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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FRI

STATE OF MIND

에릭 남의 새 아침

번역에는 불가피하게 오독이 따르는 것처럼 우리도 에릭 남을 올바로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린 체크 가운은 Emis. 블루 핀스트라이프 아우터웨어 셔츠와 팬츠, 만화 프린트 셔츠는 모두 Prada.


에릭 남을 만난다니 사무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부러워했어요. 스위트하고 스마트한 남자, 자신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에 적응됐나요  ‘그렇게 보이는구나’라는 걸 이제 좀 인식했어요. 감사하지만 뭔가 행동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때가 있어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과하게 포장되니까 조심스러워요. 솔직히 제가 스위트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을 챙기는 남자는 아니라는 뜻인가요 기념일은 어느 정도 챙기려 하지만 까먹을 수도 있죠. 그런 날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연애할 때 어떤 남자친구인지 굉장히 풀어주는 스타일이에요. 이상형을 물어보면 열정 있는 여자, 일 열심히 하는 여자라고 답했는데 솔직히 말해 제가 그만큼 연애에 집중하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성격도 그렇고 일 때문에도 그렇고, 많은 사람을 만나거든요. 곡 작업하랴 방송하랴 너무 바빠요. 어쩔 수 없이 끝에는 나쁜 남자가 돼버려요.

에릭 남이 나쁜 남자라니, 믿기 어려운 말이네요. 새해는 누구와 맞이했나요 한국에 온 이후로 매년 연말이면 꼭 한 번씩 크게 앓아요. 올해도 스케줄이 많아 정신없이 다니다가 결국 체해서 응급실에 갔어요. 링거를 잔뜩 맞고 친구들이 모인 데 가서 그냥 앉아 있었죠. “어, 2018년이네. 나 갈게” 그러고 왔어요.

왜 꼭 그렇게 앓게 될까요 누군가 말하더라고요. 너도 모르게 네 사람이나 가족이 그리워서 그런 거 아니냐고. 미국에선 온 가족이 모이는 때니까 생각이 많이 나긴 하죠.



아이보리 슬릿 디테일 반팔 피케 니트와 아이보리 와이드 팬츠는 모두 Nohant.

아이보리 터틀넥은 Ports 1961, 그레이 핀턱 팬츠는 AMI.


2017년을 보내는 소회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걸 보며 지난해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나 싶었어요 연예계에 들어온 후로 쉬운 해는 없었어요. 2016년은 너무 바빠서 죽을 것 같았고 2017년으로 넘어가면서 힘든 일이 많이 생겨서…. 3월쯤 회사에 쉬겠다고 말하고 모든 걸 내려놨어요. 솔직히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행복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일인데 이렇게 마음고생하면서 해야 할지…. 속으로는 아픈데 방송에서 웃고 있는 게 너무 힘들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면 일단 내가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행히 쉬다 보니까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어요. 2017년이 회복하는 한 해였다면 2018년은 그렇게 얻은 에너지로 열심히 일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연말에 발표한 신곡 ‘놓지마’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인사였군요 그만둘까 고민할 때 주변 친구나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엄청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고요. 그런 팬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잠수 탄 게 돼버려 미안했어요. ‘놓지마’는 나를 잡아준 팬들에게, 내 옆에 있어준 사람들한테 고마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팬송’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정규 1집 타이틀 <Good for you>도 그랬고, 노래로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봐요 가수로서 대중에게 ‘힐링’할 수 있는 노래를 선사하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한편으론 제가 너무 힘들어서, 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저도 위로받고 다른 이들도 위로하기 위해 그런 테마의 곡을 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하게 만들려고요. 지금까지 써둔 곡이 60~70기가는 될 거예요. 언제 잘 풀어야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어요.

