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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WED

AWAKENING THE CENTURIES

보검아 놀자!

원치 않아도 절로 마음을 주게 된다. 그의 두 눈을 보고 있노라면.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박보검.

DEXT5 Editor

 

 

버건디 컬러의 카무플라주 패턴의 수트는 Valentino. 네이비 컬러 톱은 Dunhill. 하와이언 프린트의 로브는 Lovlovseoul. 블랙 레더 앵클부츠는 Robert Clergerie.

 

 

 

노루처럼 맑은 눈망울에 의심이나 두려움, 회의 같은 수상한 단어가 얽혀 있진 않았다. 대신 믿음과 사랑, 꿈 같은 선한 단어만이 읽혔다. 부드러운 눈빛 속엔 날이 선연한 검처럼 단단함도 깃들어 있었는데, 차츰 그를 입증하듯 자신만의 아우라를 하나 둘 꺼내 역할에 입히기 시작했다. 박보검이 드라마 <원더풀 마마>의 날라리 미대생 ‘고영준’으로 비중 있게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친 것이 지난 2013년이었던가.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그는 내로라하는 명장 배우들 틈에서 부단히 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영화 <명량>과 <차이나타운>일 것이다.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대장선에 격군으로 올라 아버지를 잃은 분노와 슬픔을 용기와 맞바꾼 채 이를 개물고 노를 저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도박 빚을 진 뒤 잠적해 버린 아버지의 채무를 갚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요리사를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연기한 두 인물은 주도적으로 앞장서서 이야기를 이끌진 않지만 묵직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축으로 유연하게 기능했다. 그와 눈을 마주친 채 이야기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유약한 듯 보이지만 내면이 강인한 캐릭터들이 박보검의 진짜 모습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상상력의 전원을 끄지 않으려 노력한다.” “눈빛과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고 싶다.” 모두 그간의 인터뷰에서 그가 전한 얘기다. 나이답지 않게 진지한, 그래서 스스로 “재미없다”고 인정해 버리는 이 젊은 배우는 새 생명을 얻는 캐릭터를 생산해 내는 데만 눈빛이 반짝인다. 박보검은 지금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변호사 정선호로 날카로운 모습을 다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응답하라 1988>에도 출연을 확정한 상태.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헐어 대화를 나눴다.

 

 

 

 

 

 

스트라이프 톱과 박시한 레드 재킷은 Dior Homme. 네이비 컬러 팬츠는 Emporio Armani. 퍼플 스카프는 Ermenegildo Zegna. 레이스업 앵클 부츠는 Balenciaga.

 

 

 

뭐하고 지냈어요 저, 그사이에 대학생이 됐어요! 명지대학교 뮤지컬학과 14학번이에요.

 

소속사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도 연기자가 아닌 가수 파트였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뮤지컬학과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좋은 선택 같네요 노래와 연기, 춤을 모두 배울 수 있거든요. 특히 춤은 배우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모르는 애들끼리 ‘레오타드’만 입고 만나니까 창피했지만 이제 적응됐어요.

 

캠퍼스 라이프는 즐길 만한가요 제가 속한 예술대 캠퍼스가 용인에 있어서 조금 먼 것만 빼면요. 학교가 자연 속에 있어서 ‘그림’은 예뻐요. 겨울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추워서 ‘용베리아’라고 불리죠. 그래도 용인 시내에 나가면 놀 만한 곳들이 좀 있어요. 어차피 제가 서울에서 통학하다 보니 학교에 늦게까지 머물진 못해요. 그 점이 아쉬워요. 다른 친구들은 자취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해서 서로 살 붙이면서 추억을 만들잖아요. 저는 막차 끊기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학교까진 뭐 타고 다니나요 통학버스요! 다들 자느라 잘 못 알아봐요(웃음).

 

멀쩡하게 학교 생활을 하니 주위에서 신기해 할 것 같아요 사실은 멀쩡한 대학생이기도 하니까요! 1학년 때는 동기들도 약간 신기해 한 것 같아요. 전 약간의 벽을 느꼈고요. 친한 듯한데 또 그리 가깝지 않다고 할까요? 그러다 학교에서 모집하는 해외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저 포함해서 뮤지컬학과 친구들 4명이 같이 뽑혔어요. 전부 성격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데 유럽에서 지내는 2주 동안 완전 단짝이 됐어요. 여행을 다녀온 뒤론 다른 동기들과도 훨씬 유대감이 깊어졌고요. 이상하게 유럽에서는 노천카페에 앉아 싸구려 커피만 마셔도 기분이 색달라요 지나가는 행인만 봐도 괜히 가슴이 뛰었어요. 거기서 살고 싶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특히 박물관에 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미술책에서 항상 접했던 그림을 직접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한 도시에 2~3일밖에 머무를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어요. 기회가 되면 그때 갔던 멤버들이나 가족과 다시 찾고 싶어요.

