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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2. WED

DREAMS OF ATLANTIS

배우 고아성의 화려한 외출!

전 세계 패션 전문가들과 VIP와 셀러브리티들이 두바이로 향했다. 샤넬 컬렉션의 백미라는 크루즈 쇼를 기꺼이 참관하기 위해서. 그 우아한 인파 속에 배우 고아성이 있었다. 해가 저물자 황금 사막 위의 아라비안 왕궁엔 그녀를 매혹시킨 신기루가 펼쳐졌다.

 

 

 

1 (왼쪽부터)윤아,중국 배우 저우쉰과 기념촬영.

 

지난 5월 13일, 두바이에서 열린 ‘샤넬 2014/2015 크루즈 쇼’는 패션 문외한인 <엘르> 코리아 피처 에디터와 해외 컬렉션에 처음 초대받은 한국 여배우 고아성이 결이 다른 시선과 설렘을 안고 신기루 같은 풍경을 목도한 현장이었다. 우리는 사막을 헤매다 북극성을 만난 것 같았다. 산발적 취향, 스타일의 과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토록 화려한 첫 경험은 패션이 주는 환상과 실용 사이의 좌표가 될 게 분명하다. 언젠가 새로운 쇼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을 때 “예전 두바이 샤넬 크루즈 쇼 때는 말야…” 하면서 너스레를 떨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수상택시 아브라(Abra)를 타고 나름 기품 있는 발걸음으로 내디딘 작은 섬은 황무지를 ‘투 머치’ 철근 콘크리트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두바이 육지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사막을 유랑하던 노마드족 선조들의 정체성이 느껴지던 모래 위엔 목조 격자 창살 ‘마슈라비야(Mashrabiya)’에 샤넬의 더블 C 로고를 빼곡하게 채워 넣은 아라비안 왕궁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초대된 어마어마한 인파가 그곳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하울링 넘치는 BGM을 담당하고 있었다.

 

 

 

 

 

 

 

 

2 카리스마와 기품을 동시에 가진 바네사 파라디 벤자민 비올레이.

고아성이 열광한 자넬 모네의 프라이빗 콘서트.

4 틸다 스윈튼의 남자친구 산드라 콥과 함께.

5 그리고 다코다 패닝.

 

 

틸다 스윈튼, 바네사 파라디, 안나 무글라리스, 다코타 패닝, 앨리스 데럴 같은 샤넬 앰배서더들의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란. 샤넬 아이템으로 이렇게 다채로운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들 트렌드세터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샤넬을 재해석하고 있었다. 한편 무거운 폴리에스터 소재의 전통 의상 아바야(Abaya) 대신 온통 블랙 레이스로 이뤄져 속이 들여다보이는 아바야를 걸치고 그 속에 희소성 있는 샤넬 아이템을 매치한 후 하이 주얼리를 잔뜩 걸친 젊은 이슬람 귀족들도 눈에 띄었다. 옷 구경, 사람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슬리브리스 크롭트 트위드 재킷과 같은 체크 패턴의 트위드가 패치워크된 팬츠, 양팔에 착용한 원석 장식의 볼드한 블랙 커프는 모두 샤넬.

 

 

고아성을 목격한 건 쇼가 끝난 직후, 틸다 스윈튼과 격하게 반가운 인사를 나눌 때였다. 알다시피 두 사람은 <설국열차>에 함께 출연한 사이. 샤넬의 시그너처인 트위드를 보다 모던한 실루엣으로 변형시켜 남성성과 여성성을 교묘하게 믹스한 것 같은 크롭트 톱과 와이드 팬츠를 입은 고아성은 펑키한 패턴 때문이었는지, 아님 볼드한 블랙 커프스 덕분이었는지 예쁘기보단 멋있었다. 그리고 틸다와의 포옹 신은 마치 가족의 재회를 보는 것 같아서 왠지 감동적이었다. 드디어 자넬 모네(Janelle Monae)의 프라이빗 콘서트가 시작됐고, 사막의 열기에 들뜬 그녀는 일곱 겹의 베일을 두른 채 춤을 춘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세헤라자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블랙 저지를 불규칙적으로 드레이핑한 화이트 톱과 체크 패턴의 스커트는 모두 샤넬.

