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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9. SUN

FIND ANOTHER WAY

강동원의 자리

강동원은 제자리를 맴돌지 않는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잔잔한 플라워 자수 장식의 셔츠는 Louis Vuitton.


살다 보면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장면을 불현듯 만나기도 한다. 지중해와 붙어 있는 코르시카 섬의 깎아지른 절벽에 우뚝 선 강동원의 모습이 그랬다. 날것의 바람 소리가 환청처럼 끊이지 않고, 파도가 절벽의 밑동을 적시고 말리기를 되풀이하는 곳. 절벽 끝에서 강동원은 커다란 신비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바다를 등 뒤에 두고 <엘르> 카메라와 마주 섰다. 이내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콧날에 스치는 바람을 리듬 삼아 가볍게 움직였다. 이런 경험을 숱하게 해봤다는 듯이 여유 있는 얼굴로. 비현실적이라 해도 좋은 형상은 여백 가득한 풍경과 헝클어뜨리고 싶지 않을 만큼 조화로웠다. 할 수만 있다면 생생한 꿈처럼 눈앞에 펼쳐진 그림에 우표를 붙여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었다. ‘절벽 위의 남자’. 이는 평탄하고 익숙한 길을 걷지 않는 강동원의 흥미진진한 행보에 어울리는 부제이기도 하다. 쉼 없이 관객과 만나온 그는 판타지부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마음 가는 대로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뛰어들었다. 위험 요소와 의문이 따라붙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어수룩한 시골 약사, 하이틴 로맨스의 주인공, 사형수, 북한 공작원, 초능력자, 아름다운 악당, 철부지 아빠, 악령을 쫓는 사제, 타고난 사기꾼, 시대의 얼굴, 누명을 쓴 소시민. 우리가 봐왔듯이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욕구는 여전히 생생한 결과물로 귀결돼 팽팽한 긴장감에 마침표를 찍곤 했다. 강동원은 제자리를 맴돌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통해 느껴지는 쾌감의 크기를 알기 때문이다. 절벽 끝에 서봐야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절벽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강동원은 보폭을 넓혀 다른 세계로 나섰다. <쓰나미 LA>에 캐스팅되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올해 칸영화제 개막식의 레드 카펫에도 섰다. 코르시카 섬과 마르세유를 거친 강동원과 <엘르>의 극적인 여정은 이때 이뤄졌다. 한 달 뒤 강동원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영화 <인랑>의 홍보 일정을 위해 LA에서 귀국했을 때였다.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된 그가 또 어떤 모습을 강렬하게 각인시켜 놓을지 기대감이 밀려왔다.



유연하게 흐르는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는 Ann Demeulemeester.



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 저지 티셔츠, 스트랩 샌들은 모두 Haider Ackermann.



살갗이 아스라이 비치는 시스루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랑스에서 화보를 촬영하고 한 달 만입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LA에서 열심히 작품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할리우드 진출작인 <쓰나미 LA> 촬영이 9월쯤 시작될 것 같아요.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드디어 촬영에 들어가요.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일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곳 사무실은 얼마 만인가요 두 달 반 만에 왔어요.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LA로 돌아가요. 시차 적응이 쉽지 않네요.

여기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미팅을 많이 해요. 대부분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요. 녹음 장비를 갖춘 연습실이 있어 발성 연습을 하기도 하고, 가끔 사람들을 모아 바비큐 파티를 해요. 이곳의 가장 큰 이벤트라 할 수 있어요.

코르시카 섬은 어땠나요? 처음은 아니라고 했는데 예전에 칸에 갈 일이 있었어요. 그때 주위에서 코르시카 섬이 좋다고 해서 시간을 내 갔어요. 자연도, 바다도 좋더라고요.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작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어떤 타입의 여행자인가요 가까운 곳을 선호하지, 멀리 잘 안 가요(웃음). 여행을 목적으로 유럽에 간 적 없어요. 일 때문에 가게 되면 겸사겸사 여행하거나 길게 지내다 오는 편이에요. 언젠가 한번은 스페인 남부로 촬영 갔다가 그곳에 2주 정도 눌러앉기도 했어요.

