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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FRI

BLOOMING SUZY

수지 한 송이

청초함은 덜어내고, 신비로움은 덧입혀졌다. 진한 꽃 향기가 진동하는 수지 한 송이

클래식한 로마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아칸서스 잎이 그려진 실크 크레이프 블라우스와 지오메트릭 패턴의 A라인 미디스커트는 모두 Fendi.

 

 

넓은 라펠과 밍크를 장식한 소매가 특징인 시어링 코트와 튤 소재를 덧댄 블라우스, 터쿠아즈 컬러의 플리츠 새틴 스커트, 삭스를 신은 듯한 스트랩 펌프스, 로고 장식의 벨벳 캔 아이 백은 모두 Fendi.

 

밍크 소매를 부착한 글렌 체크 패턴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브랜드 로고를 장식한 벨트는 모두 Fendi.



로마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소감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로마의 휴일>이다. 일상에 싫증난 공주가 로마의 거리를 거닐고, 젤라토를 먹고 쇼핑하는 소소한 일상에 행복해 하지 않나. 물론 촬영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로마에서 ‘휴일’을 즐기는 기분을 내보려고 했다. 최근 몽환적이거나 클래식한 분위기의 화보 촬영을 많이 했다. 이번 컨셉트는 내면의 밝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었다.

 

요즘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9월에 방영 예정인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사전제작 드라마다. 3개월 정도 촬영이 진행됐고, 로마에서 돌아가면 막바지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드림하이>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혜련 작가와 6년 만의 재회라고 <함부로 애틋하게>를 촬영하고 있을 때, 시놉시스랑 1회 대본만 보고 ‘이 작품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휴식기 없이 바로 또 다른 촬영을 감행해야 하는 터라 후회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작가님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소재도 신선했다.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정말 이 작품에 끌리는 걸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곧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

 

수지가 연기하는 ‘홍주’는 어떤 인물인가. 본인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는 편인가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 닥칠 불행한 사건사고를 꿈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여자다. 비슷한 캐릭터에 먼저 끌리는 편이지만 나에겐 여러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홍주는 나랑 다른 부분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안방 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지의 기억 속에서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 있는 작품이 있다면 <드림하이>부터 <건축학개론>, <구가의 서>, <도리화가>, <함부로 애틋하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들이 좋았다. 굳이 꼽자면 <드림하이>? 완벽한 준비 없이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때였고, 다양한 스케줄로 정신 없이 바빴다. 또래 배우들이 많은 촬영 현장이라 재미도 있었고 치열함도 있었다.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고, 연기력도 부족해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인생에서 가장 큰 재미와 힘듦을 동시에 느낀 촬영이었다.

 

 

굵은 스티치 장식이 특징인 울 소재의 롱 코트와 레드 니트 톱, 새로운 펜디 로고가 새겨진 플랩이 특징인 캔 아이 백은 모두 Fendi.

 

 

물방형 모티프의 프린트가 인상적인 새틴 블라우스와 슬릿 디테일의 미디스커트, 체인을 활용해 크로스보디 백으로 연출한 캔 아이 백, 메탈릭한 투 톤 컬러가 돋보이는 롱부츠는 모두 Fendi.

 

 

플라워 코르사주와 펀칭 디테일로 섬세하게 장식한 플리츠 드레스는 Fendi.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한 단계 성장하는 본인을 느끼나 <도리화가>, <함부로 애틋하게>는 대중의 평가가 냉정했지만 반대로 배우 수지가 성장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신인 때는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커서 작품에 대한 애착이 좀 적었던 것 같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주도적으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애정이 더 강한 것 같다.

 

요즘 수지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일 끝나고 맥주 한잔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가끔 혼술도 하지만 친구랑 이야기하며 즐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드라이브도 좋아한다.

 

여가 시간이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는 특별한 취미가 없다. 제대로 된 취미를 만들려면 좀 길게 쉬어야 할 것 같다. 불규칙적인 스케줄이 이어지다 보니 뭔가 꾸준히 할 기회가 없었다.

