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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7. FRI

BRIGHT FEELINGS

박신혜의 행복론

제주도의 숲길 위에서도 박신혜는 자신만의 속도로 삶의 행복을 채집한다

섬세한 깃털 장식의 미니드레스는 Chanel.



투박한 트윌 소재의 미디 코트, 와이드 실루엣의 크롭트 팬츠, 볼드한 롱 네크리스와 초커, 리본 장식의 부티는 모두 Chanel.



클래식한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트위드 재킷과 와이드 팬츠, 블랙 부티는 모두 Chanel.



진주를 트리밍한 트위드 재킷, 지퍼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 러플 장식의 면 팬츠, 카멜리아 뱅글은 모두 Chanel.



깃털과 풍성한 타조 털 장식의 보디컨셔스 드레스는 Chanel.



세일러 칼라가 돋보이는 재킷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와이드 팬츠, 볼드한 메달 장식의 네크리스, 블랙 부티는 모두 Chanel.



클리비지 라인을 강조한 페더 드레스와 블랙 부티는 모두 Chanel.



화이트 트위드 재킷과 레진 소재의 블랙 뱅글은 모두 Chanel.



파리에서 촬영한 이번 커버 화보는 따뜻한 감성이 담긴 눈빛과 표정이 인상적이에요. 화보를 찍으면서 어떤 내러티브, 어떤 캐릭터를 상상했나요
졸업을 앞둔 작가 지망생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를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두려움도 있을 거예요. 촬영하는 동안 쏟아진 기분 좋은 햇살이 그 친구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곳 서울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요. 이런 날씨에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면
선우정아의 ‘비온다’. 재미있는 멜로디와 ‘비온다’라고 반복되는 가사가 중독성 있어요.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모두 입을 벌려 Hey 축 처진 어깨들, 모두 다른 얘기들, 비를 피해 작은 우산 속에 숨었네.’

오늘은 식목일이기도 해요. 어떤 추억이 있나요
어릴 때 교회에서 나무 심으러 가곤 했어요. 지금은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해요. 이런 날 가족과 야외로 나가 나무도 심고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내일 처음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은 제주도의 숲에서 직접 실천한 미니멀 라이프를 담았어요.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요
일단 공기가 달라요. 너무 좋아요. 그리고 서울 밤하늘에선 별을 보기 어렵잖아요. 오랜만에 많은 별을 볼 수 있었어요. 또 한 가지 좋았던 건 암막 커튼이 필요 없다는 거. 도시에선 빛 공해가 심하고 세대간의 간격이 좁다 보니 커튼을 치고 살 수밖에 없어요. 집이란 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임에도 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워요. 밖에서도 조심, 집에서도 조심. 숲에서는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무 좋았어요.

출연 제안을 받고 30분 만에 이렇게 말했다면서요. “저 거기서 살고 싶어요.”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나요 

실은 연락을 받자마자 오케이했어요. 슬로 라이프, 최소한의 것으로 생활하기, 온전히 나만의 시간 갖기 등 프로그램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평소 우리는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을 SNS와 메신저로 접하고 있어요. 의식하지 못한 채 몸 안에 쌓이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거예요. 또 클릭 한 번으로 생활이 간편화되면서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잃어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저녁에 일이 생기면 다음 날 해결했지,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연락하지 않았어요. <숲속의 작은 집>을 통해 휴대전화가 없었던 과거의 삶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어요. 조금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얻는 게 클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급자족 라이프를 통해 뭔가를 느꼈나요
공공 전기와 수도, 가스가 없는 오프 그리드 하우스에서 난방을 하려면 직접 장작을 패고 불을 때야 해요. 장작을 패면 마당이 더러워져요. 그럼 마당 청소를 해요. 그다음에 장작을 때기 위해 필요한 마른 잔가지와 솔방울을 주워 모아요. 그러다 보면 불을 피우는 데 한두 시간이 걸려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직접 몸을 움직이고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심심할 정도로 느릿하고 한적한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는데 그런 여유를 잘 보내는 편인가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비는 시간이 생기면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숲속의 작은 집>을 촬영할 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떠지면 가만히 나른함을 즐기고, 읽고 싶은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잤어요. 타는 장작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시간이 잘 흘러가요. ‘얘가 이렇게 타는구나’ ‘오른쪽으로 불이 옮겨붙었네’라며 그냥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돼요. 어떤 생각이나 이유 없이 시간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긴 것 같아요.

