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6.05.03. TUE

THE SERENITY

정용화, 이렇게 멋졌나

질주하는 것에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그 지점은 제각각이다. 이 당연한 이치를 씨엔블루의 새 앨범 공개를 앞두고 만난 정용화를 통해 알았다. 경쾌하고 강건한 기세로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숨 고르기는 여전히 필요 없어 보였다.

지금 끝과 시작의 경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맞아요. 씨엔블루의 아시아 투어 공연이 얼마 전 마무리됐고 며칠 후에는 여섯 번째 미니 앨범 <블루밍 Blueming>이 나와요.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보자. 대규모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 앞에 선 기분이 궁금하다 ‘이 상황을 당연시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이런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최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 무대에 오르려 해요. 솔직히 공연을 앞두고 자기 관리를 하는 게 쉽진 않아요. 저도 놀고 싶고 밤새워 술도 마시고 싶어요. 그렇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음 공연에 또 온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프런트맨 정용화’가 가진 ‘스웨그’는 전에는 목에 무리가 가거나 음 이탈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같은 노래를 불러도 힘 조절을 하게 돼요. 물론 퀄리티는 훨씬 낫죠. 또 무대에서 실수하더라도 그 상황을 유쾌하게 넘기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아시아 투어는 홍콩, 방콕, 싱가포르 등 11개 도시를 도는 긴 여정이었다. 그만큼 여운이 강했을 것 같다 배우가 작품이 끝나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는 것처럼 공연이 마무리되면 후련하면서도 공허한 기분이 들어요. 이번에는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엔 뒤풀이도 했지만 요즘은 그냥 호텔 방에 가요. 혼자 자려고 누워 있으면, 그때가 가장 공허해요. 


새 앨범 공개를 앞둔 지금은 본인이 만든 음악을 자신 있게 들려주는 편인가 그럼요. 가령 영업을 한다고 쳐요.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어도 “이건 최고의 제품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것과 “괜찮은 제품이에요”라고 할 때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거예요. 


본인 음악에 대한 호평과 혹평 중 귀 기울이는 쪽은 비판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유형은 아니에요. 칭찬을 들었을 때 더 잘하려고 하죠. “별로인데.” 이러면 힘이 쫙 빠져요. 


이번 앨범으로 어떤 칭찬을 듣고 싶나 “진짜 열심히 만들었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앨범의 기준은 공들인 앨범은 확실히 뭔가 달라요. 들으면서 “우와, 엄청 고생했겠다.” 이런 말 하게 돼요.


예를 들면 콜드 플레이의 최근 앨범 . 매 트랙마다 신중을 기해서 만든 흔적이 역력해요. 음악 하는 입장에선 감탄의 대상을 넘어 어떤 자극이 될 것 같은데 앨범을 천천히 내는 해외 아티스트처럼 저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한다면 어떨까 싶어요. 그만큼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무엇이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몇 년에 한 번씩 공들여 앨범을 내고 싶지만 모든 게 너무 빨리 소비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싶어요. 


경험상 성과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여기는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여유가 있고 없는 차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정말 즐기면서 만들었어’ ‘최선을 다했어’라는 확신이 들 수 있어요. 


이번 앨범은 어떤 면에서 ‘씨엔블루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전히 ‘외톨이야’ 때의 씨엔블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작곡을 하는 지금의 씨엔블루가 진짜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음악을 담았어요. 그전까진 ‘밴드는 이래야 해’ 하는 것들을 염두에 두느라 스스로 한계에 부딪혔어요. 우리다운 음악을 하면 되는데 왜 그랬나 싶어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어요. 


‘밴드’ 하면 무엇이 떠올랐길래 그런 것 있잖아요. ‘지지징’거리며 기타 리프가 나와야 할 것 같은. 메탈, 록…. 


지난해 첫 솔로 앨범에서 양동근, 버벌진트, 윤도현과 협업하고 올해 선우정아와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을 떠올리면 그런 변화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여러 뮤지션들과 작업하면서 ‘곡 쓰는 방식이 정말 다양하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음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거죠. 반대로 선배님들은 “용화는 이렇게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하셨어요. 이 말에 제가 하고 있는 게 잘못된 방법은 아니란 확신이 들었어요. 음악이란 정말 재미있고 신기해요. 정답이 없고 할 수 있는 방식도 정말 많아요. 


씨엔블루도 벌써 데뷔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우리 음악이 성장했구나’ 느낀 적은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에 멤버 종현이와 정신이의 자작곡이 실렸어요. 국내 앨범에 정신이의 곡이 수록된 건 처음이에요. 덕분에 앨범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한 발 물러서서 보니 애를 쓸수록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항상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힘을 너무 줬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힘을 빼고 편하게 작업했어요.


제목부터 달달한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노래예요. 그걸 의도해서 쓰기도 했고요. 하하하. 곡은 나왔고 가사를 써야 했는데 인터넷에서 ‘이렇게 예뻤나’라는 기사 제목을 봤어요. 어감이 좋더라고요. 여기에 맞춰 가사를 쓰니까 술술 풀리고 곡에도 잘 붙었어요. 여자가 들으면 남자친구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노래예요.