여행 모드로 전환되면 어떤 즐거움에 집중하나요 최대한 쉬려고 해요.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머리를 식히고, 차기작 준비를 해요

그런 여유는 얼마나 자주 갖나요 가까운 곳은 틈틈이 다니고, 온전히 쉬는 건 1년에 한 번? 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LA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링 위에 올라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열심히 섀도 복싱을 하면서.해외 활동을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나요 조바심은 없어요.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고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로 갔기 때문에 현지에서 그만큼 대우해 줘요. 지금이 적당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에요.

뭘 이루고 싶나요 전 세계 여기저기서 영화를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데뷔 때부터 쭉 가져온 꿈이에요. 막연하게나마 큰 시장에서 일하는 게 굉장히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기 위해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배우로 인정받아야 해요.

배우로 데뷔하기 전, 모델로 해외 무대에 섰던 경험을 통해 일찍 시야가 넓어졌을까요 그보단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고 해요. 연기하기로 결심했을 때 한국에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어요. 그것도 훌륭한 성과겠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꿈꿨어요. 그리고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 큰 규모의 영화를 하고 싶어졌어요.

사실 해외 진출은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일찍 준비했어요. 2년 전 <엘르>와 LA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일정 속에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기도 했고요. 오디션과 미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모델 일까지 합치면 곧 데뷔 20주년이에요. 오래 일했는데 학생 같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린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려면 피곤할 것 같지만(웃음).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한국영화계와 마찬가지로 할리우드에도 제 또래나 나이가 더 있는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에디 레드메인, 라이언 고슬링은 저와 비슷한 나이고 톰 하디는 조금 많을 거예요.



엠브로이더리 장식의 버건디 벨벳 재킷과 은은하게 반짝이는 자카르 셔츠, 블랙 데님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눈부신 네온 빛깔의 터틀넥 풀오버는 Louis Vuitton.



절제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스카이 블루 컬러의 드레스 셔츠는 Kimseoryong.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투박한 디자인의 블로퍼는 Ann Demeulemeester.



스카이 블루 컬러의 드레스 셔츠는 Kimseoryong.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투박한 디자인의 블로퍼는 Ann Demeulemeester.



지난번에 만났을 때 영어 대사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죠. 의외이면서 흥미로웠어요 미국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뒤섞여 있고, 할리우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영화를 만드는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영어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그보다 미팅을 오래 하면 머리가 아파요(웃음). 계속 영어로 떠들면 진이 빠져 아무것도 못해요. 그때마다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다가도 재미있어해요.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고 보람도 있어요. 하루는 차를 몰고 리허설하러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 이것저것 많이 하더니 미국까지 와서 이러고 있구나. 나중에 늙었을 때 후회는 없겠다, 없겠어.’

그 말에 동의해요. 2003년 데뷔 이후 쉬지 않고 달려왔고, 대표 다작 배우가 됐어요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작품을 했어요. 기억이(스마트폰 메모장을 보여주며) 가물가물해 순서대로 번호를 달아서 적어놨어요. 드라마, 영화를 합쳐서 <인랑>이 23번째, <쓰나미 LA>가 24번째,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25번째가 될 것 같아요. 또 이것 말고도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들이 있어요. 부지런히, 열심히 찍어야 해요.

그중에는 커리어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작품도 있겠죠 이명세 감독님과 함께했던 <형사 Duelist>가 중요한 변곡점이 됐어요.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떤 작업이고,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배웠어요. 연기를 평생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작품을 만나면서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란 사실을 처음 느꼈어요. 기회가 되면 이명세 감독님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요.

다시 봐도 재미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웬만하면 다 재미있던데요(웃음). 항상 시나리오를 읽고 재미있다고 느낀 작품들을 했어요.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우치>. 지금과 비교하면 CG는 미흡하지만 캐릭터는 여전히 재미있어요.

