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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6. FRI

STAND BOLD

캡틴 조진웅

조진웅은 변화에 유연하다.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게 있다. 그래서 그는 변했지만, 완벽하게 변하지 않았다

니트 풀오버는 Man on the Boon.



코트와 풀오버, 팬츠, 슈즈는 모두 Dior Homme.



브이넥 니트는 Giorgio Armani. 팬츠와 슈즈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니트 풀오버는 Man on the Boon.



수트와 이너 웨어로 착용한 풀오버는 모두 Man on the Boon.



저녁 7시예요. 인터뷰 이후 일정은 술자리인가요? <대장 김창수>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하. 저는 어차피 안 마셔요. 술을 끊어서. <독전>이라는 영화 때문에 끊었죠.

설마…. 단기겠죠 그럼요. 단기죠! 그 좋은 걸 왜 완전히 끊겠어요(웃음). 

술이 <독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길래 단기로 끊은 건가요 몸을 만들고 있어요. 액션 신이 많거든요. 운동 안 하고 버티면 다치겠구나 싶었죠. 무술감독님과 파주 액션스쿨에서 1:1로 매일 트레이닝받고 있어요.

몸이 탄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아, 그렇게 보이나요?

<암살> <아가씨>에 이어 <대장 김창수>로 다시 일제강점기로 날아갔네요. 3년간 두 번은 독립군으로(<암살>의 속사포, <대장 김창수>의 김창수), 한 번은 변절한 조선인(<아가씨>의 코우즈키)으로 살았어요. 그들의 삶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요 신념 아닐까요?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이 그랬죠. “해방될 줄 몰랐다”고. 와 닿더라고요. 실제로 당시 자료를 보면 ‘이런 상황이면 하늘이 변하지 않으리라 믿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그런 상황에서 독립운동에 나서기란 쉽지 않았겠죠. 결국 개인의 신념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신념은 어떤가요? 크고 작은 행사에서 늘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더군요. <암살>로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고 그런 말도 했죠. “(독립투사들의) 넋이 억울하지 않게끔 해야 합니다. 기회가 있죠! 선거합시다.” 또 다른 시상식에서는 “나라가 춥다”는 뼈 있는 수상 소감도 남겼고요.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인상이에요 신념을 떠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아요.

전혀요? 문화인 블랙리스트 사건도 있었는데 네. 전혀요.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스피커 역할을 하고 싶은 건가요 정확히 보셨어요. 노근리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작품이죠. 연극하던 시절, 그 영화 포스터를 봤는데 출연 배우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때 생각했죠. 되짚어봐야 할 역사에 대해 배우들이 외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동참하고 싶다고요.

연기가 가장 신명 나는 순간은 언제예요 가끔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홀렸다는 말로도 부족해요. 엄청 재미있거든요. 안 해보면 몰라요. 그런 순간에는 너무 행복하니까 이걸 계속해야지 하죠. 그런데 또 하다 보면 마냥 즐거운 게 아니란 걸 느낄 때가 와요. 

좋아하는 이유만으로는 연기가 충분치 않나요 연기는 그럴 수 없어요. 어느 정도의 책임과 무게가 따른다고 생각해요. 시대의 당위성까지는 거창하지만, 분명 어떤 영적 교감에는 이유가 있거든요.  연기에 대한 확고함이 있네요 그런데 저는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팔랑귀’예요. 시대마다 제 이데올로기가 바뀝니다.  왜죠 박식한 줏대가 없어서죠. 어떨 때는 하이데거에게 빠지고 어떨 땐 니체에 솔깃해요. 그러다가 또 “마르크스가 그랬단 말이야? 우리 잘못 살았어. 우리 마르크스로 가야 해” 이래요. “획일화된 연기법을 논하는 스타니 슬라브스키적 메소드 연기는 버려야 한다.” 이럴 때도 있죠. 지금도 그래요. 

그렇다면 인터뷰가 조심스럽지 않나요? 언제고 바뀔 생각들을 글로 남기는 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념은 변하지만, 저라는 사람의 본질은 완전히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변하지 않는 건 또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요. 연기에 있어 변하지 않는 건 있어요. 아직도 두려워한다는 것. 캐릭터와의 충돌이 너무 아파요. 외로울 걸 알아요. 그럼에도 부딪혀야 해요. 그걸 할 자신이 없으면 배우를 관둬야죠. 어디까지 부서질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그래요.

