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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9. SAT

BELLA, THE BELLE OF SEOUL

벨라와 <엘르>가 함께한 하루

그녀의 매력을 100%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가 무얼까 생각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벨라'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니까. 벨라 하디드, 그녀가 서울에 왔다

루즈 디올 립스틱을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벨라 하디드.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신비로운 눈동자에 빠져들 것 같다.


“기자님, 벨라가 서울에 올 예정이에요!” 지난 5월, 걱정 반 기대 반인 디올 홍보담당자의 전화에 두 귀를 의심했다. ‘내가 아는 그 벨라?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1500만 명인 슈퍼스타, 언니 지지 하디드와 함께 파파라치 카메라에 일거수일투족이 포착되며 뉴스거리가 되는 그 벨라 하디드가 서울에?’ 벨라의 서울행 소식이 전해진 뒤 <엘르>와 디올 사이에 오간 이메일과 전화, 카톡만 수십 수백 건. 어떻게 하면 벨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엘르>스럽게 담을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입국 열흘을 앞두고 벨라와 <엘르>의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아이콘이자 독보적 매력의 소유자인 벨라를 만날 수 있는 일생일대 기회였건만 <엘르> 뷰티 에디터 이전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로서도 마냥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내 운이 다하진 않았나 보다! 벨라의 서울 방문이 4개월 만에 다시 ‘확정’된 것.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열리는 <디올, 아트 오브 컬러> 전시 호스트로서 정식으로 한국 프레스들을 초청하고, 뷰티 크리에이터 포니와의 영상 촬영현장에 <엘르> 카메라가 함께했으면 한다는 제안과 함께! ‘슈어 와이 낫?’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엘르>와 벨라의 만남. 촬영 전날 밤 ‘고저스’ ‘뷰티플’ ‘어메이징’ 등 벨라에게 걸맞은 각종 형용사를 떠올려봤지만 그 무엇도 성에 차지 않았다. 미사여구조차 필요 없게 만드는 벨라는, 그냥 ‘벨라’였으니까. 이미 디올과 여러 번 영상 작업을 함께한 벨라와 포니의 만남이었지만 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 30분. 영상 주제는 벨라와 포니가 벌이는 메이크업 배틀 삼세판.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와 디올스킨 포에버 퍼펙트 쿠션, 디올스킨 포에버 언더커버 컨실러 등 벨라가 파우치에 꼭 갖고 다니는 제품들을 이용해 그녀가 실제로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메이크업 룩을 완성하게끔 구성한 콘티였지만, 2시간 30분 안에 이 모든 걸 영상에 담기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만큼 비하인드 신을 포착하기 위해 함께한 <엘르> 촬영 팀 역시 숨죽이고 긴장했음은 당연한 일. 하지만 역시 벨라는 벨라였다. 촬영 직전 대기실에서 쉐이크쉑 버거 하나를 해치우며 인스타 라이브를 할 만큼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으니까. “레디, 액션!”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돌아갈 때도 벨라는 프로페셔널한 면모와 넘치는 ‘끼’를 숨기지 않았다. 포니에게 주어진 메이크업 제품들을 ‘슬쩍’하며 방긋 미소 짓거나, 꼭 있어야 할 하이라이터가 보이지 않을 때 카메라를 향해 “이거, 나한테 방해공작 펼치는 거죠?”라고 위트 있는 멘트를 던지는 등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것.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들은 카메라가 꺼질 때까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그렇게 긴장감과 여유, 폭소, 미묘한 신경전이 반복되며 벨라와 포니의 촬영은 정확히 2시간 50분 만에 마무리됐다. 완성된 영상은 내년 1월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물론 그에 앞서 벨라와 포니의 비하인드 신 영상이 <엘르>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공개되니 거부할 수 없는 벨라의 마력과 포니와의 ‘케미’를 미리 엿볼 수 있을 것.



촌각을 다투는 영상 촬영에도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벨라.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스튜디오를 나서려던 찰나, 뷰티 크리에이터 포니와의 셀피 타임도 잊지 않았다.



<엘르>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벨라 하디드.


벨라 하디드 팀과 <엘르> 팀이 다음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이동한 곳은 청담동에 있는 하우스 오브 디올이다. 벨라가 서울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디올, 아트 오브 컬러> 전시가 열린 장소. 이곳엔 디올과 함께했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르주 루텐(Serge Lutens)과 티엔(Tyen), 지금의 메이크업 앤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ips) 등 3인의 작업물이 시대별로 펼쳐져 있었다. ‘컬러가 여성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디올 패션 하우스의 신념과 디올 뷰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담함(Audacity)을 전달하기 위해 선보인 전시 작품들은 리졸리(Rizzoli) 출판사에서 출간한 동명의 책 <디올, 아트 오브 컬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의 메인 이미지이자 커버를 장식한 사진은 1967년부터 1980년까지 디올 뷰티의 기초를 마련한 세르주 루텐의 작품. 옐로 컬러를 창의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게 사용해 알을 깨고 나온 여성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얼굴을 표현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평생 탐닉해 온 세르주 루텐에 이어,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디올 뷰티를 책임진 인물은 파리 국립오페라단의 페이스 디자이너였던 티엔. 그 경력을 살려 발레만큼이나 매혹적인 방법으로 컬러를 사용했다. 그의 사진 작품들은 <엘르> <보그> 등 유명 패션 매거진의 지면을 장식하며 모두를 매료시켰다고 한다. 2014년, 티엔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인물이 바로 모두에게 익숙한 지금의 피터 필립스다. 이전 두 인물이 활동하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변한 지금. 책이나 잡지가 아닌 SNS가 대중의 일상을 지배하고 디올이라는 하이패션에도 얼마든지 ‘뒷골목’ 감성이 융합되는 시대에 피터 필립스는 실험적이면서도 모던하고, 진보적이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잘 선보이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포토그래퍼 리처드 버브리지(Richard Burbridge)와 피터가 함께 작업한 12가지 컬러(화이트, 실버, 누드, 핑크, 레드, 퍼플, 블루, 그린, 옐로, 골드, 그레이, 블랙)에 대한 비주얼이 메인 존을 장식했다. 지면에 담긴 사진들과 누드 컬러에 대해 남긴 피터 필립스의 명언을 보며 그의 영감의 원천과 컬러를 보는 시각, 밀레니얼 감성까지 ‘디올스럽게’ 흡수하는 유연함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기를!



