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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THU

Mr.Shine Bright Ⅰ

박보검의 LA 컨피덴셜

기세 등등한 캘리포니아 햇살도 이 남자를 저지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모처럼 LA를 찾아 쉼을 즐기는 그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국적인 태피스트리 소재의 보머 재킷과 블랙 데님 팬츠,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오후 11시, LA 베벌리힐스의 호텔 룸. 테이블 한가운데에는 조르르 헤어 컬러 차트가 늘어져 있고 촬영 스태프들이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보송보송한 얼굴로 배스 로브를 걸친 채 누구보다 앞장서 촬영 시안을 살피는 건 우리의 세자 저하, 박보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으로 다시 한 번 ‘보검 매직’을 펼쳐 보인 그와의 만남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배우 생애 최초의 인터뷰로 인연을 맺은 이래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엘르>를 찾아준 이 의리남은 변함없이 진솔한 태도로 자신의 근황과 드라마에 얽힌 여담을 들려주곤 했다. 조선 후기 예악을 사랑한 천재 군주 효명세자를 모티프로 한 왕세자 이영을 연기하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일으킨 <구르미>의 촬영이 끝난 직후, 이번에도 <엘르>는 맨 먼저 그에게 ‘LA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 역시 흔쾌히 첫 해외 화보 촬영을 <엘르>와 함께하는 데 동의했다. 그리하여 펼쳐진 달밤의 염색 공론은 전적으로 “지난번 화보와 똑같은 분위기일까 봐”를 우려한 박보검의 정중한 제안에서 출발한 것(그는 직접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 촬영에 대비한 여러 색상의 컬러 렌즈까지 챙겨왔다)! 회의 결과는 박보검의 성숙한 변화를 예고한 한 편의 근사한 프롤로그로 완결될 수 있었다. 촬영 전날까지 이어진 궂은 날씨는 촬영 당일 아침 씻은 듯 사라지고 LA 샌타모니카 해변의 베니스 비치와 퍼시픽 파크, 독 와일러 비치 일대를 온종일 돌아다니는 빼곡한 일정에도 박보검의 얼굴엔 일말의 구름 한 점 드리워지는 법 없이 밝고 화사했다. 도리어 직접 휴대용 스피커와 고프로 카메라를 챙겨오는 열정적인 태도로 그가 진정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기분 좋게 확인시켜 줬고, 심지어 일말의 의심도 없이 낯선 이들 틈에 자주 섞이는 통에 촬영 팀이 이를 저지해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렇게 모든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그의 호텔 룸에서 마주앉았다.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라고 했던가. 할로겐 불빛 아래에서 본 그의 어깨는 묵직한 주연의 무게를 성공적으로 털어내 보다 단단해진 듯했고 적당한 여유가 실려 있었다. 그렇게 박보검의 세계는 또 몇 뼘 넓어진 듯했다.



펀칭 가죽 소재의 골드 보머 재킷과 블랙 티셔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탈착 가능한 니트 칼라가 달린 가죽 블루종과 로고 프린트의 화이트 티셔츠, 펑키한 워싱이 돋보이는 데님 팬츠는 모두 Gucci.



숫자 2와 5가 각각 앞뒤로 프린트된 니트 베스트와 파이핑 장식의 치노 팬츠, 골드 스터드가 박힌 몽크 슈즈는 모두 Gucci.



소매에 파이핑 디테일이 더해진 블루 블랙 오버 코트와 화이트 탱크톱, 워싱 데님 팬츠, 앤티크한 벨티드 장식의 몽크 슈즈는 모두 Gucci.



LA에 며칠 먼저 와 있었어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나요 어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왔어요. 그로브, 파머스 마켓, 베벌리힐스 센터, 할리우드…. LA에서 손꼽히는 굵직굵직한 곳들은 거의 다 가본 것 같아요. 며칠 전엔 구찌의 ‘LACMA Art+Film 갈라’ 이벤트에 참석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죠. 


