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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1. SUN

I AM MORE HAPPIER EVER

완전한 삶

레아 세이두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이 된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플라워 프린트가 돋보이는 관능적인 드레스는 가격 미정, Louis Vuitton


7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밤새우고 난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볼품없을 것 같다. 레아 세이두도 마찬가지면 좋겠지만 신은 불공평했다. 블루종에 샌들을 신고 나타난 그녀는 급하게 짐을 푼 듯한 흔적은 있었지만 민트 캔디처럼 상큼함 그 자체였다. 블론드에 메이크업이 전혀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새하얀 피부, 도톰한 입술은 성형외과 의사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비현실적 외모의 레아가 호수 같이 푸른 눈을 깜빡거리며 눈을 마주치자 맑고 깊은 물속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말수가 없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유창한 언변까지 갖췄다. “적절한 단어로 이뤄진 문장으로 진실되게 대답하기 위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해요. 다 <엘르>를 위해서죠.” 인터뷰 중간중간 먼 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기는 걸 미안해하던 그녀는 이런 감동적인 멘트를 던졌다. 올해로 서른두 살이지만 열 살, 아니 열다섯 살은 어려 보이는 동안 미녀이기 때문에 레아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녀를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잠깐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려 깊고 세련된 그녀의 어법에서 성숙한 여성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거다. 게다가 그녀는 스티브 호킹의 말을 인용해 인터뷰를 할 정도로 영민한 배우였다. 직업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자기주관이 확고한 모습을 보였다. “전 배역을 따로 정해두고 연기하지 않아요. 내가 맡은 역할이 저 자신의 단면이라고 생각하고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본 이라면 그녀가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과 혼란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낸 후, 자신의 길을 찾았다며 안심하던 모습을 기억할 거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배역을 맡아온 경험이 쌓여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그녀의 역할은 참 많다. 4년간 사랑을 키워온 앙드레 메이어(Andre Meyer)의 연인이자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엄마, 루이 비통 캠페인의 모델, 칸영화제의 중요한 시상을 결정하는 심사위원까지…. 칸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15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녀는 행복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에 대한 레아 세이두의 열정만큼은 칸을 긴장시키기에 누구보다 충분해 보였다.



벨트가 포인트인 페이즐리 패턴의 미니드레스는 가격 미정, Louis Vuitton.


어떻게 하면 칸영화제 심사위원이 될 수 있나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거나 누군가에게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나요 하하. 제 경우엔 칸영화제 대표인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x)를 아주 귀찮게 했죠. 일단 심사위원이 되려면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 작품이 없어야 하고,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 없어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임신과 해외 촬영으로 약 4년간 프랑스를 방문하지 못했는데 이번 칸영화제를 통해 다시 프랑스를 방문할 수 있게 돼서 기뻤어요.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알고 지내는 사이인가요 케이트 블란쳇은 <로빈 후드> 영화 촬영장에서 몇 번 마주친 적 있고 이후 칸에서 잠깐 만난 적 있어요. 참 멋지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녀는 이따금씩 윙크를 보내며 응원해 주거나 가벼운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표현해요. 그녀의 팬 중 한 명으로서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다른 심사위원 중에선 러시아 감독인 안드레이 비아권테세브(Andrei Zviaguintsev)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멋지다고 생각하는 배우예요. 심사위원 모두를 알지 못하지만 그게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폭넓은 취향이 반영된 구성이었으니까요. 여자가 더 많은 심사위원단이기도 했죠.

15개의 남성감독 영화가 본선에 진출한 반면, 여성감독 영화는 오직 세 편만 본선에 진출했어요. 이런 사실에 놀랐나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영화계가 다 그런걸요. 이번 본선 진출 리스트는 영화계의 현실을 보여준 단면일 뿐이에요. 아직까진 남성감독이 여성감독보다 자신의 영화를 보여줄 기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사실이 슬프지만 제가 아무리 여성감독의 지휘 아래 영화를 촬영하는 게 좋다고 한들 상영되지 않을 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미투 운동 후에 처음 열리는 칸영화제. 하비 와인스타인 감독의 성추행을 당당히 세상에 밝힌 당신은 이번 칸영화제가 이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건 그럼요. 정말 변화해야 해요(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소리치는 것 같았다)! 일단 여배우와 남배우 사이의 출연료 차이부터 시작해서 고쳐야 할 게 어마어마하게 많죠. 여성끼리 연대책임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할 게 많고요. 5년 전 저와 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러스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촬영장에서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이야기했을 때 유명 여배우들은 저희들을 비판했어요. 영화계에 남고 싶으면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죠. 그 당시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이 문제를 두고 내가 불평하는 이유는 소위말하는 ‘연예인병’에 걸려서라고 얘기했죠. 정말 참을 수 없었어요. 남에게 고통을 줘서 만들어진 영화는 절대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문제가 터졌다면 좀 더 많은 지지를 얻지 않았을까 싶어요. 적어도 그러길 바라요.



플라워 프린트의 슬리브를 강조한 실크 미니드레스는 가격 미정, 알파벳 펜던트 네크리스들은 가격 미정, 모두 Louis Vuitton.