 

 

어제 애프터 파티 때 프라이빗 존에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신나 보였다. 좌측엔 칼 라거펠트와 프랑스 배우 안나 무글라리스가, 우측엔 틸다 스윈턴 커플이 있었지, 아마 낯가림이 꽤 있는 편인데 어젠 기분이 너무 좋아서인지 다 사라져버렸다(웃음). 오랜만에 틸다도 만나고 두바이라는 도시도 너무 좋고, 샤넬 크루즈 쇼도 굉장했으니까. 두바이라는 도시와 샤넬의 조화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쇼에 초대된 아랍에미리트 VIP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F4를 연상시키는 네 명의 아랍 남자들이 무리 지어 다니던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금 전 우리 화보 촬영 때 그 옆을 지나던 틸다가 마구 키스를 날리던데. 가족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설국열차> 촬영 당시엔 진짜 가족이었던 것 같다. 뭐랄까 봉준호 감독님이 월포드고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기차 승객인 것도 같았고(웃음).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 한 도시, 같은 세트장에서 부대끼면서 일하는 게 정말 좋았다.

 

막내여서 더 좋았겠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글로벌 프로젝트를 할 땐 스태프들 사이에서 막내 의식(?) 같은 게 잘 일어나진 않는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어떤 암묵적인 요구, 그런 게 있으니까. 외국에서 일할 땐 상대적으로 그런 베네핏은 없다. 나이를 묻는 일도 잘 없고, 그냥 배우로서 작업하는 거니까.

 

위계 없는 완벽한 수평관계? 그랬다. 한번은 클로즈업 샷 촬영이 끝난 후 세트장 밖으로 나오는 존 하트에게 제이미 벨이 등을 탁 치면서 “존, 정말 좋았어!” 그러더라. 젊은 배우가 노장을 칭찬할 수 있는 관계가, 그런 문화가 되게 신기했다. 그 할아버지는 대선배님, 아니 선생님이잖아. 우리나라에선? 큰일나지(웃음).

 

<설국열차> 이후 글로벌 커리어에 욕심이 생겼을 것 같다 흔한 기회가 아니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원한다고 샤넬 컬렉션에 항상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또 <설국열차> 촬영장이 좋았던 만큼 한국에서, 한국 스태프들과 일하고픈 갈증도 있었다. 그 바람이 <우아한 거짓말>로 이어진 거다. 이유는 글쎄. 그냥 여름에 겨울이 그리운 것과 같은 이치로. <설국열차> 촬영장은 한국과 다른 문화여서 위계질서에선 자유로울 수 있지만 불편함도 있었으니까. 항상 긴장해야 하고, 시간도 칼같이 지켜야 되고. 그동안의 작품들엔 남자 성비가 높았는데 <우아한 거짓말>은 여성호르몬 가득한 현장에서의 촬영이라 더 살갑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유아인 씨가 <우아한 거짓말>의 이한 감독에게 아성 씨를 “까졌는데 착해요”라고 소개했다는 얘기가 참 재미있던데 내가 고등학생일 때 홍식(유아인)이 오빠랑 같은 동네에 살았다. 삼각지 쪽에. 오빠가 이사하기 전까지 제법 자주 봤고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거지. 사실 당시 이한 감독님과 데면데면한 촬영 초기였는데 오빠가 “아성이요? 까졌는데 착해요” 그러는 바람에 망했다. 조신한 척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웃음). 사실적인 표현인 건 맞나 그런 것 같다(웃음).

 

어젯밤에도 그랬지만 쿨하네. 두바이는 처음인가 해외 패션쇼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고 두바이도 처음. 첫인상은 도시 자체가 좀 레고 마을 같다. 여기 나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딱 갖다 놓고 그러다 별론 거 같으면 없애버리고 뭐 그런 느낌(웃음)? 굉장히 인공적인데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샤넬 쇼에 초대받은 건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레드 카펫에 존 하트와 함께 참석했을 때 샤넬 본사 관계자가 나를 본 게 계기가 된 것 같더라. 그 후 2014 F/W 파리 컬렉션에 초대받았는데 <우아한 거짓말> 홍보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덕분에 이렇게 두바이에 오게 됐다. 파리에 가서 거대한 샤넬 슈퍼마켓을 못 본 게 참 아쉬웠는데, 통조림에도 샤넬 로고가 찍혀 있었다고 하더라.

 

샤넬 컬렉션은 크루즈 쇼가 ‘백미’라고 알고 있다 직접 와서 본 때문인지, 이번 시즌 크루즈 컬렉션은 진짜 최고인 것 같다. 쇼를 보기 위해 사막을 연상시키는 작은 섬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이벤트도 재미있었고 그 섬에 있는 야자수와 컬렉션이 진행된 더블 C 로고 건축물은 물론 거의 모든 것이 쇼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얘길 듣고 정말 놀랐다. 솔직히 샤넬은 그동안 나와는 먼 브랜드였다. 지금도 아주 가깝진 않지만(웃음). 이번 크루즈 쇼를 통해 그동안 내가 가졌던 샤넬의 브랜드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또래도 충분히 입을 수 있고 즐길 만한 브랜드라는 걸 알았다.