 

특별히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맨손으로 빌딩이나 건물을 오르거나 뛰는 파쿠르나 레이싱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배워보고 싶다. 여성스럽게 손으로 하는 건 잘 못한다.

 

의외다. ‘수지=국민 첫사랑, ‘청초함의 아이콘’ 아니었나 영화 캐릭터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왈가닥인 부분이 많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서 굳이 “난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하지만 여성스럽기만 한 건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 가지 이미지에 국한되기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싶고,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다.

 

2010년 데뷔 후 미쓰에이-연기자-솔로 가수 등 늘 숨가쁘게 달려왔고 그 결과 연기와 가수 분야 모두 수지 ‘파워’가 상당하다. ‘성공’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10대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내 나이에 쉽게 얻지 못할 명성과 부도 가졌으니 표면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을 크게 이룰 거야’라는 생각보다 계속 좋아하는 일을 쭉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치지 않고 밸런스를 잘 잡아가면 ‘성공’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지오메트릭 패턴의 투 톤 실크 크레이프 롱 드레스는 허리에 드레이핑이 가미돼 페미닌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롱 드레스와 송아지가죽 소재의 캔 아이 백은 모두 Fendi.

 

 

컷아웃 디테일이 인상적인 멀티 프린트의 니트 크롭트 톱은 Fendi.

 

 

데뷔 7년 차, 회사로 따지면 대리에서 과장 사이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배수지 과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하. 재미있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간절히 바라던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 뒤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라는 기분이 종종 들 때도 있지 않나. 이런 순간에 지치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대중에게 보여지고 평가받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상처받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재미’를 느끼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수지의 서른을 생각해 본 적 있나 금방 다가올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작품 활동을 비롯해 주위 환경에 신경 쓰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건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장기적인 큰 목표를 세웠는데, 요즘은 충실히 보낸 하루하루가 1년 뒤, 5년 뒤를 형성한다는 걸 깨달았다. 긍정적일 땐 ‘이 하루를 잘 마무리하다 보면 미래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반대로 부정적일 땐 ‘오늘만 버티자’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나이듦에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다 나이가 들었을 때 주름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얼굴에는 인생의 긴 여운이 담겨 있어 감동적이고 아름다울 때가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짓는 표정이 나이가 들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지 않나. 내 인상이 나중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아직 주름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주름 시술에서 자유로울 것 같다는 확신은 없다(웃음). 그래도 인위적인 건 싫다.

 

절대 변하지 않을 삶의 명제나 가치관이 있나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꾸미지 않고 내가 가진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말이다. 비단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 모두 남의 시선이나 가치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나. 바람일 수도 있지만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싶다.

 

오늘 인터뷰에서 ‘재미’ ‘자연스럽다’는 단어를 제일 많이 사용한 것 알고 있나 책이나 영화, 음악은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파고들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에 쉽게 싫증을 낼 때도 있다. 노래나 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가끔 화보 촬영을 통해 재미있는 일탈을 경험하는 것 등 매번 다른 걸 구상하고 시도하는 것이 ‘재미’를 창조하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긍정적이고, 쉽게 싫증을 내면서도 좋아하는 일은 계속하는 모습, 가끔 종잡을 수 없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수지니까. 

 

 

컷아웃 디테일의 멀티 프린트 니트 톱과 다리에 꼭 맞게 디자인된 니트, 레더 소재의 사이하이 부츠, 프런트에 지퍼를 장식한 송아지가죽 소재의 런어웨이 토트백은 모두 Fendi.

 

 

밍크 소매 단을 부착한 글렌 체크 패턴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브랜드 로고를 장식한 벨트, 플리츠 장식의 새틴 스커트는 모두 Fendi.

 

 

 

SUZY LAND
모든 것이 완벽했던 로마에서의 시간. 싱그러움과 신비로움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24세 수지의 모습이 담긴 패션 필름을 만나보세요.

CREDIT

사진 김희준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에디터 정장조
헤어 이예슬
메이크업 원정요
패션어시스턴트 이주이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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