<대장 김창수>에서 외골수에 고집 센 김창수가 감옥 동료를 만나서 변하죠. 당신에게도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이 있나요 엄청 많죠. 너무 많아요. 그런데 변화하게끔 만들어준 사람도 많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준 사람도 많아요. 어떻게 보면 내 변화를 인정해 준 사람들이죠. 변하는 나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변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또 그래서 어떤 부분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요. 



블루종 점퍼는 Salvatore Ferragamo.



코트와 풀오버, 팬츠는 모두 Dior Homme.



남자 사이에 있을 때 당신은 어떤가요 일단 말이 좀 많아져요(웃음). 직업병 중 하나인데 말을 못 참아요. 특히 포즈(Pause, 일시 정지)를 못 견뎌 합니다.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군요 있어요. 연극할 때 상대 배우를 보고 연기하더라도 90° 각도에 있는 관객이 보여요. 하품하는 게 보인다? 그럼 속으로 ‘쟤 오늘 죽었다. 하품을 해?’ 하고는 그 사람만 보고 죽자 살자 대사를 하죠.

집요하네요(웃음) 배우 중엔 저처럼 ‘포즈’를 못 견뎌 하는 분이 많아요. 안성기 선배님이 대표적이죠. 저희는 괜찮은데, 당신이 있기 때문에 애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포즈의 순간이 오면 “내가 칸에서 샤론 스톤 만난 이야기 해줬나?” 이러시죠. 

취향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영화 <아가씨>에서 히데코(김민희)가 신사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낭독회 장면은 꽤 변태적입니다. 만약 그 방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어떤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읽어주면 안 될까요(웃음)? 낭독해 보고 싶은 책이 있거든요. 손턴 와일더의 <우리 읍내>를 내재 드라마처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 힌트를 간달프에서 얻었어요. 아시죠? <반지의 제왕> 간달프. 영화를 보는데, 간달프 할아버지가 옆에 앉아서 “이랬단다~ 저랬단다~” 하는 느낌이 너무 황홀했어요. 그때 생각했죠. <우리 읍내>를 나도 저렇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확실히 배우답네요. 코우즈키에게는 그 방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장소였죠.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나요 안 그래도 그런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집에서 시나리오를 읽다가 빠져들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저는 거실에 있는데 TV는 꺼져 있고 와이프는 안방에 들어가 있어요. 미안하죠. 괜히 나 때문에. 나만의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전에는 화장실이 그런 역할을 해줬던 것도 같네요. 

쉬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많은 캐릭터들이 내 안에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촬영이 끝나도 쉽게 보내지 못하는 유형의 캐릭터도 있을 텐데요 있죠. 작품을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무휼. 너무 오래 남았어요. 4개월 지나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공형진 선배가 그랬어요. “아직도 무휼이 있는 것 같아.” 그때 알았죠. ‘내가 아직 못 지웠구나. 이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구나.’ 그의 성정을 닮고 싶었어요. 저에게 없는 모습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어쩜 사람이 그렇게 곧을 수 있나 했죠.

마침 <대장 김창수>의 이원태 감독님이 “조진웅은 물러서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 우직함을 지닌 배우”라고 이야기하던 걸요 에이~ 저, 돌아갑니다(웃음)!

배움이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건 배우에겐 축복인가요 가끔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큰 인물을 만나서 그의 몫을 일부나마 살아보는 것도 종국엔 제 몫이죠.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는 어때요? 많은 사람들이 조진웅의 터닝 포인트라고 이야기하던데, 그렇게 생각하나요 터닝 포인트일 수 있어요. 괴롭고 힘든 현장이긴 했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복 받은 작업이었죠. 어딜 가든 지금도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오래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죠.

40대의 삶은 어때요 좋아요. 20대 때 서른이 되는 게 죽기보다 싫었어요. 당시 주위에 좋은 30대 선배도 있었지만, 배울 게 없는 선배도 많았거든요. 나도 그런 30대를 보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서른이 됐을 때 펑펑 울었어요. 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엔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요즘 뭔가 자신감 넘쳐 보여요 맞아요. 좋아요, 지금이.

CREDIT

사진 안주영
글 정시우
에디터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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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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