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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MON

THE MAN WE LOVE

우리가 그토록 사랑한 남자, 공유

계절이 지나 다시 돌아온 겨울, 쓸쓸한 서울을 잠시 벗어나 햇살이 쏟아지는 LA 메니스 비치에서 공유를 만났다

블루 스트라이프 패턴의 차이나 칼라 셔츠는 Louis Vuitton.



오버사이즈의 레더 블루종과 면 소재의 셔츠, 청키한 니트 톱, 7부 팬츠, 스터드 장식의 클리퍼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이국적인 패턴의 니트 톱과 그레이 컬러의 반바지, 슬라이드는 모두 Louis Vuitton.



독특한 절개 장식이 돋보이는 투 버튼 수트와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오묘한 빛을 발산하는 아노락 점퍼와 심플한 팬츠, 레이스업 보트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네이비 컬러 팬츠는 Louis Vuitton.




LA는 오랜만에 방문한 거라고요. 평소 여행자로서 어떤 도시를 즐겨 찾나요 큰집이 여기 있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류현진 씨 야구 경기도 볼 겸 온 적은 있는데, 그 이후에는 처음이에요. 솔직히 LA는 제가 좋아하는 감성의 도시는 아 니에요. LA보다 뉴욕을 좋아해요. 베를린이나 북유럽 도시를 선호하고요. <도깨비>가 끝나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덴마크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누구한테는 지루하거나 건조할 수도 있지만, 전 그런 느낌을 주는 곳들이 좋더라고요. 어딜 가면 항상 ‘내가 이곳에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덴마크는 꼭 한 번쯤 와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촬영할 때는 LA 토박이처럼 보이던 걸요. 포토그래퍼(홍장현)와 영화 속 캐릭터를 얘기하듯 컨셉트에 대해 얘기 나누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화보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완성도를 좀 가져가고 싶었어요. 감독들이 영화를 구상하는 것처럼 나름대로 상상해 보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상을 했나요 파리 컬렉션 쇼에서 이번 루이 비통 의상을 직접 봤거든요. 플라워 프린트가 들어간 화려한 셔츠들도 있고 해서, 따뜻한 나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와이는 다소 그림이 뻔할 것 같아서 LA로 장소를 정했고, 헤어스타일도 캘리포니아 시골에 살고 있는 아이처럼 연출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눈뜨면 일어나서 서핑 나가는 게 일상인, 루이 비통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입고 신는 게 무슨 브랜드인지 관심도 없는 그런 애…. 그렇게 대화 속에서 툭툭 설정을 던지면, 오래 함께 작업한 장현이 형이 알아듣고 추임새를 치면서 이미지가 완성돼 가는 거죠.


<엘르> 화보를 위해 펌까지 하고 올 줄은 몰랐어요 여자들이 기분 전환하러 미용실에 가는 것처럼 남자도 마찬가지에요. 작품을 할 때는 역할에 맞는 스타일을 해야 하고, 광고를 찍을 때는 주로 반듯하고 댄디한 스타일을 소화하기 때문에 스스로 지루함이 좀 있었어요. 화보를 명분으로 머리를 하긴 했지만, 제겐 일탈이기도 하죠. 그래서 펌을 한 날,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남한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상관 없이. 머리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왠지 몸이 가볍고 자유로워지더라고요.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깨비>의 ‘김신’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화보를 통해 이런 느낌, 이런 이미지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죠. 루이 비통이란 브랜드와 의외의 비주얼이 만났을 때의 느낌도 생각해 봤고요. 작업할 때나 평소 선호하는 것들이나, 천편일률적인 것보다 언뜻 보기엔 언밸런스한 것 같은데 이상한 시너지를 내는 합을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 수트를 입었을 때 너무 수트에 걸맞은 머리를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약간의 위트를 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도깨비>가 끝난 지 10개월이 지났어요. 신에서 인간으로 돌아와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석 달까지는 계속 일했어요. 밀려 있는 광고 촬영도 했고, 해외 프로모션이나 팬 미팅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다 끝나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왔죠. 사람이 바쁘고 긴장된 상태로 있다가 일이 끝나면 확 무너져 내릴 때가 있잖아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고 아픈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라고요.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버티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면서, 저로 돌아와 제 시간을 좀 가진 것 같아요.


