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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MON

MR. STRONG

여진구의 단단함

맞다. 우리가 오랫동안 보아온 여진구가 맞다

네이비 컬러의 슬리브리스 니트와 벨티드 네이비 슬랙스는 모두 Wooyoungmi.



실버 컬러의 보머 재킷은 Acne Studios.



이 화보를 보면 모두가 놀랄 거다. 몸을 만든 계기는 지난해 드라마 <대박>이 끝난 뒤 운동을 시작했다. 한 번은 꼭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더라도 탄탄하게. 


예를 들면 운동하면서 정지훈, 박재범, 장혁, 이병헌 선배들의 사진을 찾아봤다. 외국 배우로는 대니얼 크레이그. 슈퍼히어로 역에 캐스팅되면 모를까,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몸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겠더라.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려서부터 하체가 발달해 트레이너 선생님이 하체 근육을 줄이는 것도, 상체를 키우기는 것도 어려울 거라 했다. 다행히 운동을 하면서 몸의 밸런스가 잘 잡혀가고 있다. 


먹는 걸 좋아한다며. 식단 관리 때 생각나는 음식은 된장찌개와 자장면. 삼겹살, 치킨이 아른거릴 줄 알았는데 평소 흔하게 먹던 음식이 생각났다. 집 반찬도 그렇고. 


운동하면서 달라진 점은 아침에 일어나면 확실히 몸이 가볍다. 전날 운동한 보람이 느껴지고 오늘은 어떻게 운동할지 생각한다. 운동에 푹 빠져 열심인 사람들이 왜 그런지 알겠다. 


운동 말고 지속적으로 해온 건 표정 연습을 틈틈이 한다. 대단한 건 아니고 안면 근육을 풀어주는 정도다. 평상시 표정이 굳어 있어 웃으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본인 얼굴을 들여다보면 온도 차가 크다. 방금 얘기했듯이 무표정할 때와 웃을 때 차이가 많이 난다.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게 좋지 않지만 배우로서는 장점이다. 분위기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여 연기에 도움이 된다. 운동하면서 얼굴 살이 좀 빠졌는데 화면에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이너 웨어로 입은 화이트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재킷은 Off-White by 10 Corso Como Seoul. 약지에 낀 링은 Gucci.



멋있어 보이고 싶을 때 짓는 표정은 아직까지는 밝게 웃으려고 한다. 나이가 더 들고 얼굴에 연륜이 묻어나야 무심한 듯 있어도 멋있어 보이겠지. 


영화 <대립군>에서 임진왜란 당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조정을 이끌게 된 광해를 연기했다. 여기서 보게 될 여진구의 얼굴은 정확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인간적일 것 같다. <화이>나 <서부전선>에서 영화적으로 명확한 캐릭터를 했다면 <대립군>의 광해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속 광해는 자신이 짊어진 짐을 꽉 잡지도, 내려놓지도 못한 채 거칠게 흔들린다. 캐릭터의 분위기와 큰 틀을 잡고 유연하게 연기하려는 편인데 감정의 파고가 커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이 캐릭터는 이렇습니다’라는 정의를 내려도 금세 이게 아닌가 싶더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봐온 광해 캐릭터와는 다르네 그전까지의 광해가 권위와 위엄을 지닌 모습이었다면 <대립군>의 광해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로 그려진다. 그래선지 인물이 부닥친 상황이 더 막막하게 다가왔고 ‘내게 커다란 책임이 주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단초로 연기했다. 


일찍부터 연기를 시작하면서 ‘충무로를 이끌 기대주’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성격이 무디다. 기대를 많이 해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잘 잊는 성격이라 부담 같은 건 없었다. 배우라 해서 예민하지도 않다. 촬영장에서 감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나는 “헤헤헤” 하고 있다. 


김윤석, 설경구, 조진웅 등 묵직한 선배 배우들과 앙상블을 이뤄왔다. <대립군>에서 함께한 이정재 선배에게 무엇을 배웠나 눈빛이다. 이정재 선배의 전작들을 보면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시선에도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뭔가가 담겨 있더라. 평상시 눈을 봐도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이다. 그 눈빛을 닮고 싶었다. 그래서 선배한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뭐라 조언해 주던가 “그건 네가 갖고 있어야 돼”라고 하시더라. 하하하. 일단 알겠다고 했지만 대체 뭘 갖고 있어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나는 이걸 ‘잔잔한 주파수의 연기’라고 부르는데, 이정재 선배와 연기하면서 감정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실루엣이 드러나는 베이지 컬러의 브이넥 니트는 Acne Studios. 화이트 컬러의 슬랙스는 Salvatore Ferragamo.