 

<내일도 칸타빌레>(이하 칸타빌레)에서 첼로를 전공한 천재 음대생으로 출연했어요. 첼로와 지휘 모두 대역 없이 한 건가요 두 가지 다 배웠어요. 첼로는 지휘보다 더 오래 배워서 드라마에 등장한 곡은 지금도 연주할 수 있어요. 지휘는 손짓 하나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게 매력 있더라고요. 표정이나 지휘자의 곡 해석 방식에 따라 지휘 내용 또한 달라지는 게 신기했고요.

 

예전에 꽤 인기를 끈 캠퍼스 청춘 드라마 <광끼>나 <카이스트>가 떠오르더군요 시청률이 저조하긴 했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작품 같아요. 팀워크가 좋았거든요. 한상우 감독님과는 최근까지 만나 뵀고요. 가끔 주원형, (고)경표 형, (심)은경이랑 만나서 밥도 먹고, 연극도 봐요. 참, 늘 현장에서 제가 막내 역할을 도맡았는데, 처음으로 막내 옷도 벗었고요.

 

고경표 씨와는 영화 <차이나타운> 그리고 하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까지 인연이 참 깊네요 저도 형과 계속 ‘붙어서’ 신기했어요. <칸타빌레> 때 경표 형 보고 많이 배웠어요. 관찰력이 뛰어나요. 연출에 뜻을 두고 있어서 연기 외적인 부분도 넓게 볼 줄 알고요. 생각보다(?) 진지할 땐 진지한 사람이에요.

 

데뷔 이후 연애를 전혀 못했다면서요? 캠퍼스 CC도 노려볼 만한데 아직까진요. 깨지면 어색할 것 같아서 학교 안에서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연애는 하고 싶은데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일과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커요. 한 가지에 몰두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것도 솔직히 핑계 같긴 하지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요?

 

말이 씨가 된다는 걸 체험한 예로는 어떤 게 있나요 주로 작품과 관련해서인데요. <원더풀 마마> 때 드라마 라인업 보다가 혼잣말로 그랬거든요. ‘가족에 대한 얘기네. 나 여기서 막내아들 역할 맡고 싶다.’ 당시 (정)유미 누나와 배종옥 선생님만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어느 날 매니저 실장님이 오디션 보러 가자고 해서 갔더니 그 작품이 <원더풀 마마>였어요. 결국 캐스팅돼서 참 신기했죠. 예전부터 음악방송 MC를 맡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뮤직뱅크> MC까지 됐잖아요.

 

혹시 영화 <명량>에 참여하게 된 것도 맞아요! 주위에서 한창 제가 사극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 줄 때였어요. 저 역시 해보고 싶단 생각이 막 들던 찰나였는데 <명량>에 합류하게 됐죠. 존경하는 배우 선배님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같이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죠. 최민식 선배님은 카리스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귀여운 반전 매력도 크시더라고요.

 

잇따라 출연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느끼게 하는 얘기죠. 아버지가 자신과 빚만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 끔찍한 상황에서도 참 밝은 석현을 연기했어요 오디션을 처음 봤을 땐 석현이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저와 많이 닮아서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인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 밝음의 강도를 잡기가 어려웠어요. 다들 어두운데 저 혼자만 밝으면 튈 수 있으니까요.

 

사실 비판도 많이 받았잖아요? 돈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엄마(김혜수)의 심부름으로 돈을 받으러 온 일영(김고은)을 집으로 들여 스파게티를 끓여주거나 운동화를 묶어주는 설정 같은 장면에서요 저도 처음엔 내일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어떻게 석현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석현은 감독님의 경험에 의존해서 만든 캐릭터여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눌 수밖에 없었죠. 나중엔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 논리적으로 반박해서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죠.

 

 

 

 

 

 

버건디 컬러의 카무플라주  패턴의 수트는 Valentino. 하와이언 프린트의 로브는 Lovlovseoul.