길게 나열된 필모그래피에서 자기복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섭렵하는 동안 영화계에서 ‘강동원의 기준’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면서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는지 궁금해했대요. 그런데 요즘은 알겠나 봐요.  <가려진 시간>  <1987>  <골든슬럼버>를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는 거네’라고 받아들인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어요. 이제 강동원이란 배우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결정하는지 알 것 같다고.

처음 연기를 한다고 그랬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다들 공부는 안 하고 헛바람 들었다고 반대했어요. 누군가 갑자기 “나 배우 할 거야”라고 말하면 대부분 “네가 되겠어?”라고 하지, “그래, 너는 분명히 성공할 거야”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때는 배우가 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때였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어머니를 제외하고 다들 좋게 보지 않았어요. 어머니께선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어요.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어떤 말을 해줄 건가요 “너 맘대로 해!” 어차피 옆에서 말린다고 그만두진 않을 거예요. 저도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간섭받는 걸 싫어해요. 어떻게든 해내고 말아요.

배우가 안 됐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거나, 중간에 건축이나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지 않았을까 싶어요.



살갗이 아스라이 비치는 시스루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웃 포켓 장식의 셔츠 재킷은 Louis Vuitton.



캐릭터를 만드는 일처럼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네요 뭐가 됐든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했을 거예요. 목수가 돼 가구를 만들었을지도 몰라요.

뭔가 만드는 일이 왜 좋아요 나만의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껴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하는 걸 못 참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아무래도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걸 하는 게 더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장르도, 스토리도 안 해본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요.

늘 새로움을 좇는 성격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나요 그보다 뭔가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렇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성과를 이뤄냈을 때 쾌감이 커요.

만족도가 높은 작품은 얼마나 되나요 일하다 보면 어떤 작품의 스케줄이 미뤄져서 충분한 준비 없이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이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아요.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면 준비를 많이 할수록 만족도가 높았어요. <형사 Duelist>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가 그랬어요. 목소리만 나왔지만 <그놈 목소리>도 의외로 준비를 많이 했고, <검은 사제들>을 찍을 땐 성당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부님을 귀찮게 했어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설명도 “왜요?” “왜 그런 거죠?” 하며 계속 물어봤어요. 나중에 신부님께서 “네가 왜 잘됐는지 알겠다” 하시더라고요.

<인랑>은 6년 전에 처음 제안을 받았다면서요 2012년쯤 김지운 감독님이 같이하자고 했어요. 중간에 촬영을 시작하려다가 안 되기도 했어요.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오래 한 작품을 기다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마음 한 편에 접어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문득문득 ‘언젠가 하겠지’라고 되새기고 있다가 찍자고 하면 하는 거예요.

SF 액션 장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인랑>은 김지운 감독 스스로 ‘무모함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였어요. 무엇을 믿고 매달렸나요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에서 큰 도전이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6년 전에는 더했어요. '<인랑>을 영화로 만든다고? 가능할까?’ 하는 의문부호가 따랐어요. 저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어요. 주위 반응에 쉽게 위축되는 성격이었다면 SF 소재의 단편 <러브 포 세일>도 그렇고 <초능력자> <전우치>도 못했을 거예요.