남자가 여자에게 불러주면 좋은 노래네 그렇긴 하지만 부르기가 만만치 않을 거예요. 괜한 자존심일 수 있지만 남들이 내 노래를 쉽게 부르는 건 싫더라고요. 하하하. 


여전히 씨엔블루는 여자 팬들을 위한 밴드인가 확실히 여자 팬들이 많죠. 그런데 이제는 남자 팬들도 눈에 띄게 늘었어요. 공연하다 깜짝 놀라기도 해요. ‘떼창’에 굵은 목소리가 섞여 있어서(웃음). 제 생각에는 아마 이런 것 같아요. 우리가 데뷔할 때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스무 살, 성인이 되어 공연에 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요즘 “정용화 때문에 기타를 배웠어”란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해요. 그러면 ‘그래, 드디어 너희들이 왔구나’ 하죠(웃음).


왠지 정용화는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리더형’ 친구일 것 같다.  최근 출연한 <무한도전-웨딩싱어즈> 특집에서 능숙하게 축가 멤버들을 이끈 모습도 그렇고, 학창시절엔 체육부장 자리를 놓은 적 없다면서 중학교 3년 내내 도맡았어요. 반 대표 나와서 춤추라고 할 때도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어요. 리더 기질이 있다기보단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좋았어요. 용의 꼬리와 뱀의 머리 중 택하라고 하면 저는 후자예요. 존재감이 미미한 건 싫어요. 


살면서 체득한 ‘정용화표 리더십’은 사람들을 이끌려면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 분야에 관해 남들보다 많이 알아야 해요. 또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보단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해요. 학교에서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알 때까지 혼내는 선생님이 미웠어요. 모르는 게 당연한데….


본인은 누구에게 의지하나 저 자신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제가 롤모델이 되고 싶지 ‘누구처럼 될 거야’ 이런 게 없어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입 밖으로 자주 내뱉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요즘 자주 하는 말은 “올해는 힘들게 일해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춘기도 아닌데 한동안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자기비판이 심했어요. 잘돼야 한다는 걱정에 빠져서 별거 아닌 일에도 괜히 집착하고. 어른들은 “누구나 다 그런 시기가 있어. 그 나이에 나도 다 그랬어”라고 하실 거예요. 그땐 이런 위로가 싫었어요. ‘난 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참아가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뭘 안다고요.’ 이런 반항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오게 된 계기는 스물여덟, 새해가 밝으니까 그런 게 사라졌어요. 대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래에 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친구들도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하는데 정작 나는 왜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지내고 있잖아.’ 부산에 살면서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게 꿈이었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오디션 딱 한 번 보고 여기까지 왔어요. 고민할 게 있으면 고민하고, 즐길 일이 있으면 즐기면서 그렇게 사는 게 마음 편한 것 같아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단 의미로 들린. ‘내가 여기 와서 질 게 뭐 있어!’라며 패기가 엄청났다며 하하하. 무조건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죠. 연습생 시절 때 해 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뭔가 될 것 같았어요. 뭔가 꾸중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날 버리려면 버려. 하지만 복을 차버리는 일이 될 거야’라고 했죠. 사실 데뷔가 절실한 연습생이라면 이런 마음을 갖기 어려워요. 저라도 지금 눈앞에 그런 친구가 있다면 ‘대체 무슨 자신감?’ 이럴지도 몰라요.


지금 정용화에게 부족한 건 없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뭐든 다 잘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갈망은 어떤가. 곧 촬영을 시작하는 중국 영화 <풍미강호-결전식신>은 다시 한 번 시험대이자 기회가 될 텐데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음악을 할 때와는 확실히 다르죠. 저의 생애 첫 영화이기도 하고. 셰프로 나오는데 ‘가수 정용화’가 아닌 그 역할로 보여지는 게 목표예요. 가수와 배우는 각자의 영역이 있어요. 이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게 진짜 힘들어요. 사실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씨엔블루보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먼저 데뷔했어요. 드라마가 ‘대박’이 났다고 하면, 그 결과가 가수 활동에 상관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반면 가수 이미지가 강하면 작품을 할 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 신에서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연기자일 때도 아티스트로 보이는 거죠. 그만큼 연기를 잘해야 그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어요.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진짜 힘들어요. 다시 도전해 봐야죠.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한다면 일단 앨범이 나오고, 영화를 찍은 뒤, 하반기에 계획된 일이 대박이 나서 그 긍정적인 기운을 이어받아 내년 초 중국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잘될 것 같아요. 하하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뭐라도 얻는 게 있겠죠. 


조금 더 시간을 앞으로 돌려보자.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어떤 노래를 불러주고 싶나 안 부를 것 같아요. 집에서 요리 잘 안 하는 셰프도 있다잖아요. 전 노래방에 가서도 노래 안 부르는데.






CREDIT

PHOTOGRAPHER
EDITOR 김영재, 이세희
STYLIST 이혜영
HAIR STYLIST PARK MI HYUNG(AURA BEAUTY)
MAKEUP ARTIST JUNG BO YOUNG(AURA BEAUTY)
FASHION ASSISTANT 최원희
ART DESIGNER 조효정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