슬로 라이프를 경험한 뒤, 집으로 돌아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다시 숲속의 작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배우는 프리랜서이기도 해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규칙적인 일과가 없어요. 대학을 다닐 때는 학생으로서의 생활이 있었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까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했어요.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계속해서 주어진다는 게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제주도를 다녀와서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몇 개월씩 작품을 하고 나면 일상의 리듬은 어떻게 회복하나요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러 다녔는데 요즘은 그럴 힘이 안 나요. 대신 여행을 가거나 운동하고 책 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일해 왔어요. 혼자서도 일상을 잘 꾸려가고 있나요
집에서 독립해 살고 있는데 가족과 지냈을 땐 온전히 내것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어떨 때 편안한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일할 때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해요.

그 시간을 채우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 가운데 가장 특별한 건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어요. 제가 키운다는 의미보다 상호관계처럼 서로 보살펴주며 살아요. 그 친구들을 통해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위로도 받아요. 원래 호기심이 많고 바쁘게 움직이는 편인데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하루를 여유롭고 나른하게 보내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게 바로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고 건강한 행복으로는 또 뭐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처럼 ‘소확행’이란 단어를 접하고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얻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작고 소소하더라도 감사함을 느끼는 일에 행복을 느껴요. 예를 들어 잠에서 깨면서 손을 뻗었는데 머리맡에 있는 고양이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촉감이 느껴졌을 때, 어제보다 집 안에 고양이 털이 덜 빠져 있을 때, 체중을 쟀는데 약간이라도 줄었을 때, 그리고 외출 준비를 하면서 무엇을 입을지 한 번에 결정했을 때 감사하고 행복해요(웃음).



진주와 깃털을 트리밍한 튜브 톱 드레스와 블랙 부티는 모두 Chanel.



진주와 깃털을 트리밍한 튜브 톱 드레스와 블랙 부티는 모두 Chanel.



다양한 컬러의 리본을 위빙한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Chanel.



말만 들어도 뭔가 마음이 훈훈해져요.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공간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그리 특별하진 않아요. 식탁, 소파, 테이블, 침대, TV 등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가구만 갖췄어요. TV도 처음에는 바닥에 놓고 살다가 최근에 TV용 테이블을 마련했어요. 그렇다고 미니멀 라이프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주도 촬영을 다녀와서 정리하려고 보니 옷이나 신발이 생각 이상으로 많더라고요.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은
소파에 옆으로 누운 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웃음). 밖에서 스트레스를 안고 집에 왔을 때 기분을 푸는 방법이기도 해요.

근래 어떤 영화를 봤나요
<코코> <위대한 쇼맨> 그리고 <원더>를 인상 깊게 봤어요.

<원더>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다면서요. 어떤 영화인가요
남과 다른 외모 때문에 늘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줄리아 로버츠가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은 외모나 겉모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매력을 품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마다 삶의 중요한 가치는 달라요. 최소한으로 나답게 살려면 무엇이 꼭 필요하나요
가족과 친구들, 회사 식구, 저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든든한 힘이 되고 삶의 행복을 높여줘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느낌인데 ‘향기 나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에 대한 고민에 빠진 적 있어요. 일찍 일을 시작했는데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상 늘 비교당하고 평가받아 왔어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속상했고, 주눅이 들어 저를 찾는 사람들이 적어질까 봐 걱정했어요. 지금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어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갖는 게 중요해요. 사람을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제게 ‘연예계 마당발’ ‘인맥부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많을 뿐, 온전히 제 곁에 있어준 사람들은 몇 안 돼요. 그분들은 제 삶에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아요. 요즘 답을 구하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 없지만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어떻게 하면 30대의 삶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잘 살고 싶어요.

누구나 바라는 일이기도 해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건강에 신경 쓰고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할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작품을 하거나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어요. 지난해에는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다시 운동하고 체력을 키우려고요. 또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가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영화와 책을 부지런히 챙겨 보려 해요. 요새 이런 노력의 필요성을 많이 느껴요.

밝고 건강하며 꾸준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나요
사람이 늘 똑같은 길만 걸을 수는 없어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도 있고 쉬어가는 지점이 분명 있어요.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으니 올해는 좋은 작품으로 팬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줄 생각이에요.

<숲속의 작은 집>을 보고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행복을 찾아 나섰던 박신혜는 결국 행복해졌나요
지금도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살다 보면 행복한 순간도 있고 불행한 순간도 있어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행복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알아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흔히 행운을 바라며 네 잎 클로버를 찾곤 해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 잎 클로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그런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고 해요. 혹시 행운을 좇느라 일상 가까이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진 않으세요?

CREDIT

에디터 방호광, 김영재
사진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차주연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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