이 불편하고 힘들어요. 배우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겨우겨우 오디션을 봤어요. 경쟁은 어렵지만 도태되고 싶진 않았어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대사가 생각나네요. 배우가 되기 위해 선택한 것 중 잘한 건 무엇인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였어요. 그 결심이 가장 잘한 선택이죠.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만약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 가지 꿈만 갖고 살아온 탓에 연기 말고 다른 경험이 없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바이올린 유망주를 연기했는데 조금이라도 바이올린을 배웠다면 더 잘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아요.
배우로서 자양분이 된 취미나 관심사가 있을까요 평생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게 두 가지 있어요. 만화와 연기예요. 생각해 보면 만화를 본 게 좋은 학습이 됐어요. 만화는 표현력이 풍부하잖아요. 캐릭터가 이 상황에서 어떤 심경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이 극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가요. 연기도 똑같아요. 배우를 안 했다면 만화가가 됐을지도 몰라요. 중학교 때까지 스토리를 구성해 공책에 만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요즘도 상상을 즐겨 하나요 이상하게 들리려나(웃음)? 화장실에 무작정 앉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상상을 해요.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런 느낌의 캐릭터를 하면 좋을 텐데, 그럼 대사는 뭘까? 혼자 대사를 만들어 연습해 보고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봐요. 화장실이 일종의 연습실이죠. 실제로 촬영 때 그렇게 했던 걸 꺼내 쓰기도 해요.
‘득조가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는 ‘아름다운 인연을 처음으로 만났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의미 있게 쓰였어요. 배우로서 그런 인연을 꼽는다면 <고교처세왕>을 통해 좋은 분과 인연을 맺었어요. 여기서 함께한 유제원 감독님, 양희승 작가님과 <오 나의 귀신님>도 했고 <고교처세왕> 작가였던 조성희 작가님의 <그녀는 예뻤다>에도 캐스팅됐어요. 또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통해 조성희 작가님과 다시 만났어요. <고교처세왕>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블랙 터틀넥은 Burberry.  25mm의 아담한 다이얼에 브랜드의 상징인 ‘르 로끌’ 문양을 장식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뉴 르 로끌 레이디’ 시계는 Tissot.



이너 웨어로 매치한 터틀넥과 체크 니트 베스트, 니트 스커트, 아우터웨어로 연출 가능한 롱 카디건, 핸들의 그래피티 프린트가 멋스러운 토트백은 모두 Vivienne Westwood.



블랙 터틀넥과 카디건, 랩 스타일의 킬트 스커트와 데님 팬츠, 미니 사이즈의 체인 백과 스카프, 부츠는 모두 Burberry.


올해 서른 살이 됐어요. 막연히 꿈꿨던 서른 살의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닮았나요 어릴 때의 계획대로라면 결혼해서 지금 아이가 있어야 해요. 어느 정도 어른이 되고 안정기에 접어들 줄 알았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도 거창했어요. 하지만 20대를 맞고 나이를 한 살씩 먹을 때마다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했어요. 그래서 한 단계씩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어요.
20대의 신혜선을 가장 크게 흔든 일은 초반에는 오디션을 알아보러 다니고 집에 돌아와서 지쳐 잠자는 게 일상의 전부였어요. 반면 감정의 동요는 컸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아파야 해? 나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저 친구는 어떻게 잘된 거지? 아냐,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해. 근데 난 뭐가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들로 혼란을 겪었어요.

무너지지 않도록 어떻게 중심을 잡았어요 가족이 많은 의지가 됐어요. 엄마가 늘 “우리 혜선이는 잘될 거야”라고 말해 줬어요. 그땐 격려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불안한 마음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가족이 저를 잘 잡아줬기 때문에 그 시기를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커피의 쓴맛을 음미할 줄 아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이해되는 것들이 있어요. 전에는 몰랐지만 요즘 새롭게 와닿는 것이 있다면 거창한 건 아니고 어른들의 일상적인 충고를 하나씩 체감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어릴수록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서른이 넘어가면 몸 상태가 달라진다” 등등 그런 말을 왜 했는지 이제 이해가 돼요(웃음).

앞으로 무엇이 가장 기대되나요 어릴 때는 늘 불안하고 위축돼 있었어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익숙했어요. 최근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의연한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진짜 이상한 어른도 많아요. 절대로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면 누구나 잘못할 수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어른이 종종 있어요. 나이가 많다고 주위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기도 해요. 그런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죠.

어른이 돼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기쁘면 기뻐하고, 재미있으면 재미있어하고, 슬프면 슬퍼할 줄 아는 순수함! 그런 솔직한 감성은 나이 들지 않았으면 해요.

먼 훗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을 때 어떤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기록되고, 그게 인상으로 드러나잖아요. 미래의 제 얼굴은 ‘웃는 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웃을 일이 참 많아요.

CREDIT

사진 주용균
스타일리스트 곽새봄
에디터 김영재
헤어 조영재
메이크업 이지영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