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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THU

True Love

변한 것 없는 검정치마

검정치마 조휴일이 휴일도 없이 만든 앨범 <Team Baby>는 사랑에 대한 얘기다. 온통 위태롭고 아프고 엇갈리는 사랑들 속에서 그는 순수할 만큼 평온한 사랑이 있다고 노래한다. 오해는 금지다


 

6년 만에 정규 앨범이 나왔어요 제 느낌에는 2년 같은 6년이었어요. 어제 홍대 게릴라 공연에서도 느꼈는데, 예전엔 ‘집에 앉아서 댓글만 달지 공연도 안 오고 CD도 안 사는 중학생들’이 이제 저를 먹여 살리고 있고 정작 제 옛날 팬들은 다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뮤지션 입장에서는 세대가 바뀌는 게 보이죠 저도 전보다 음악을 안 들어요. 한번은 저보다 젊은 뮤지션을 만났는데 요즘 무슨 음악 듣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무거나 추천했는데 스마트폰에 받아적길래 보니까 앞으로 들을 음악 리스트를 끝도 없이 갖고 있었어요. 저도 예전에 그런 리스트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모든 음악이 다 자극이 됐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굉장히 황홀했어요. 이젠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도 평생 먹지 않던 비비빅만 골라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는 이제야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겹치지 않으면 재앙 아닌가요 제 모든 앨범에 그런 부분이 있어요. 장르적 욕심이 많아서 힙합이든 록이든 일단 만들면 한 곡쯤은 남들 이상으로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막상 만들고 보면 결국 의도와 상관없이 제 스타일처럼 들려요. 그게 음악적 한계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다행스럽기도 해요. 2015년에 낸 싱글 ‘Hollywood’가 그래요. 평소 전자음악을 잘 듣지 않아서 다 만들고 나서 믹스할 때 엄청 애를 먹었죠. 

 

스타일이 확실하니까 장르를 떠나 검정치마적인 음악을 모두 기다려온 것 아닐까요 글쎄요, 제 스타일이 확실한가요? 그 스타일을 뭐라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에 즐겨 듣던 음악 외에도 <Mtv>나 <롤링스톤> 같은 음악 매체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들의 인터뷰가 죄다 약 먹고 한 헛소리일지 몰라도, 어린 저에겐 한 줄 한 줄이 성서처럼 다가왔죠. 하도 오래돼서 누구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무대에서 괴상한 코스튬을 하는 뮤지션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옛날부터 쭉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내가 하이힐을 신건 드레스를 입건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기는 그런 시선에 있어선 면죄부가 있다는 말을 했어요. 궁극적으로 제가 원하는 것과 비슷해요. 제가 완전히 다른 음악을 들고 온다 해도 ‘어 검정치마는 원래 저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1집부터 그걸 위한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잖아요. 변한 부분은 뭔가요 아마도 가사의 비중이겠죠? 예전엔 멜로디가 중요하고 가사는 멜로디를 실어나르는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가사 얘기가 나오니까 처음에는 의아했고 나중에는 조금 스트레스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쓴 걸 자꾸 좋다고 하면 그걸 의식하게 되고 그럴수록 안 좋아지니까. 작업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죠. 

 

소속사가 생겼다는 것도 변한 부분인데요 1집 당시 알려진 소속사 사건 이후 2집 활동을 혼자 하면서 자유로웠던 만큼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그만큼 몸을 사린 것 같고요. 지금은 음악을 제외한 부분들을 회사가 해주니까 훨씬 편안합니다. 

 

전작들과 가장 큰 차이로 거론된 건 음악적 스타일보다 조휴일의 개인적인… 사람들은 제가 결혼하고 생활이 안정되어 혹은 신혼생활에 취해 있어서 음악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대부분의 곡들이 2집 활동을 하던 시기 혹은 그 이전에 만든거예요. 이번 음반은 어덜트 컨템퍼러리,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한 것뿐이에요. ‘사랑’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노래가 일관되게 달콤하죠. 굳이 신변의 변화를 이번 앨범과 엮으려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아내와는 검정치마 데뷔 즈음에 만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설레는 신혼’은 이미 1집 활동이 끝나기 전에 겪었습니다. 그것이 아직 잘 유지되고 있는 덕분에 음악에 뭔가 묻어나는 건지는 모르지만요. 

 

개인적인 일들이 유독 부각되는 건, 오히려 알려진 게 적어서일까요 고등학교 때 밴드 펄 잼을 너무 사랑했던 친구가 펄 잼 로고를 어깨에 문신으로 새긴다길래 말린 적 있어요. 혹시 나중에라도 직접 만나봤더니 에디 베더가 열라 재수 없으면 어떡해요? 실제로 약간 그런 거 같지만. 저는 뮤지션과 그의 작업물을 별개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랑이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임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알 수 있어요 전반적으로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감정을 확대해서 표현하는 일이에요. 조그만 상처라도 그걸 헤집고 덧나게 만들어서 남에게 보여주고, 아주 작은 행복을 대할 때도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춤추는 거죠. 제 사랑이라고 남의 사랑보다 더 특별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 음악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공감하고 위안을 받죠. 그런 의미에서 <Team Baby>는 앨범 소개글과는 달리 한 사람을 위한 헌정 앨범이 아니에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로맨틱하겠지만 사랑 그 자체를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보는 게 옳은 것 같아요. 

 

커버는 부모님의 결혼사진, 앨범 제목은 <Team Baby>예요 부모님 사진을 쓴 이유는 첫째로 빈티지한 느낌 자체가 예뻐서. 두 번째로는 부모님은 제가 아는 가장 이상적인 팀이기 때문이에요. 연인을 향한 애칭 ‘베이비’ 앞에 같은 편을 의미하는 ‘팀’이 붙으면서 또 다른 의미가 생기죠. 팀이란 서로를 위해 혹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누구랄 것 없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니까. 아마 대한민국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중 제가 가장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을 거예요. 

 

그거 진짜 엄청난 축복이에요! 그렇죠.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멋진 상처를 남겨주지 않는가 아, 불우하고 싶다’ 그런 걸 갈구할 정도였어요(웃음). 대신 부모님이 많이 엄하긴 하셨죠. 칭찬에 인색하시고. 

 

파트 2와 3도 발매 예정이라고 했는데, 앨범을 나눈 이유는 뭔가요 음악적인 부분만 보면 파트 1인 <Team Baby>는 곧 나올 파트 2와 달리 복고적인 색깔이 크고요, 가사 면에서도 정서적으로 많이 달라요. 파트 3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그건 나중에…. 일단 파트 2를 기대해 주세요. 

 

슈퍼히어로에 자신을 빗댄다면 뭘로 설명하고 싶어요 히어로 액션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헐크 정도? 가장 강력한 캐릭터면서도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본인 의지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전 음악이 저에게 오기를 항상 기다리는 편이라서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도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 사이클롭스도 있군요. 강력한 레이저를 갖고 있지만 안경이 없으면 눈도 제대로 못 뜨잖아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안경을 못 찾는 저와 같은 모습이죠.

CREDIT

사진 장엽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경은
디자이너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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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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