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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MON

Space Cowboy

라이언 레이놀즈 우주를 짊어진 남자

하늘을 뚫을 기세로 상승궤도에 오른 라이언 레이놀즈. 이제 우주로 간다


 마침내 라이언 레이놀즈가 맷 데이먼, 매튜 매커너히, 조지 클루니와 같은 반열에 합류했다. 한때 지구에서 가장 섹시했던 남자가 40대에 들어섰음을 강조하려는 건 아니다. 그도 화성에서 감자를 심고, 웜홀을 통과해 시간여행을 하고, 우주에서 낙오되어 농담을 하던 그들처럼 우주 영역에 진출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참이다. “<에이리언>을 처음 봤을 때 SF영화의 열성 팬이 됐어요. 지금까지 나온 SF영화는 거의 다 섭렵했어요. 얼마 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다시 봤는데 여전히 재미있더군요.” SF 스릴러 <라이프>를 통해 라이언 레이놀즈는 ‘성공한 덕후’로 등극했다. 이 영화에서 인류 최초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화성 탐사대의 일원인 ‘애덤스’를 연기했다. 그와 동료들은 위협적으로 진화한 생물체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그린랜턴>에서 이미 초록색 타이츠를 입고 우주에서 영웅 놀이를 하지 않았냐고? ‘최악의 히어로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영화는 이제 그만 잊자. 현재 그는 히어로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주역이니 말이다!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는 1할 타자처럼 라이언 레이놀즈는 B급 정서의 기치 아래 히어로물의 혁명을 일으킨 <데드풀>로 실패를 만회했다. 출연한 영화보다 라이언 고슬링의 ‘닮은꼴’이나 스칼렛 요한슨의 전 남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현 남편으로 더 잘 언급됐던 그가 드디어 인생작을 만나 할리우드를 정복한 것이다. “맞아요. 세상 사람들 중 절반은 절 보며 ‘키 크고 멋진 복근을 가진 배우’라 했고 나머지 절반은 ‘오! <노트북>의 순정남이잖아’라고 외쳤어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에서 볼 수 있듯이 몇 년 사이 할리우드에는 하나의 트렌드가 생겼다. 최정상 궤도에 오른 배우들이 영역 확장에 힘을 주듯이 우주 배경의 SF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그들은 세트장에서 몸에 와이어를 달고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도 관객의 감성 표면에 적확히 착륙했다. 이제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 무중력 연기 대열에 합류했다. “촬영장에 척추지압사가 대기하고 있어 의아했어요.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거의 모든 장면을 줄에 매달려 애크러배틱한 자세를 한 채로 찍어야 했거든요. 우리는 무중력 상태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매일 촬영이 끝나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녹초가 됐어요.” 그가 연기한 애덤스는 저돌적이고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괴생명체의 습격으로 혼란과 공포의 공간이 된 우주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그래서 와이어 연기가 더 고됐어요. 빠르게 움직이는 역할이라 공중에서 취해야 하는 동작들이 유독 많았거든요.” 괜한 투정일지 모른다. 더한 경험들을 헤쳐온 그에게 이 정도쯤이야. 라이언 레이놀즈는 13세 무렵 고향인 캐나다 밴쿠버를 떠나 플로리다에서 드라마 오디션을 치렀고, 1년 뒤에는 내전 중인 스리랑카에서 TV용 영화를 찍었다. 저예산 영화 <베리드>에서 생매장 위기에 놓인 남자를 연기할 땐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우며 촬영에 임했다. 인생 전체로 확대해서 볼까. 샌드라 불록과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프로포즈>로 주목받기 전까지 그는 코미디영화를 전전하며 이도 저도 아닌 배우로 머물렀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슈퍼마켓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생계형 배우에서 대중적 스타가 된 뒤에도 커리어는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은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매튜 매커너히가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로맨틱코미디물 전용이란 이미지로 소비됐다. “어쩔 수 없었어요. 그 당시 들어온 작품들은 그냥 그것뿐이었어요.” 몇 편의 히어로물에도 출연했지만 줄줄이 실패를 맛봤다. 좋게 말해서 다양하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는 인상을 준다. <데드풀>이 개봉하고 한 토크쇼에 출연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건 도전이 아니라 절박함의 결과였어요. 마음에 드는 대본을 발견하면 배역을 따내기 위해 구걸하다시피 했어요.” 라이언 레이놀즈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배우라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 결과에 상관없이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아역배우로 출발해 코미디와 로맨스, 호러, 히어로 장르까지 적어도 한 번씩은 연기했다. 애니메이션 더빙?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는 자신이 절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유형의 배우가 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대신 우회를 택하기보다 어떤 역을 맡을지 허용의 폭을 넓혔다. 일찍이 코미디의 본질을 배운 그는 망가지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작품 밖에서도 입을 열었다. 자신의 실패 경험을 재료 삼아 셀프 디스도 마다하지 않고 능청을 떨며 적당히 무게감을 덜었다. 경력에 비해 특별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많지 않지만 라이언 레이놀즈가 늘 대중의 호감표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데드풀>은 이 모든 면면이 농축되어 제대로 터진 신호탄이었다.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고 이마저도 복면으로 가린 그는 쉴 새 없이 입담을 풀어놓으며 기가 막힌 재미를 선사했다. 뒤늦게 관객들은 그의 진면목에 매혹당했다. 충분히 으쓱할 만한 작품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전과 달라진 라이언 레이놀즈가 남아 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생기고 재치 있는 배우였던 그는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는 배우가 됐다. 자신과 꼭 닮은 라이언 고슬링과 나란히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새겼다. <라이프>에선 관객을 현혹시켰던 인생 캐릭터와는 다른 버전의 자신을 보여줄 기세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이 연기한 애덤스를 “감정보다 논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물”이라고 설명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면서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요. 우주 비행사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어요. 누군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위대한 발견으로 얻을 이익을 기대해요. 결국에는 예기치 못한 위험 속에서 가치관의 차이를 두고 서로 충돌해요.” <라이프>는 인류와 외계인의 대결을 다룬 그저 그런 SF영화와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는 의미일까? 맡은 배역에 따라 무섭게 달라지는 ‘연기 괴물’ 제이크 질렌할도 함께 출연한다니 광활한 우주에서 두 배우가 복잡하고 다층적인 앙상블 연기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럼 촉수를 뻗어오는 괴생명체를 향해 드립을 난사하는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유머는? 분명한 건 어떤 작품에서든 알맞은 조각이 될 줄 아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존재감은 컴컴한 우주에서도 충분히 빛나리라. 

 
영화 <라이프>는 4월 6일 개봉한다.

CREDIT

EDITOR 김영재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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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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