‘놓지마’는 미국 애플 뮤직 ‘베스트 오브 디 위크’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본래 해외 활동에 뜻이 있는 걸로 아는데 친동생이 미국에서 매니지먼트를 해주는데, 우리는 미국시장에 맞춰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차근차근 올라가려 해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고 여러 아티스트랑 컬래버레이션도 하면서. 내일도 미국에 가서 1주일간 곡 작업을 하고 올 예정이에요. 5일 동안 매일 두 차례씩 세션을 잡아 곡을 만드는데, 함께하는 이들이 다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쓴 사람들이에요. 그들과 한 방에서 작업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맏아들, 모범생으로 살다가 저지른 인생 최고의 일탈이 가수가 된 것 아닌가요 지금도 부모님은 힘들면 그만 하고 돌아오라는데, 그러면 괜히 더 ‘아냐, 난 할 거야’ 그렇게 돼요(웃음). 그동안 많은 걸 배웠고 후회는 없어요. “저도 가수가 되고 싶은데 어때요? 할 만해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 솔직히 말해줘요. 이 일을 선택하려면 무조건 백업은 있어야 한다고. 오직 가수가 되기 위해 10~20대 초반을 다 보냈는데 데뷔를 못하거나 데뷔했어도 잘 안 풀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연습생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참 아파요. ‘이거 안 하면 다른 거 하면 되지.’ 그런 자신감이라도 없었으면 도전하지 못했을 거예요.

자신에 대해 스스로 가장 맘에 드는 건 뭔가요 열심히 하는 것.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전 되게 똑똑하지도 않았고, 공부도 제일 잘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열심히 해서 꼭 쫓아갔어요. 한국에 와서 온갖 일들을 겪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저렇게 풀리더라고요.

놀 때는 어떻게 놀아요 되게 재미없이 놀아요. 그냥 친구들 만나 얘기하고 술 마시고. 지인들의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많이 도와줘요. 주변의 사업하는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도 주고 도와주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아이돌 동생들도 조언해 달라고 많이 찾아와요. 다른 사람 일에는 이렇게 하면 멋있겠다, 잘되겠다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는데, 저에 관한 문제는 답이 안 나와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내 감정이 있고 생각이 깊어져서 그런가 봐요.



레드 롱 코트와 레터링 티셔츠, 그레이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는 모두 Ordinary People.



화이트 슬릿 디테일의 오버사이즈 셔츠와 블랙 슬랙스는 모두 Juun. J. 스웨이드 로퍼는 Carmina by Unipair.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해요. 오늘도 그 유명한 ‘평창 롱 패딩’을 입고 왔는데 팬들이 생일 선물로 준 거라 조심조심 입고 다니는데, 보시다시피 흰색이라 때가 많이 타요(웃음).

이런 활동이 에릭 남에게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가수로 데뷔할 때부터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 찾아오는 일은 최대한 다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같은 경우는 제가 어릴 때부터 올림픽을 너무 좋아했어요. 올림픽 시즌이 되면 내내 친구들과 TV 앞에 모여 모든 경기를 챙겨 봤어요. 일단 좋아하는 올림픽이기도 하고 LA에 갔다가 우연히 미국 국가대표 선수 몇 명과 친분이 생겨 기꺼이 활동을 수락했어요. 가까이에서 많은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

주변에 다양한 친구가 많은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 좋아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 수 있고,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러다 같이 뭘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엮는 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또 착해야 해요.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어요. ‘내가 최고야’ 그런 연예인들 있잖아요. 전 연예인이랑 너무 안 맞는 성격이라 어떨 때는 부럽기도 해요(웃음).

한국을 찾는 해외 스타 전문 리포터로 명성이 높은데, 인터뷰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나요 솔직히 ‘일’이라는 느낌이 커요. 물론 어릴 때부터 봐온 배우를 실제로 만나면 되게 신기할 때도 있어요. 저는 어떤 사람이든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평범하게 대해요. 그래서 더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는 건지도 몰라요. 정말 자유롭게 제가 궁금한 걸 물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영화 홍보라는 목적이 있으니까 그러긴 어렵죠. 지금은 음악 활동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몇 년 후에는 <지미 팰런 쇼> 같은 토크쇼를 꼭 해보고 싶어요. 콘텐츠가 점점 글로벌해지는 추세에서 한국과 미국, 그 중간에서 둘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쇼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쇼에 초대하고픈 손님을 꼽는다면요 일단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역사적 인물인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아티스트 중에는 브루노 마스. 처음엔 그저 음악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굉장히 용기 있는 뮤지션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도 안 하는 음악을 혼자 하잖아요. 며칠 전 낸 <Finesse>도 그렇고 마지막 앨범은 다 90년대 음악이에요. 자신만의 음악과 색깔을 끌고 나가는 자신감이 정말 부럽고 배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물어봐줬으면 하는 질문이 있나요 글쎄요. 저에 대한 건 역시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음악 작업을 할 예정이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을 천천히 잡아보려고요.

CREDIT

사진 김선혜
에디터 김아름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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