해외 톱스타들도 대거 참석했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소감은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벤트라고 들었어요. 그와 기네스 팰트로, 제이든 스미스, 지난 11월호 <엘르> ‘커버 걸’인 로지 헌팅턴 휘틀리까지 직접 봤어요(박보검은 매 촬영을 앞두고 매체의 지난 호를 꼼꼼히 리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단한 해외 배우들을 눈앞에서 만나니까 꼭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구르미>가 4회부터 종영까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가며 해피 엔딩했어요.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나요 그렇게까지 폭발적으로 인기를 느낄 기회는 아직 만나지 못했고요. 다만 팬들을 대할 때 속상하다고 느낀 순간은 있었어요. 경복궁 팬 사인회 때, 그리고 필리핀 포상 휴가 때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 깜짝 놀랐거든요. 예전엔 팬들과 한 분 한 분 눈맞춰 가며 인사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젠 팬 연령대가 넓어졌고 숫자도 늘어나서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기 벅찬 감이 없지 않았어요. 또 제 행동으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한쪽으로 인사를 건네면 다른 한쪽에서는 ‘왜 이쪽엔 안 해주느냐’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진심이 왜곡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마음 한쪽이 복잡했어요. 


더는 지하철도 못 타겠어요 아직까지 통학버스는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들 버스 타면 졸아요. 참 양날의 검 같아요. 절 알아봐 주고 사랑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 그것에 따라오는 ‘단점’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골드 보머 재킷과 블랙 티셔츠, 데님 팬츠, 페이턴트 소재의 블랙 더비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타일 패턴의 니트 풀오버와 블랙 데님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영 세자는 그간 연기한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나름 큰 도전이었죠 맞아요! 능청스럽고 다른 사람을 쥐락펴락할 줄 아는, 그러면서도 지혜와 강인함을 품은 사람이라는 걸 머릿속으로는 확실히 이해했는데, 막상 제 입술로 소리 내 캐릭터를 표현하자니 어렵더라고요. 


드라마 전체를 ‘리딩’해 나가는 역할이라 부담도 컸겠어요 처음엔 ‘아,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었던 사극이니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잘 표현해야지.’ 이런 마음뿐이었어요. 나중에 캐스팅이 마무리되고 난 뒤에 다 같이 대본 리딩을 하는데 창피했어요. 저 자신이 한참 부족했거든요. 틈틈이 시간 날 때면 감독님과 작가님, (김)유정이랑 호흡을 맞춰봤는데 그 뒤에도 캐릭터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이 헤맸어요. 


듣자 하니 소속사 선배인 ‘(송)중기 형’에게 SOS 전화도 걸었다면서요 모두의 눈이 절 향하고 있고 모든 게 절 위해 준비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언론에서도 ‘박보검의 차기작’이라고 집중하니까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서 중기 형에게 전화했더니 형이 그러더라고요. “네가 하는 게 정답이다. 자신 있게, 즐겁게 해라.” 애초에 제가 다 이끌고 간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요. 예전에 신원호 감독님이 <응팔> 방영하기 전에 저희를 모아두고 얘기해 준 내용도 기억났어요. “너희 모두가 주인공이다. 누가 덕선이 남편이 되든 간에, 누구에게 광고 제안이 많이 들어오든 간에 중심을 지켜라. 모두에겐 저마다의 서사가 있다.” 제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걸 발견한 뒤로 한결 가벼워졌어요. 


결정적으로 이영 세자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 있다면 (홍)라온이와 같이 구덩이에 빠졌을 때요. 그 장면이 묘사된 대본을 처음에 받고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봤거든요. 그런데도 진짜 라온이에게 화가 났어요. 그때 촬영현장의 공기와 흙의 질감 같은 것들이 확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이영 세자가 저에게 들어왔어요. 



to be continued…

CREDIT

PHOTOGRAPHER 김외밀
STYLIST 공지연
FASHION EDITOR 유리나
DIGITAL DESIGNER 전근영
FEATURES EDITOR 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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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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