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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MON

DREAM CHASER

영원한 디바 엄정화

<엘르> 코리아와 같은 데뷔 연도, 그녀가 특별한 건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지않기 때문이다. 어제와 또 다른 모습으로 '드리머' 엄정화는 우리 앞에 서 있다


재킷 실루엣의 보디수트는 YCH. 퍼 부츠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화보 컨셉트는 엄정화가 믿고 맡기는 스태프가 주도했다. 이렇게 옅은 화장과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화보를 찍는 건 처음이라고 늘 이런 화보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었다고 할까. 항상 무대에서 강한 스타일을 연출하다 보니 이렇게 화장을 걷어내고 뭔가를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홍)장현이가 계속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렇게 힘을 빼는 작업이 내게 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정규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 Part 2 발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Part 1을 발매할 때부터 예고했던 프로젝트다 원래는 Part 1이 나오고 두 달 뒤에 바로 선보이려 했는데, 드라마를 찍게 되면서 텀이 길어졌다. 총 5곡이 수록된 Part 2의 타이틀곡은 ‘엔딩 크레딧’. 지난 타이틀곡인 ‘드리머’나 ‘와치 미 무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80년대 느낌이 나는 곡인데, 오늘 촬영과도 분위기가 맞다. 힘을 살짝 뺀, 듣기 좋은 노래?


지난해 8년 만에 ‘가수 엄정화’로 복귀할 때보다 편안한 마음인가 아무래도 그렇다. 지난해에는 워낙 오랜만에 나오는 거라 스스로도 굉장히 의미를 두게 되더라. 내 나이에 지금의 음악을 하면서 새로운 곡을 발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상황들을 이겨내고 8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선보인다는 게 너무 감격적이었다. 많이 설레었고, 꼭 해내고 싶었다.


대중의 반응이나 결과에 대해선 만족했나 마지막으로 앨범을 냈던 2008년과 지금은 음악 시장이 굉장히 달라졌다. 그때는 앨범만 냈다 하면 모든 사람이 듣고 가뿐히 10위 안에 올랐는데, 지금은 음원 차트에 오르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 솔직히 며칠은 마음이 안 좋았다. 첫 방송을 마치고 뜨거운 반응 속에 며칠간 인터넷 실검에 올랐는데, 그게 음원까지 연결되진 않더라. 이게 뭐지? 역시 안 되나? 뒤처졌나? 그런데 그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계속해야겠다는 거였다. 이번에도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엄정화가 계속 음악을 하고 노래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앨범에 참여한 이름 중에서 이효리가 눈에 띈다. 대한민국 여자 솔로 가수의 계보를 잇는 선후배의 케미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다. 서로 주고받는 형식의 듀엣곡인데, 녹음하던 중에 이 곡은 효리랑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효리도 재미있겠다며 선뜻 함께해줬다. 둘이 그런 작업을 했다는 게 매우 의미 있고, 언젠가 이 곡으로 함께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엄정화’는 창작자들에게 더없이 멋진 뮤즈일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호흡을 맞춘 인상적인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포스티노란 작곡가를 처음 만났는데, Part 1에선 ‘버들숲’을, Part 2에선 ‘포토그래퍼’란 곡을 만들었다. 변신의 귀재처럼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곡을 만들어내더라. 계속 함께하고 싶은 작곡가다. 타이틀곡을 써준 프라이머리도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실망시키지 않고 잘해내고 싶었는데, 목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서 힘든 점이 있었다.



애시드 핑크 컬러의 프린지 드레스는 Emilio Pucci. 빈티지 워싱의 스터럽 데님 팬츠는 Siwy. 슈즈와 볼 캡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티셔츠는 Icons by Ecru. 체크 셔츠는 Face Connexion by Tom Greyhound Downstairs. 데님 팬츠는 Levi’s. 테이핑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렌지 컬러의 후디드 스웨트셔츠는 Acme de La Vie. 팬츠는 Dries Van Noten. 액세서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art 1의 ‘드리머’ 뮤직비디오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윤상의 음악도 좋았지만 의상과 비주얼 요소들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졌다.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을 고민하고 있나 ‘드리머’ 때부터 함께 작업한 스타일리스트가 오늘도 함께했다. 여기서 선보이는 룩이 앞서 말한 이번 타이틀곡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80년대 느낌도 나면서 지금의 스트리트 패션과 섞이고, 너무 캐주얼하지 않게 엄정화만이 소화할 수 있는 섹시미가 가미된, 그런 복합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배우가 캐릭터에 맞는 외양을 했을 때 몰입도 높은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가수 역시 모든 것이 세팅됐을 때 무대를 장악하는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패션, 춤, 노래, 연기…. 멈추지 않는 창작열은 어디서 오나 내가 직접 창작한다는 건 틀린 말 같고, 주어진 노래, 주어진 시나리오 안에서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내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곡가나 창작자들에게 느끼는 동경이나 열등감도 있다. 내 필모그래피나 이력을 보면 뭐가 많긴 많다. 그런데… 이게 지겹지 않다. 즐겁다. 솔직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일이 끝나면 ‘이제 쉬자’가 아니라, ‘다음에 뭐 하지?’ 하고 기다려진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 하지 못할 것 같은 걸 해내고 싶은 열망이 있다. 일


상은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나 그런 편이다. 사실 전에는 그랬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우면서 스스로 다그치고 못살게 군 때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것에서 많이 헤어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바다와 와인, 강아지, 이 세 가지가 자주 보이는데 하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원래 도시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3년 전 서핑을 시작하면서 바다에만 가게 된다. 파도를 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묘미를 알아가고 있다. 강아지는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고, 와인을 좋아하는데 특히 시라즈를 즐겨 마신다.


무대에서 내뿜는 카리스마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비친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이나 감각이 무뎌지기 쉬운데, 엄정화는 예외인 것 같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마음 편한 부분도 있지 않나? 예전에는 클럽에서 음악 듣고 춤추는 게 너무너무 좋았다. 그러다 서른다섯을 넘기면서 고민이 됐다. 내가 나이 들어서까지 클럽을 좋아하면 어떡하나 하고.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변하더라. 지금도 가끔 친구들과 클럽에 갈 때가 있지만, 예전만큼 설레진 않는다.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 좋은 점부터 보는 것. 특히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장점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손해 보거나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럴 때도 비판적이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크다. 내가 지닌 직관이나 직감을 믿는 편이다. 머리로 계산하는 것보다 내 느낌이 맞는 경우가 많더라.


본인의 존재 자체가 뒤따르는 후배나 여자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는 걸 아나 뭔가 의도하고 해온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데뷔 이후 정말 바쁘게 살았다. 그중에는 정말 생계를 위해 일했던 시간도 있는데, 그때도 일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내 나이에 이렇게 필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나도 힘을 얻을 것 같거든. 만일 내 앞에도 누군가가 있다면….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게 외로울 때도 있겠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두려워하나? 그런데 나는 항상 두려운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직관을 믿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기려 한다. 이제는 진짜 나이를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누드 톤의 보디수트는 Maison Margiela. 맥시한 데님 팬츠는 Fumika Uchida by Ecru.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컬러의 레인코트는 Vetements by Matches Fashion. 루스한 실루엣의 후디드 스웨트셔츠는 Brashy Studios by Tom Greyhound Downstairs. 러프한 커팅의 데님 팬츠는 R13 by Ecru. 화이트 슈즈와 볼 캡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사진 홍장현
스타일리스트 김석원(SWV)
에디터 김아름
헤어 김정환
메이크업 원조연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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