그런 식으로 현장에서 감독, 선배 배우들에게 경험으로 배우다가 지난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연기는 어떤가 어려서부터 현장에서 배운 연기는 “자, 해봐”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도록 판을 깔아줬다. 선배들도 나를 한참 어린 후배가 아니라 한 명의 동료 배우로 대해줬다. 가차없이 연기해줬고 나도 기죽지 않고 달려들었다. 거기에 익숙해 있다가 대학에서 연기 수업을 듣는데 충격받았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낯설었다. 내 연기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연기란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드라마나 영화는 같은 연기를 반복해서 다시 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기 칭찬을 해주는데 여러 시도 끝에 나오는 감정들이 많다. 그런데 연극에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관객들에게 “죄송합니다. 다시 해볼게요”라고 할 수 없다. 실수에 대한 조마조마함, 날것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학교 친구들과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마음 편하게 해보라지만 발음 하나만 틀려도 얼어버린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민이잖아. 


현장이 아닌 곳에서 같은 꿈을 가진 비슷한 또래와 만나보니 바로 그 점이 대학에 가기로 한 결정적 이유였다. 대학 진학을 고민했는데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열정을 갖고 사는지, 또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대학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촬영 중인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에서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대학생을 연기하는데 나와 닮았다기보다 친구 무리에 꼭 있을 법한 캐릭터다. 좀 더 설명하면 자기 살기 바쁜 친구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는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쓴다. 그 모습이 짠하다. 술 한 잔 사주고 싶을 만큼. 


드라마에 대해 브리핑한다면 어떤 점을 이야기하고 싶나 드라마의 장르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SF 추적극이다. 구성부터 특이하다. 내가 나오는 2017년 현재와 김강우 선배가 연기하는 2037년,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 회에 함께 펼쳐진다.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 드라마는 아니다. 주인공도, 사건도 다르지만 <써클>이란 제목처럼 20년 터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20년 후, 여진구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마흔 살이겠네. 그때쯤이면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선배들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된다는데 어서 빨리 여유를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여진구라는 사람으로서는 인생을 사는 지혜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 스스로 절제할 때 절제하고 풀어줄 때 풀어줄 수 있는 노련함, 내 인생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 싶다. 



실키한 소재의 핑크색 셔츠는 Sasquatch Fabrix by 10 Corso Como Seoul.



베이지 컬러의 롱 버버리 코트는 Kimseoryong. 이너 웨어로 입은 헨리넥 아이보리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물한 살의 지금은? 자신에게 믿을 만한 구석이 좀 생겼나 운동하면서 느낀 건데 악바리 근성이 있는 것 같다.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더라. 힘든 상황이나 넘어야 할 벽에 직면하면 ‘안 돼도 해볼래’라며 일단 부딪쳐 보려고 한다. 물론 쉬운 길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런 태도를 견지하며 살고 싶다. 그때마다 내가 가진 악바리 같은 기질을 믿어볼 수 있겠지. 


최대한 재미있게 살고 싶나, 멋지게 살고 싶나 바로 드는 생각은 재미있는 쪽이다. 멋진 건 나와 안 어울린다.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는 연기는 무조건 포함이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여유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내 사람들. ‘집돌이’ 성향이 있어 나중에 혼자 놀까 봐 걱정이다. 


연기 외에 뭘 하면 재미있나 수다. 지금처럼 인터뷰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근래 친구들과 나눈 대화 주제는 ‘봄도 왔으니 어디 갈까?’ 이런 얘기 많이 한다. 또 ‘연애는 언제 할래?’ 나를 포함해서 친한 친구들 모두 솔로 신세다.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놀러 가려는 거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자신 있는 술안주는 고추장찌개! 내 시그너처 메뉴다. 먹어본 친구들은 팔아도 될 만큼 맛있다고 한다. 


의리 있는 친구들이네 자랑이 좀 심했나?




여진구의 눈빛 속으로
단단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며 돌아온 여진구와 <엘르>가 다시 만났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여진구의 영상을 준비했으니 설렘주의! 

CREDIT

PHOTOGRAPHER 신선혜
STYLIST 권수현(EUPHORIA SEOUL)
EDITOR 김영재
HAIR STYLIST 이민
MAKEUP ARTIST 정주희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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