 

 

 

그럼 왜 석현인 일면식도 없는 일영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나요 극중에선 석현이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도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다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빨리 돈이나 갚자고 모른 척할 따름인데, 일영이가 굳이 와서 아버지 얘기를 꺼내서 듣기가 싫은 거죠. 마침 일영이의 운동화 끈이 풀렸고 그 끈을 묶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는 셈이에요.

 

단순한 듯하지만 숨은 이야기가 많네요. 촬영하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겠어요 1차적으론 ‘아, 사채 절대로 쓰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고요(웃음). 저에게 영화의 감동 포인트는 엄마가 일영을 입양한 사실이었어요. 내내 아무 표정도 읽히지 않던 그녀에게도 정은 있구나 싶더라고요. 엄마의 대사 중에 “끔찍할 때는 웃어. 그래야 편해”라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그 대사가 향하는 대상이 석현이라고 생각했어요. 찌든 삶이 끔찍할 텐데 웃으면서 살려고 하잖아요.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겠다고 선택한 거잖아요. 인생은 순간순간이 선택이고, 누군가 나 대신 행동해 주는 게 아니니 매사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전 세 번이나 봤어요. 수업 시간에 동기들이랑 단체 관람했는데, 조금 쑥스러웠어요.

 

동기들은 뭐라던가요 제 목에 칼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죽잖아요? 피가 막 뿜어 나오는 걸 어떻게 찍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건 저도 좀 CG에요(웃음)!

 

93년생다운 젊은 기운이 느껴지는 한편 애늙은이처럼 조숙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아버지가 문화생활을 좋아하셔서 볼만한 영화나 연극을 추천해 주시거나, 때론 같이도 보러 가거든요. 회사 식구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들이 연기에 대해 정말로 객관적으로 말해 주셔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것이 없다고 믿어서 부모님께 순종하면 많은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따라온다는 걸 일찍 깨달은 편이에요.

 

알을 깨기 위해선 조금은 더 난폭해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모든 건 다 때가 있다고 믿어요. 너무 틀에 박혀 있는 이미지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를 가끔 듣거든요. 그런데 그 이미지라는 말 자체에 약간 반감이 있어요. 제가 꼭 이미지를 억지로 만드는 것 같잖아요. 사람으로서 저 자체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연기자로서는 차차 다양한 배역을 통해 매력을 꺼내도 좋지 않을까요?

 

지금 한창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변호사 정선호로 열연 중인데요. 눈빛이 꽤 독하더군요 거울 보면서 표정 다듬는 연습에 한창이에요. 변호사라 주로 수트를 입는데, 확실히 자세가 달라지더라고요. 옷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표정과 자세, 말투에 조금 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처럼 줄거리를 좇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저도 다음 회차 대본이 늘 기다려져요. 추리가 가미된 스토리다 보니 다른 현장보다 소품이 굉장히 디테일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큰 것 같아요. (서)인국이 형, (장)나라 누나, 특범 팀 식구들과도 사이가 좋아서 약간 험악한(?) 이야기와는 달리 현장은 즐거운 분위기에요. 인국이 형은 프로파일러라 대사가 어렵고 양이 많은데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해 내는 모습이 대단하더라고요. 나라 누나는 실존 인물을 찾아가 관찰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한대요!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MC를 맡고 있는 <뮤직뱅크> 대기실에선 뭘 하나요 큐 카드 보고 연습만 해요! 6시 생방송인데 보통 2시 반까지 가서 작가님과 대본 리딩하고, 카메라 리허설을 하거든요. 재미있는 게 MC 함께 보는 아이린 씨와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서 “114개국 동시 생방송” 하면 저쪽에서 아이린 씨가 “전 세계가 함께 보는”이라고 자동으로 대답해요. 툭 치면 나오는 거죠.

 

가수들과 엄청 친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저도 그런 줄 알았죠(웃음). 정작 마주칠 시간이 없어요. 아쉽긴 해도 제 임무는 <뮤뱅> MC로 그분들을 잘 소개해 드리는 거니까요. 아, 방탄소년단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웠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 리허설 때 실수로 버벅거릴 때 힘내라고 응원해 줬거든요.

 

 

CREDIT

PHOTOGRAPHER 신선혜
STYLIST 김하늘
EDITOR 김나래
LOCATION SJ. KUNSTHALLE(010-2014-9722, SJKUNSTHALLE.COM)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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