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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TUE

Oh, CARA

10월의 커버 걸, 카라 델레바인

모델, 뮤지션, 배우이자 뮤즈와 롤 모델이란 수식어로 곧잘 불리는 카라 델레바인을 만나 한 권의 소설책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눴다. 소설가 데뷔를 앞둔 그녀는 더없이 진지했다


시어링 트리밍의 데님 재킷은 810파운드, 데님 스커트는 212파운드, 모두 Y/Project. 웨스턴 부츠는 1800파운드, Jessie Western. 골드 링은 230파운드, Dior. 이어링은 카라의 소장품.



현란한 워싱 디테일의 데님 재킷은 990파운드, 데님 팬츠는 750파운드, 모두 Givenchy. 웨스턴 부츠는 1800파운드, Jessie Western. 골드 링은 230파운드, Dior. 이어링은 카라의 소장품.



실크 비딩 드레스는 1만2855파운드, 크리스털 부츠는 6855파운드,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옐로 후디드 톱은 165파운드, Ashley Williams. 메탈 링은 230파운드, Dior.



시어링 트리밍의 데님 재킷은 810파운드, 데님 스커트는 212파운드, 모두 Y/Project. 웨스턴 부츠는 1800파운드, Jessie Western. 골드 링은 230파운드, Dior. 이어링은 카라의 소장품.



카라 델레바인과의 인터뷰는 LA 셰도 힐스 근교의 화보 촬영장에서 예정돼 있었다. 나를 태운 차가 비탈진 길을 휘감으며 산기슭에 자리한 거대한 저택에 다다랐다. 파란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새하얀 건물 안에서는 <엘르> 커버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햇살이 잘게 쏟아지는 마당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카라를 만나고 싶어 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과잉 없이 솔직한 태도다. 틀에 박힌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경력이나 성별에 따라 재단되고 정의하는 일을 질색한다. 심리 문제, 자살, 자존감, 성 정체성 등 현재 10~20대가 직면한 사안에 대해 거리낌 없이 생각을 드러낼 줄 안다. 그런 면모에 큰 인상을 받은 터라 10월에 출간되는 카라의 소설 <미러, 미러 Mirror, Mirror>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완 콜먼(Rowan Coleman)과 함께 쓴 소설로 16세 동갑내기 친구들이 학교생활과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직 카라와 거창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10대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졌다. 30분쯤 지나서 만난 카라가 나를 힘껏 껴안으며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체구는 보호 본능을 자극할 만큼 아담하지만 버즈 컷을 하고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모습이 전사 같았다. 그녀도 이곳이 처음이겠지만 불안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행동하는 부류라는 확신이 들었다. 카라가 즐겨 먹는다는 인앤아웃 버거의 메뉴를 하나씩 쥐고 차에 올랐다. 화보 촬영장에서 긴 시간을 보낸 그녀는 좌석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길게 하품을 했다. “배도 고프고 시차 때문에 머리가 멍한 상태예요.” 우리는 차가 어디론가 달리는 동안 인앤아웃 버거와 LA의 뜨거운 열기, 카라의 고향인 영국의 짓궂은 날씨에 관해 흥미로운 수다를 나눴다. 어느새 창밖 풍경이 바뀌었고 그제야 준비한 질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직전까지 둘 중 누구도 인터뷰라는 과제를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웃고 떠들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예정돼 있던 인터뷰 장소도 이곳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된 건 없었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LA에서 살아온 20년 동안 할리우드 스타들과 작업할 때면 이런 일은 곧잘 일어났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소설 <미러, 미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읽어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내 말에 카라는 무척 놀라워했다. 동시에 유난히 큰 눈동자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정말로요? 어땠어요? 제 소설을 읽은 사람과 아직 얘기를 해본 적 없어요.” 몇몇 인상 깊었던 부분, 이를테면 변형된 플롯과 인물 묘사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양손을 휘저으며 그동안 참고 참았다는 듯이 말을 술술 풀어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는데 그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소설에 담았어요. 첫 아이디어는 미국 작가 베아트리체 스팍스의 1971년 작 <이상한 나라에 빠진 앨리스 Go Ask Alice>에서 얻었어요. 마약중독자가 된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인데, 제 소설은 이보다 덜 어둡고 현대적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유사해요. 10대는 늘 시행착오와 시련을 거치잖아요.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모델이자 배우이며 뮤지션이기도 한 카라는 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을까? “소셜 미디어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그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머릿속의 생각, 친구들,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이야기를.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10대 때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했어요.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유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감당하지 못할 슬픔을 키우는 것과 같아요.” 누구에게나 10대는 인생에서 가장 항해하기 힘든 시기다.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이 매력적이고 솔직하며 단순하지 않은 그녀도 성장통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기 안에 갇혀 있으면 매 순간 모든 것이 힘들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인데도 말이죠.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선 자기평가를 하기 어렵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요.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죠. 게다가 소셜 미디어 속에서 ‘나는 완벽한 상태여야 해’라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 와중에 엄청난 호르몬의 변화를 겪게 돼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소설에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혹은 갑자기 마음 깊숙이 뭔가 뜨거운 게 올라왔는지 카라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격앙된 어조를 걷어낸 뒤 말을 이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즐겁고 놀라운 경험을 수없이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삶이 늘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특히 학창 시절, 숨이 막혔어요. 학교에서는 쉴 틈을 주지 않았죠. ‘정말 힘들어요!’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그때 터득한 교훈은 이거예요, 감정을 표현할 것.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아무도 몰라요. 혼자라는 느낌은 스스로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해요.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저 역시 감정 표현에 굉장히 서툴렀어요. 그런 행동을 부끄럽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뒤늦게 깨달았는데, 누구나 혼자라고 느끼지만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어요.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인간이니까요.” 카라의 목소리에는 열정과 공감의 힘이 담겨 있었다. 10대라는 인생의 한 구간을 통과한 그녀는 책임감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예기치 못한 사건과 처음 느끼는 감정이 유성처럼 쏟아지며 뿌리째 흔들리는 10대의 세계에 그녀가 연대적인 책임을 지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10대들은 롤 모델이나 우상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라 동경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거죠. 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10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것들이 긍정적이고 의식 있는 롤 모델이 돼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해요.” 카라는 요즘 편안하고 자유로운 기분에 젖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음악과 연기뿐 아니라 이제는 글 쓰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으며, 타인과 소통하는 경험의 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모델이자 배우인 그녀는 자신이 탁월한 스토리텔러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동심리학자나 심리치료사에 도전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굉장히 흥미를 느끼거든요. 연기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스토리텔링이 저와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걸 점점 더 깨닫게 돼요.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은 제 자신을 더 알게 해줬고 다른 캐릭터와 연결되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카라가 말을 마쳤을 때 우리를 태운 차는 속도를 늦춰 주차장 입구에 진입했다.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신호였다. 그녀에게 <미러, 미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의례적인 질문 같지만 소설가로 데뷔하는 카라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름다움과 재앙의 혼합물과 같은 삶에서 중요한 건 자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고 비평하기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해요.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말이죠. 그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오해가 있거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어요.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차에서 내리면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진지하고 조심스러웠던 얼굴은 금세 캘리포니아의 하늘처럼 밝고 경쾌해졌다. 나는 작별 인사 대신 “이 인터뷰가 글을 쓰는 데 조금이라도 영감을 줬을까요?”라고 물었다.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카라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명랑하게 외쳤다. “물론이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더 명확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CREDIT

사진 KAI Z FENG
스타일리스트 CHARLOTTE STOCKDALE
글 JENNIFER NIVEN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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