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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SAT

THE NEW

혜리의 확장

특유의 유쾌함으로 힘차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스물다섯 이혜리의 터닝 포인트

화이트 롱 원피스는 Longchamp. 프린지 장식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부티는 Rekken. 골드 초커는 August harmony. 골드 펜던트 네크리스는 Mzuu.



스터드 장식 칼라의 재킷은 Alexander Wang. 블랙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크리처 영화 <물괴>는 이혜리의 첫 번째 필모그래피에요 맞아요. 첫 영화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 중에서 혼자 생각하고 선택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해서 의미가 커요. 우리나라에서 지난 몇 년간 다루지 않았던 괴수물이라는 점, 나조차 낯선 사극 속의 내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기대로 생각보다 쉽게 결정했어요. 기존 이미지 때문에 사극 분장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얼굴에 ‘흙칠’해 놓으니까 또 괜찮은 거예요(웃음). 제가 연기한 ‘명’은 산골 깊숙한 곳에 사는 아이거든요.

사극 괴수물이라는 장르가 작업하는 동안 함정이 되진 않았나요 아무래도 낯설고 어려웠죠. 사극 말투를 쓰는 것도 그렇고, 물괴 없이 물괴에 대항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에 물괴 대신 ‘메뚜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하하. 이 얘기해도 되나? 맞아요. 초록색 ‘쫄쫄이’ 의상을 입고 물괴의 시선을 리드해 주는 분이 계셨는데 저희끼리 그를 ‘메뚜기’라고 불렀어요. 처음에 메뚜기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거예요. “아, 웃겨서 못하겠어요!” 그랬다가 차츰 적응해 나갔죠(웃음).

메뚜기에게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외에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뭐예요 명은 물괴에 대항하는 수색 팀의 유일한 여자예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연약해 보이지 않은 여자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문제가 되는 역할이 아니길 바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아직 편집본을 못 봤는데, 요즘 잠이 안 올 정도로 긴장돼요.

액션 장면 연습은 할 만했나요 제겐 액션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액션 스쿨 다닐 때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더 재미있게 연습한 것 같아요. 제가 또 운동신경이 좋더라고요(웃음). 촬영장에서 합을 맞출 때 겁을 내면 오히려 다칠 것 같아서 ‘그래, 한번 불살라보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액션 분량이 많진 않은데 그 적은 분량을 정말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하는 작품마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제가 선택한 부분도 있지만 <선안여고 탐정단> 시리즈 이후엔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홍일점 캐릭터를 주로 제안받아 왔어요. 이번 영화에서도 김명민, 김인권, 박성웅, 박휘순, 이경영 선배님, (최)우식 오빠까지…. 제가 배우 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아요. 다들 살갑게 대해주셔서 정말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가수에서 배우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즐거워요. 저는 ‘새로운 작업을 통해 내가 경험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첫 영화 작업을 통해서도 나름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고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회차별로 적게는 3일, 많게는 열흘의 공백이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며칠 만에 촬영장에 갔더니 낯선 느낌이 들어서, 그때부터 회차별 경험과 감정을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그 메모 도움을 톡톡히 받았죠.



화이트 롱 셔츠는 YCH. 와이드한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에 장식한 브로치는 The queen lounge.



스웨이드 롱 케이프는 Salvatore ferragamo. 사이하이 부츠는 Longchamp.



프린지 장식의 프린트원피스는 Etro.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요 엔딩에 가까운 신이라 내용을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연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한 번 더 촬영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힌 장면이 있어요. 밤 촬영이어서 모든 스태프가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오케이 사인까지 떨어진 신을 다시 한 번 촬영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더 못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마음 때문에요. 그런데 우식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한 번 더 찍으면 50을 더 얻을 확률이 있지만 안 찍으면 0이 되는 거라고. 용기를 내서 감독님께 요청드렸더니 모든 스태프들이 아무렇지 않게 찍자고 동의해 주시는 거예요. 그 순간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죠.

벌써 데뷔 9년 차예요 네, 열일곱 살에 데뷔해서 지금 스물다섯 살, 딱 좋은 때죠? 얼마 전 <놀라운 토요일>에 게스트로 출연한 김종민 오빠가 “너 아직도 스물다섯 살이야?”라며 놀라시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을 더 즐기고 싶고, 좀 천천히 미래를 맞고 싶어요.

<놀라운 토요일>을 볼 때마다 정말 편하게 방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예능감을 타고났나 봐요 제가 ‘예능 부심’이 좀 있는 데다 승부욕도 강해요. 그래서 다른 패널과 부딪치는 의견이 있을 때마다 꼭 고집을 부려요. 나 때문에 녹화시간이 길어지니까 다음부턴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막상 촬영장에 가면 “아니에요! 이게 맞아요!” 그러면서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거예요(웃음). 아마 시끄러운 저 때문에 불편한 시청자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재미있어 해주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 힘껏 즐기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절로 보여요. 자신과도 잘 지내나요 네, 되게 잘 지내요(웃음). 내적 갈등 있을 때도 있지만 후회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내가 선택했는데 누굴 탓하겠어!” 그러면서 ‘쿨’하게 넘겨버려요. 아,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딴따라>를 끝내고 10개월 정도 쉰 적 있거든요. 그전까지 5년간 쉬지 않고 달렸던 터라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을 때가 오더라고요. 저는 힘들면 얼굴에 다 드러나요. 그런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다행히 정말 잘 쉬었고, 그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터득했어요. 한 번 제대로 쉬었더니 괜찮은 마음이 오래가고 있어요. 그 쉼이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 심취해 있는 건 뭐예요 ‘이제 뭘 할까, 또 뭘 하면 좋을까?’ 생각 중이에요. 제가 배우로 데뷔한 게 아니어서 연기하는 재미가 뭔지 잘 몰랐거든요.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 아니, 그건 제가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겨울에 개봉하는 영화까지 두 편의 영화에 참여한 이후에 비로소 현장의 즐거움에 눈뜬 것 같다고 할까요. 수많은 스태프와 내가 연기한 캐릭터로 뭔가 해냈다는 쾌감이 느껴졌거든요. 촬영 현장을 생각할 때의 두근거림이 아마도 앞으로 제 배우 커리어를 이끌어가는 동기가 될 것 같아요.

커리어의 동기를 찾았다니 굉장한 일인데요 전 그때그때 주어진 것에 충실할 뿐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물괴> 이후 조금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직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이미지가 흐릿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지금이 좋은데!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랬던 원래 모습대로 사는 게 좋은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냥 왔다갔다 해요. 다만 이런 고민이 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물괴>가 개봉하면, 이 생각 중에서 확신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CREDIT

에디터 채은미
사진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박선희, 박후지
헤어 이상화
메이크업 고진아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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