 

어떤 아이템이 가장 맘에 들었나 같은 프린트인데 치마 속에 바지를 레이어드한 그 의상이 정말 예뻤다. 그리고 이번에 샤넬 의상을 입어보면서 느낀 건데 명품이 괜히 명품이 아니구나 싶더라. 지퍼 하나, 단추 하나까지 철저하게 디자인돼 있어서 디테일과 완성도에 놀랐다.

 

한창 명품 브랜드에 관심 있을 때지, 아마 그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젊은 여자가 명품 백을 들어야 하는 이유인가 하는 제목의 칼럼을 읽고 명품에 대한 고찰이 시작된 것 같다. 꽤 설득력 있는 내용이었거든. 도대체 명품이란 뭘까, 내가 입거나 들면 뭐가 달라질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가치를 알게 됐나 고 퀄리티. 상대적으로 정말 오래가는 디자인과 재료의 매력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산 나름의 명품을 아직도 입고 있는데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왠지 쇼핑할 때 엄청 깐깐할 것 같다 진짜 고민 많이 한다. 직접 볼 수 없어서 인터넷 쇼핑은 아예 못하고. 예전에 친구들이랑 미국 여행할 땐 ‘소비장애자’라는 별명도 얻었다(웃음). 심하게 고민하는 성격 때문에 돈을 잘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블랙 앤 화이트의 모던한 격자 패턴의 클래식한 톱과 볼륨 스커트, 멀티 롱 진주 네크리스, 삭스가 부착된 블랙 펌프스는 모두 샤넬.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내가 어릴 땐 좀 예뻤다(웃음). 길을 가든, 지하철을 타든 사람들이 진짜 말을 많이 걸었고 쓰다듬으려 하고. 네 살 때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고 아기모델대회에 나가서 2등 했다. 그 후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자연스럽게 아역배우로 데뷔한 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연기에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은 계속 커져가고? 맞다.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선 사회과학부를 택했던데 심리학 전공이다. 어릴 적부터 한 번도 연극영화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워낙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고.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니까 공부는 다른 분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자매 중 막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얘길 많이 듣지?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온 탓인지, 참여한 작품 때문인지 성숙하다거나 애늙은이 같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어제 쇼장에서 처음 만난 윤아 씨가 아성 씨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되게 천진난만해 보여서 좋다고 그러더라. 무슨 말인지 감이 왔지. 진짜 나는 되게 까불대고 까졌고 애교도 많거든(웃음).

 

동시에 지금의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난 개인적인 삶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지키려 노력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거다. 중학교 3학년 때 친한 언니가 일기 쓰기를 권유했다. 단, 그 누구도 보지 못하는 일기, 나만의 이야기라는 전제하에 완벽하게 솔직해져야 한다고 그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손으로 꼭꼭 눌러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장은 자물쇠를 채운 곳에 보관하고, 이렇게 여행 다닐 땐 꼭 잠금장치가 있는 트렁크에 넣어 다닌다. 덕분에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같고 매 순간 내가 어떤 정서인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걸 즐기게 됐다.

 

샤넬의 빅 쇼에 초대된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없었나. 스타성에 대한 욕심이라든가, 고찰이라든가 그건 평생의 화두일 것 같다. 독립영화를 찍을 때나 <공부의 신> 같은 드라마를 찍을 때나 배우가 가져야 할 스타성에 대한 고민은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스타성이란 자존감과 비례하는 것 같다. 없어서는 안 되지만 너무 강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 유명해지다 보면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져야 안심이 되지 않나. 연기할 때도, 이런 큰 패션쇼에 초대받을 때도.


차기작이 결정됐다고
7월에 크랭크인하는 영화인데 엄청 재미있는 역할을 맡았다. 왜 회사에 꼭 그런 사람 있지 않나. 정말 열심히 하고 성격도 착한데, 결과적으로 일을 못해서 피곤한 스타일. 그런 인턴 역을 맡았다(웃음).

 

본인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도전하는 건가 어떤 면으론 닮은 점도 있고 주위에 그런 사람도 있다. 그래서 더 할 맛 난다.

 

장르는 코미디? 아니, 연쇄 살인 스릴러다(웃음)! 내가 연기할 캐릭터는 지금 내 또래들이 모두 인턴 할 시기라 그런지 레퍼런스가 넘친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그 대상인 건 모르지만.

 

응? 이건 ‘홍식이 오빠’ 얘기랑 다른데 응? 까진 데다 못됐다고(웃음)?

 

 

 

CREDIT

EDITOR 채은미
PHOTO 최문혁,BENOIT PEVERELLI, OLIVIER SAILLANT, ANNE COMBAZ/COURTESY OF CHANEL
DESIGN 하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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