영화도 좋지만 레아 세이두 하면 떠오르는 건 드레스예요. 이번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 위에 스무 번은 오를 텐데 어떤 걸 준비했나요 드레스는 제가 뮤즈로 활약하고 있는 루이 비통에서 피팅했어요. 평범한 엄마로 지내다 스타로 변신하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패션을 좋아해서 레드 카펫 위에선 최대한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해요. 특히 칸영화제 땐 주위의 모든 앵글을 카메라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보여야 하죠. 하지만 저도 다른 여배우처럼 브래지어 끈이 밖으로 보인 적도 있고 레드 카펫에서 힐이 부러진 적도 있었어요(웃음).

이번에 입은 드레스들은 컬렉션에서 봤던 걸까요 아니에요. 저만을 위해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직접 디자인한 드레스들이에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그럼 영화제가 끝난 후 그 드레스들을 다 가질 수 있겠네요 오, 아니에요! 그럼 좋겠지만 루이 비통으로 다 반납해요.

아니 그건 스캔들감인데요 노 코멘트할게요(웃음).

당신의 아들 조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어머머, 너무 잘 지내고 있죠. 한번 보실래요? 너무 잘생기지 않았나요(회전목마를 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비디오와 아빠 품에 안긴 엄마의 파란 눈동자와 아빠의 외모를 쏙 닮은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언젠가 당신은 “우울하고 행복하다”는 아름다운 표현을 한 적 있는데, 엄마가 된 지금 같은 생각인가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 우울할 시간이 없어요. 아이가 모든 걸 변화시켰죠. 엄마가 됐다는 게 정말 좋아요. 아주 처음부터 말이죠.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돌보는 일은 저에게 일어난 가장 아름다운 변화예요.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이전에는 아이와 엄마 사이에 끈끈하고 강렬한 애정이 하루하루 생겨난다는 걸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아이가 제 삶에 들어온 이후, 아이를 제외한 모든 것이 2순위예요. 지금도 4일 동안 아이를 보지 못했는데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요.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세계와 온전히 저만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일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죠.

자매들 사이에서 자랐는데 아들을 키운다는 게 어색하진 않나요 생각보단 그렇진 않아요.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사실이 좋고, 제 일에 또 다른 에너지를 주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잘될수록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아이를 키우면서 새롭게 배운 게 ‘관대함’이에요. 엄마가 되니까 매번 질문하고 실수하고 주저하는 일을 반복하는 아이를 둔 부모를 이해하게 됐어요.

어느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가정생활 부적격자’라고 표현한 적 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난 후 집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사실 전 가정뿐 아니라 인생 자체에 부적격자 같아요(웃음). 물론 농담이고요. 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항상 규칙을 적용해요.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인지 세상에서 제일 게을러요.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제가 제일 잘하는 건 바로 사랑을 주는 거예요. 아이가 뭘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해주기 위해 노력해요. 아이가 집에 있으면 최대한 웃을 일이 많게 만들어주려고 해요.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하면 저는 집에 있을 때 절대 멋 부리거나 꾸미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제 화장한 모습을 보고 절 못 알아보더라고요.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립스틱 바르고 아이라이너를 진하게 그리니까 아이 생각에 ‘엄마 같긴 한데 엄마가 아니네…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제 아이는 앞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일삼는 엄마와 함께 자라게 될 거예요. 늘 옆에서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은 카멜레온이겠지만요.



DRESS TO KILL

레아의 변신은 무죄! 2018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빛낸 레아 세이두의 베스트 드레스 6.


심사위원 포토 콜에서 루이 비통의 2018 F/W 컬렉션 셔츠와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턱시도 수트를 선택해 세련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어필했다.



과감하게 파인 V넥과 강렬한 자수 장식이 인상적인 루이 비통의 매니시한 미니드레스로 카리스마를 뽐낸 레아 세이두가 <콜드 워 Cold War> 시사회장을 꽁꽁 얼려버렸다는 후문. 



개막식 레드 카펫을 위해 특별 제작된 루이 비통의 크리스털과 비즈로 장식한 실크 드레스에 실버 컬러 샌들을 매치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낸 레아 세이두.



시선을 분산시키는 화려한 자수 장식과 오프숄더가 인상적인 루이 비통의 드레스로 롱 앤 슬림한 효과를 연출했다. 과하지 않은 실버 주얼리 선택 또한 굿! <언더 더 시 Under the Sea> 시사회 레드 카펫에 등장한 센스 넘치는 드레스 스타일.



우아한 파티 퀸을 꿈꾼다면? <걸스 오브 더 선 Girls of the Sun> 시사회 레드 카펫에서 착용한 루이 비통의 드레스처럼 미니멀한 블랙 실크 드레스에 화려한 케이프로 포인트를 줄 것.



이 구역의 주인공은 나야 나! 폐막식에 맞춰 루이 비통의 화려한 실버 컬러 가운과 샌들을 선택해 시선을 압도했다.

CREDIT

사진 JOHNNY KANGASNIEMI, COURTESY OF LOUIS VUITTON
에디터 ALIX GIROD DE L’AIN, 허세련
헤어 ALEXANDRINE PIEL
메이크업 REGINE BEDOT
네일 ODILE SIBUET
프로덕션 MARINE BRAUNSCHVIG
스타일리스트어시스턴트 ALEXANDRA CONTI
번역 김이지은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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