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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SAT

SHE IS BACK

김태희, 다시 우리 곁에

김태희가 오랜만에 <엘르> 화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세 글자가 이렇게 기대감을 부추긴 건 처음이다. 반박 불가 절대미의 기준, ‘예쁜 여자’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쓰이는 이름, 김태희. 2017년 새해 벽두에 전해진 깜짝 놀랄 러브 스토리부터 너무 소박해서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흑백 결혼사진 그리고 한 생명의 탄생에 관한 소식까지, 그 이름이 잊힌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엘르> 뷰파인더 너머에서 개인 화보와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하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다. 더욱이 그가 직접 제안한 화보 컨셉트는 예상 밖의 내용이었으니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태희는 드레스 룸을 가득 채운 옷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편안하고 과장되지 않은 의상을 선택했다. 눈·코·입이 그림처럼 대칭을 이루는 작은 얼굴이 화면을 채울 때마다 좌중은 감탄했으나, 본인은 느슨하게 포착된, 어딘가 흐트러진 컷을 더 좋아했다. 오롯이 배우로서 다시 마주한 김태희는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했다. 마지막 작품인 <용팔이>에서 보여줬던 도전적인 변신을 떠올려보면, 3년에 가까운 공백기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순리를 받아들이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톱 스타의 담담한 용기. 아름다운 얼굴에서 새롭게 배어나올 기쁨과 슬픔, 환희, 절망 등 진짜 인생의 다채로운 감정을 가만히 그려봤다. 



커팅과 로고 디테일의 화이트 티셔츠는 Bubulee. 



메탈릭 컬러의 터틀넥 니트 원피스는 Chanel.



섬세한 플라워 모티프의 튜브 톱 드레스는 Miu Miu.


오랜만에 혼자, 배우로서 화보 촬영을 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광고 사진이 아닌, 이런 화보 촬영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더욱이 전에 찍었던 패션 화보와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진행해서 즐거웠어요.

흰 티셔츠에 청바지, 본인이 원했던 아이디어라고 들었어요 사실 그 전에는 화보를 찍을 때 주변에서 원하거나 시키는 대로,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팬에게 제 모습을 공개하는 거니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 원래의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이렇게 맨 얼굴에 청바지, 티셔츠 차림으로 다닐 때가 많거든요.

‘김태희’라면 자동반사적으로 ‘예쁘다’는 말이 떠올라요. 예쁘다는 것은 김태희란 배우의 독보적인 자질이나 무기일 때도, 때론 뛰어넘어야 하는 편견일 수도 있을 텐데 감사한 일이죠. ‘예쁘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잖아요. 다만 그 때문에 항상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거나 얽매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 서면 제일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관리를 게을리한 것처럼 비치진 않을까? 칭찬만 받다가 어느 날 비난받게 되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이 든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내 얼굴의 주름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주름이 생기지 않게 억지 표정을 짓는 게 아니라, 덜 예뻐 보이더라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할 때든 아니든 그러고 싶어요.

쉽게 말하지만 중대한 변화처럼 느껴지는데요 이제는 내려놓고 싶어요(웃음). 인위적으로 세팅된 모습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평소의 저는 눈에 힘을 주고 똑바로 뜨고 있을 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아요. 내가 평소에 많이 짓는 표정,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편안하게, 부담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면모 중에서 가장 아끼는 점은 그동안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점? 착한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좀 더 이기적인 게 프로페셔널한 건 아닌지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부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누구든 잘못하거나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다만 그때 죄책감을 느끼고 그러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후자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게 있나요 운동은 늘 열심히 해요. 예전부터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오랜 시간 PT를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가 직업병처럼 목과 어깨가 뭉치고 등이 아파서 시작한 게 필라테스예요. <용팔이>를 찍을 때 함께 출연한 채정안 언니가 선생님을 소개시켜 줬는데, 참 좋은 운동이더라고요. 필라테스를 통해 몸의 밸런스를 찾으면서, 앞서 말한 통증 같은 것도 완전히 사라졌어요. 한동안 어쩔 수 없이 좀 쉬었다가 다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벌룬 슬리브 화이트 셔츠와 롤업한 코튼 팬츠는 모두 Polo Ralph Lauren.




언밸런스한 소매가 유니크한 랩 드레스는 Valentino.


복귀를 위한 준비인가요? 촬영장이 그립진 않았는지 촬영장이 그립다기보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 마음에 ‘꽂히는’ 대본을 봤을 때의 설렘 같은 게 너무 그리워요. 그런 작품이 운명처럼 다가와줬으면 좋겠는데…. 기다려야죠(웃음).

필모그래피를 더듬어보면 액션, 멜로, 사극 등 꽤 다양한 장르와 예상 외의 도전 흔적이 보여요. 그동안 걸어온 연기자의 길을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전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에요. 과거를 잘 돌아보지 않고 미래도 앞서 계획하지 않아요. 어떤 때는 내가 이런 장르를 안 해봤고,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 같아 도전한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고 마음 가는 대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남이 봤을 때는 되게 신중하고 계산적으로 움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에요. 알고 나면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웃음). 꽤 감정적이고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편이에요.

출연작 중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을 꼽는다면 모든 작품이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연기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마이 프린세스>.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보니 저도 많이 웃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저한테 가장 남다른,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 있는 것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예요. 초반에 시청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정적인 평도 많아 상처를 받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거든요.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단단해지는 것처럼, 확실히 뭔가 얻는 게 있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더없이 소중한 작품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챙겨 보나요 네, 최근에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봤어요.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JTBC의 <미스티>.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었고, 언젠가는 나도 저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 기준은 단순해요. 재미있으면 보고, 재미없고 집중이 안 되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잘 못 보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작품을 기다리고 있나요 저는 늘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탄탄한 스토리의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혹은 오늘 화보의 컨셉트처럼 평소 내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현실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적어도 50대까지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관객들이 저를 보고 싶어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길 바라요.

지난 1년 반, 인생의 커다란 사건을 경험하며 무엇을 느꼈나요? 세상을 바라보거나 인생을 대하는 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질문을 받고 나니 과연 뭐가 변했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전에 몰랐던, 기쁘고 행복하고 경이로운 감정들을 너무도 크게 느껴보고, 동시에 걱정과 근심, 화, 불안 등의 감정들도 몇 배로 느껴져요. 그만큼 삶이 풍부해지고 ‘진짜 어른이 되는 거구나’ 싶기도 해요. 이렇게 사는 게 사람다운 삶, 인간다운 삶 아닐까요? 훗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CREDIT

에디터 정장조, 김아름
사진 김영진
스타일리스트 이유진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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