<도깨비>가 이룬 외적인 성공은 모두 아는 사실이고, 본인에겐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궁금해요 결과적인 얘기지만, 작품이 잘되지 않았더라도 김은숙 작가님한테 감사했을 것 같아요. 알려졌다시피, 전부터 작가님이 제의를 많이 하셨는데 고사했거든요. <도깨비>란 작품으로 작가님이 저한테 한 방을 먹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감히 평가하려는 건 아니지만, 작가로서 또 하나의 높은 산을 넘고 올라가신 것 같다고 할까. 모든 게 끝나고 난 뒤, 혼자 <도깨비>를 다시 봤어요. 드라마 전체를 온전히 구석구석 한 사람의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고 나니, 몇 번 거절했음에도 작가님이 이런 작품, 이런 캐릭터로 제게 다시 한 번 제의해 준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도깨비> 그 앞에는 영화 <부산행>과 <밀정>이 있었어요. 세 편의 작품이 이어져서 배우로선 더 큰 시너지를 이룬 것 같아요 네. 예상이나 했겠어요? 2년에 걸쳐서 찍은 작품들이 1년 동안 보여졌는데, 과연 나한테 다시 이런 해가 찾아올까 싶은 한 해였어요. 그 전까진 거의 1년에 한 작품만 했어요. 그게 제게 맞는 호흡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를 먹는 게 서러운 게 아니라, 그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기회를 너무 흘려 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을 더 많이 해볼까? 호흡을 한번 바꿔본 거죠. 그게 세 편의 작품으로 이어졌는데, 많은 사람한테 응원과 사랑을 받다 보니 힘들면서도 계속 저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운도 좋았고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사려 깊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속에서 <용의자>(2013)부터 <남과 여>(2015) <부산행>(2016)까지, 연달아 딸을 둔 아버지 역할로 나온 점에 눈길이 가요. 작품 선택에 있어 부담감은 없었나요 부담감이라고 한다면, 아버지 같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었죠. 실제로 결혼했거나 자녀를 두진 않았지만, 나이로 보면 제게 맞는 역할들이거든요.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은데 아버지란 이유로 피할 필요는 없잖아요. 배우는 내가 잘하는 것, 쉬운 것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에요. 다소 좋지 않은 평을 듣고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남과 여>를 인상 깊게 봤는데, 보통 미혼 남자 배우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도연 선배랑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고, 주인공들이 서로 겉도는 작품이 아니라 좀 더 밀착해서 도연 누나의 연기나 눈을 바라보는 역할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전도연이란 배우는 저한테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죠.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었고. 작품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왜 내가 이걸 하면 안돼?’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는지도 몰라요.


돌아보면 그 전까지 공유 씨는 ‘밝음’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였는데, <남과 여>를 기점으로 쓸쓸한 어른의 표정을 보게 된 것 같아요. <도깨비>의 김신 역시 고독하고 처연함이 서린 캐릭터였고 저 스스론 자각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나이를 먹고 경험의 축적치가 커졌으니까요. 그래서 전 나이드는 게 싫지 않아요. 또 이렇게 마흔을 넘기면, 지금은 모르는 무언가에 제가 눈뜨거나 느끼는 게 있지 않겠어요? 40대에 내가 배우로서 사랑을 연기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게 궁금하기도 해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제인 폰더와 로버트 레드퍼드가 출연한 <밤에 우리 영혼은>이란 영화를 봤어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배우가 팔순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만나 멜로영화를 찍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들의 주름 하나하나가 미장센처럼 느껴졌어요. 굉장히 담담하고 담백한 영화인데 울컥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영화나 해외 드라마를 많이 챙겨 보나요 넷플릭스 덕분에 요즘 집을 안 나가요 (웃음). 원래 제가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TV를 신형으로 바꾸면서 넷플릭스 아이콘이 자동으로 뜨더라고요. <옥자>가 너무 궁금해서 접속하게 됐는데, 이런저런 콘텐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배우로서 공부도 하고 영감도 얻고요. 펌 머리도 저도 모르게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꼬마 더스틴한테 영감받은 건지도 모르죠(웃음).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는 딱 제 취향의 작품이에요. 어둡고 시니컬하고 풍자적인.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보면서 섬뜩해요. 특히 시즌3 첫 번째 에피소드 ‘추락’ 편은 제가 SNS를 안 하는 이유를 말해주죠. 단순히 웃고 우는 것보다 뭔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좋아해요.


좋은 콘텐츠를 보면 배우로서 욕심도 나겠어요 나도 저 속에 들어가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죠. 최근 저한테 영감을 많이 준 사람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를 쓴 각본가 테일러 셰리던이에요. 그가 감독으로 첫 연출한 작품이 <윈드 리버>(2016)인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어요. 차갑고 건조하면서도 특유의 냉소가 담겨 있어요.


출연작인 <도가니> <부산행> <밀정> 같은 작품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기도 해요.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관심이 많은가요 꼭 정치·사회적 이슈를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내가 느끼는 걸 다른 사람도 느끼면 좋겠다’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당신은 어때요?’ ‘이거 한번 다같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는 물음을 던지는 거죠. 역으로 저한테 그런 물음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고요. <도가니>(2011)의 경우도 제 시작은 그렇게 요란한 게 아니었어요. 쉽게 말해, 책 보고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시작된 거예요. ‘사람들이 많이 안 보겠지? 그래도 난 해야겠어.’ 그게 그렇게 큰 파장을 만들고 영화 제목이 들어간 법까지 만들어질 줄은 몰랐어요.


To Be Continued..




양털 소재의 보머 재킷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 네이비 컬러의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CREDIT

사진 홍장현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에디터 방호광(FASHION), 김아름(FEATURES)
헤어 문현철(AURA)
메이크업 강윤진(AURA)
프로덕션 CRISTINE HWANG(CRI1216)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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