피터 필립스가 블루와 그레이 컬러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메이크업.



다채로운 컬러들이 시선을 사로잡은 하우스 오브 디올.



리졸리(Rizzoli) 출판사에서 출간한 <디올, 아트 오브 컬러>. 250여 장의 사진이 296쪽에 걸쳐 펼쳐지는 방대한 서적이다.



INTERVIEW WITH BELLA & PETER

전 세계 네 번째, 아시아에선 최초로 열린 디올의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피터 필립스. 자신의 뮤즈이자 디올 메이크업의 뮤즈인 벨라 하디드와 함께 <엘르> 인터뷰에 응했다.



뉴욕, 두바이, 아를에 이은 네 번째 전시 장소로 서울이 선택됐다. 모든 도시에 가봤을 텐데 분위기가 어땠는지 (피터) 뉴욕에서는 모두 흥분하며 즐거워했다. ‘아메리칸 스타일’ 알잖나, 하하. 아를에서는 애니 레보비츠의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마련됐던 공간이라 모든 이가 사진 작품으로서 아티스틱한 관점으로 디올 전시를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서울은 작품 하나하나에 드러나는 컬러와 텍스처에 굉장히 집중해서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벨라)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건 네 도시 모두 동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세르주 루텐, 티엔의 아카이브에 당신의 작품까지 더한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피터) 전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건 디올과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도전 정신이 생기면서도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디올의 포트폴리오에 내 것을 추가한다니, 굉장히 떨리는 일일 수밖에. 디올 메이크업의 이미지를 하나의 컬러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성의 내면에 있는 실로 다양한 면면들, 거기에서 표출되는 모든 컬러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전시에 선보인 12가지 색 중에서 한국 여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피터) 레드. 레드는 굉장히 상징적인 색이다. 피, 생명, 열정, 흥분, 양 볼을 감싼 혈색, 사랑, 모순되는 양가적인 감정들…. 한국 여성들은 이런 레드를 참 잘 소화한다. 


서울과 한국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벨라)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들은 정말 세계 최고다! 한국 여성들도 어찌나 아름답고 친절한지. 내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쉽지만 최대한 시간을 쪼개 서울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 


서울이란 도시, 그리고 벨라 하디드 자신을 하나의 컬러로 묘사한다면 (벨라) 한국 여성에게 레드가 잘 어울린다는 피터의 말처럼 나 역시 같은 의견이다. 한국 여성뿐 아니라 나를 설명하고 묘사할 수 있는 컬러 역시 레드! 하지만 서울이란 도시는 그린이 더 어울린다. 굉장히 밝고 즐거운 느낌이 닮아 있으니까. 


디올 메이크업의 글로벌 뮤즈로서 이 시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벨라) 친절함은 가끔 약점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믿는 강한 여성이란 파워플하면서도 친절하고, 남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그런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애티튜드가 곧 디올의 애티튜드이기도 하고. 


둘이 함께 작업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벨라) 마침 피터와 작업했던 때를 떠올렸는데 이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모델로서 처음으로 뷰티 화보를 찍는 날이었다. 메이크업은 피터가, 사진은 마리오 소렌티가 맡았는데 어찌 긴장을 안 할 수 있겠나! 더구나 수많은 컬러를 얼굴에 한꺼번에 바르는 시안이어서 솔직히 광대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너무나 훌륭했다. 피터가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 덕분이다. 물론 나도 피터를 100% 믿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피터는 나의 좋은 친구이자 메이크업 보스다! 하하. (피터) 나도 그 촬영을 잊을 수 없다. (벨라) 지난 칸영화제 메이크업도 기억난다. 레드 드레스에 어울리는 레드 립스틱과 기하학적 셰이프의 아이라이너까지, 내 얼굴의 장점만 도드라지게 해줬다. (피터) 벨라 특유의 날렵한 눈매와 광대뼈를 강조하기 위해 늘 아이라인에 신경 쓰는 편이다. 아이라인을 꽉 메워 그리면 벨라의 우묵하고 깊은 눈이 답답해 보이기 때문에 눈 앞머리와 눈꼬리를 일부러 끊어진 형태로 그렸다. 그래야 두 눈이 확 열리는 것처럼 보이면서 벨라의 눈매를 살릴 수 있으니. (벨라) 앞으로 몇 년간 그 아이라인을 고집할 거다. (피터) 후훗, 내가 벨라를 좀 잘 알지!




BELLA’S MUST-HAVE KIT
1 메이크업 직후의 프레시한 피부 톤과 결을 온종일 느낄 수 있는 디올스킨 포에버 퍼펙트 쿠션, 7만5천원(리필 4만1천원).
2 피부의 수분에 반응해 생생한 핑크빛 입술 톤을 유지해 주는 립밤. 벨라가 블러셔 대용으로도 쓰는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4만1천원, 모두 Dior.

CREDIT

에디터 정윤지
사진 김선혜, COURTESY OF DIOR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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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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