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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FRI

PERFECT VISITOR

사카구치 켄타로, 순정만화처럼

보조개, 달변가, 문학청년, 긍정주의자, 해피 컬러. 사카구치 켄다로에게서 발견한 몇 가지


‘뭐야? 이 잘생긴 꽃미남은?’ 촬영장으로 들어서는 사카구치 켄타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히로인 실격>의 여주인공 하토리(키리타니 미레이)가 코스케(사카구치 켄타로)를 보고 외쳤던 대사를 마음으로 소환했다. 가까이에서 만난 그는 과연 ‘랜선남친’계의 선두 주자다웠다. 수채화로 붓질한 것 같은 반투명 피부, 조물주가 ‘스페셜 에디션’으로 빚어낸 듯 양 볼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보조개와 웃을 때마다 쨍하고 뜨는 반달 눈웃음이 소년의 천진함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사카구치 켄타로는 소년성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183cm의 큰 키와 어린 시절 배구를 하며 다진 잔근육에서 남성적인 면모가 흐르고 있었다. 웃을 땐 순진한 아이 같다가도 무표정할 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도무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사람. 이런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매력에 소녀들이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의 사카구치 켄타로는 얇고 투명한 습자지 같았다. 카메라가 돌자 순식간에 감정이 온몸으로 번졌다. 자신이 멋있어 보이는 포인트를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피사체는 정교한 표정과 포즈로 순식간에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을 지배해 버렸다. 방탄소년단의 ‘Fake Love’가 흐르고, 그의 몸에 리듬이 더해지자 카메라 셔터 소리도 빨라졌다. 찰칵, 찰칵, 사진가가 중간 결과물을 보여주려 하자 그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말했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자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읽혔다.



사카구치 켄타로라는 전설의 시작은 남성 패션지 <멘즈 논노 Men’s Non?No>다. 2010년 열아홉의 나이에 <멘즈 논노> 전속 모델이 된 그의 존재감은 여러 화보를 거치며 무성하게 가지를 쳤다. 그 매력을 영화계가 탐내지 않을 리 만무했다. 2014년 영화 <샨티 데이즈 365일, 행복한 호흡>은 그가 배우로서 처음 스크린에 발을 디딘 작품. 이후 무결점의 소년, 집착에 눈이 먼 남자 등을 두루 거치며 4년도 되지 않아 주연급으로 발돋움했다. “패션지 모델로 데뷔할 땐 지금 같은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는 그는 이미 이뤄놓은 성취보다 아직 열리지 않은 잠재된 재능 찾기에 몰두하겠다는 자세가 아름다운 배우다. “주변에서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굳이 범위를 제한하고 싶지 않아요.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달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내가 될지 모르는 상태로 가고 싶어요.”  사카구치 켄타로가 한국에 들고 온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그런 그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또 하나의 실험대다. 1960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켄지는 흑백 고전영화 속 공주 미유키(아야세 하루카)와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청년. “켄지는 허술한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캐릭터예요. 제가 스물다섯에 이 영화를 촬영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그때처럼 연기하지 못할 겁니다. 굉장히 좋은 타이밍에 제안이 와서 진심을 다해 연기했죠.” 사카구치 켄타로에게 스물다섯과 스물일곱 사이의 간극은 무엇일까? “소설로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책을 읽는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검증받은 명작도 제가 놓인 상황에 따라 울림이 없을 수 있어요. 평가가 좋지 않은 책이 저에겐 바이블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켄지는 적절한 타이밍에 제게 온 캐릭터예요.” 독서를 즐기는 문학청년답게 그는 소설을 예시로 끌어와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 항상 문고본을 바지 포켓에 넣고 다니는 그의 모습을 패션 화보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독서에 심취하기 시작했다는 그가 예술적 영감의 스승으로 삼는 소설가가 무라카미 류라는 사실도. 그는 감정 표현이 솔직한 켄지와 달리 자신은 평소 감정이나 에너지를 ‘절전 상태’로 유지하다가 연기할 때 한꺼번에 쏟아낸다고 했다. “분노와 같은 마이너스 감정에는 둔한,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씨익’ 웃는 사카구치 켄타로. 자신을 대변하는 색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해피 컬러’를 언급할 정도이니, 이 남자 긍정적인 동시에 동화적이다. 비현실적 외모의 소유자답게 사카구치 켄타로는 영화 속에서 판타지를 자주 입었다.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타임 리프를 반복했고, tvN 드라마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작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에선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교신했다. 그러고 보니 두 캐릭터 모두 과거를 바꿔 소중한 걸 지키려 했던 경우. 하지만 사카구치 켄타로는 바꾸고 싶은 과거도, 과거의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과거가 바뀌면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싫다”는 그에게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살아가는 자의 단내가 풍겼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짐작보다 달변이었다. 자신의 매력이 잘 담긴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출연작 모두에 나의 한 단면이 담겨 있겠지만, 내 모든 매력이 담긴 작품은 앞으로 나올 영화이니 주목해 주세요”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당신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는 “다정하다~ 멋있다~ 재밌다~ 순수하다~”를 연발하며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약간 상기된 듯한 미소로 천진난만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 배우에게 매료돼 순간 속엣말로 외쳤다. ‘저, 모든 게… 반박 불가군요!’ 사카구치 켄타로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팬들과 소통하는 공식 일정은 처음이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동안 그는 ‘뭘 먹어야 잘 먹었다는 소릴 들을까?’라는 문제에 꽤나 열중했다. ‘소맥’의 맛에 특히 반했다는데 소주와 맥주의 환상 비율은 찾았을까. 그런 그를 위해 추천 음식 리스트를 쭉 읊어줬지만, 채택되지 못한 게 확실했다. 그날 저녁 방탄소년단의 공식 SNS에 생선구이를 앞에 두고 배시시 웃는 제이홉과 사카구치 켄타로의 사진이 올라왔으므로. 그들은 방탄소년단이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의 주제가를 부르는 데 참여하는 계기로 가까워졌다. 국경을 넘은 두 스타의 우정에 SNS가 요동쳤다. 귀국할 때까지 한국어 단어 다섯 개를 배우고자 했다는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미 꽤 많은 단어를 암기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또 만나요!’를 추가로 알려줬더니 습득이 빠르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려는 찰나, 수줍게 웃으며 “또 만나요” 하고 속삭인다. 그의 말이 부디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에 등장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쌍무지개를 떠올렸다. 그가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운명처럼 서울 하늘에도 쌍무지개가 걸렸다. 흡사, 로맨스 극장처럼.

CREDIT

사진 박현구
글 정시우
에디터 김영재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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