인간병기가 되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인간적인 고뇌 사이에서 갈등하는 특기대원 ‘임중경’ 역을 맡았어요. 어떻게 캐릭터의 뼈대를 구축해 갔나요 일단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어요. 태닝도 처음 해봤어요. 모니터링했을 때 생각했던 느낌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 흡족했어요. 캐릭터 자체에는 의문이 들지 않았어요. 임중경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이념을 의심하게 돼요. 저처럼 고민이 많고, 성격적인 면에서 닮은 구석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랑>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나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데, <인랑>을 통해 강동원이란 배우가 묵직하고 강렬한 캐릭터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제는 얼굴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트라우마를 겪은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어요. 임중경은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대사도 많지 않아요. 최대한 절제하며 연기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다른 배우들은 열을 내며 연기하는데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했어요.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서로 말수는 적었지만 생각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나면 감독님이 ‘좋은 것 같다’ ‘임중경처럼 보인다’고 할 법도 한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오케이 사인을 하시면 저도 속으로 ‘마음에 드시나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군도: 민란의 시대>의 한복, <검은 사제들>의 사제복, <검사외전>의 죄수복에 이어 <인랑>에서는 원작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무게가 40kg에 달하는 강화복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옷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감독님이 제가 강화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이런 말을 했어요. “야, 멋있다.”(웃음)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요 “오, LA 가면 좋겠다” 이 정도? 미국에서 저는 배우로서 영화를 찍으니까 감독님의 경험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인랑>이 해외 활동에 단단한 발판이 될 거라 기대하나요 그러기에는 이미 몇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어요. 만약 2년 전에 개봉했다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몰라요. 그런 기대보다 영화의 원작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있고 해외에는 SF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층이 두터워요. 많은 사람이 <인랑>을 보고 저를 알게 된다면 좋은 일이죠.

작품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처럼 배우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텐데 스케줄은 어디까지 정해져 있나요 2~3년 후 들어가게 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이랬어요. “진짜 열심히 20년을 일했는데 20년 더 달려야 할 것 같고, 그 뒤에 느긋하니 10년을 더 일하고 나면 70세야.” 계획대로라면 향후 10년을 정말 바쁘게 보낼 것 같아요. 글로벌 프로젝트를 포함해 많은 걸 준비하고 있어요.

해외 활동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올해 칸영화제 개막식 레드 카펫에 깜짝 등장했어요 레드 카펫에서는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음에는 작품으로 와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칸영화제 참석은 <엘르> 화보 촬영과 함께 극비리에 진행됐어요. 개막식 전날 하루만에 코르시카 섬을 다녀왔고 이틀간 마르세유와 칸을 오가며 화보를 찍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숨 막히는 일정이었어요 어휴, 정말 힘들었어요. 개막식이 끝난 뒤 차를 타고 밤늦게 마르세유에 도착한 날에는 한숨도 못 잤어요.

그럼에도 불평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촬영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놀랐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려 해요. 저만 힘든 게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현장의 중심에 있다 보니 누구 한 명이라도 불편해하면 계속 마음이 쓰여요.



잔잔한 플라워 자수 장식의 재킷은 Louis Vuitton.



살갗이 아스라이 비치는 시스루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념이랄까, 배우 강동원을 지탱하고 있는 단단한 가치관이 궁금해요 제 일 열심히 하면서 살면 조금이나마 세상도 나아지겠지 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조금씩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배우는 시대를 대변하는 얼굴이기도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관객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1987>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저희 세대는 물론이고, 그 시대를 겪었지만 영화 속 이야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됐어요. 그래서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인데 영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내심 뿌듯해요.

힘이 더 생기면 뭘 하고 싶나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을 더하겠죠. 연기 외적인 활동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배우로서 영향력이 커진다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그 좋은 영화로 관객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직접 가구를 만들고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훗날 개인 공간을 설계해서 자신이 만든 가구로 그곳을 채우고 함께 살 가족을 꾸린다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어릴 땐 멋모르고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돼요. 어떤 공간을 직접 짓게 된다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모두가 행복한 가운데 저도 행복하고 싶지, 혼자서만 행복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자신은 가족과 친구에게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그냥 좋은 사람요. 서로 끌어주고, 위로가 돼주고, 진심을 나누면서 같이 늙어가는 게 잘 사는 거 아닐까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나요 똑같이 행복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러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요.

그 말이 확고하게 느껴져 10년 뒤 다시 물어봐도 지금처럼 대답할 것 같아요 갖고 있는 기본적인 마음이나 기질은 잘 안 바뀌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적당히 타협하고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만 봐도 그래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저한테 늘 똑같다고 해요. 그중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을 달고 살더니 지금도 여전하네.” 어릴 때부터 정의롭긴 했어요.

CREDIT

패션에디터 이혜미
피쳐에디터 김영재
사진 김희준
메이크업 안성희
프로덕션 김이지은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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