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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TUE

NOT A LUCKY

<스파이더맨 2>앤드류 가필드, 다시 난다

젊은 배우가 뉴욕 상공을 날아오르는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였다. 물론 담보가 된 건 실력과 노력이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리부트가 결정된 당시, 많은 이들은 새로운 ‘스파이디’로 지목된 앤드루 가필드라는 이름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잡은 <500일의 썸머>의 감독 마크 웹이 말했다 “아직 이름은 낯설겠지만 그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그의 탁월한 재능을 이해할 것이다.” 사실 샘 레이미가 연출한 세 편의 <스파이더맨>에서 토비 맥과이어에게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앤드루 가필드가 너무 귀엽고 연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소셜 네트워크>와 <네버 렛 미 고>를 통해 대중적인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캐릭터를 꿰찰 만큼의 인지도를 확보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찍이 <보이 A>라는 작품에서 앤드루 가필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이라면 이런 의심 따위는 거미줄로 꽁꽁 묶어 뉴욕 상공으로 뻥 차버리고 싶을 만한 것이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내면적인 갈등과 상처가 입김처럼 새어 나오는 앤드루 가필드의 섬세한 연기는 실로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지난 3부작과 달리 피터 파커의 나이를 10대로 끌어내렸고, 소년의 얼굴과 심성을 대변할 배우가 필요했다. 1983년생인 앤드루 가필드가 피터 파커가 돼서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게 된 건 결코 그가 행운아여서가 아니다. 15세부터 무대에 오르며 연기력을 닦아왔던 앤드루 가필드는 그렇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뉴욕 상공을 날아올랐다. “단지 스스로의 의지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게 내 목표였다”라는 건 단지 운만으론 될 일은 아니다. 앤드루 가필드는 다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와 함께 날아오른다.

 

뉴욕에서의 촬영은 완벽했다. 영화 속에선 도시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하지 않나. 도시에는 저마다 모방할 수 없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그 도시에서 우리가 숨 쉬면서 그곳에 우리 역시 숨을 불어넣는 거다. 그리고 뉴욕은 그저 최고였다. 말이 필요 없다.

 

두 번째로 입는 스파이더맨 수트가 익숙할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선택해야 하는 항목도 끝이 없었고. 예를 들면 수트에 적절한 색이 무엇인지, 심지어 눈 모양조차 선택해야 했다. 올바른 선택이란 게 있긴 한 건지 고민스러웠다. 어쩌면 우린 결국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을 거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 피터가 겪는 문제도 똑같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옳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스스로를 구속시켜 그곳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도 모른다.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은 1인 2역처럼 느껴지지 않나 피터 파커는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캐릭터지만 스파이더맨이 되면 다른 사람을 넘어뜨리고 사라져 버린다. 그만큼 스파이더맨의 동작엔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꼭 벅스 바니 같다고 할까.

 

그래서 ‘몸 개그(Physical Comedy)’ 지도를 받은 건가 일종의 ‘몸 개그 컨설턴트’였던 칼 맥크리스털과 상의해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영화 속 동작에 녹였다. 그가 연출한 동작들이 반영된 액션도 있고.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동작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 덕분에 그런 대가들의 특성을 연구해 볼 수 있었다. 직접 상대방을 쥐어 패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를 쥐어박도록 유도하는 코믹한 행동들 말이다. 무척 즐거웠다.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을 거다 스판덱스 수트를 입어야 하니까 사실상 나체인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래서 몸의 형태를 잡아줘야 했고, 꽤 힘들었다. 그래도 트레이너 아르만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무척 열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인데 매우 친절하면서도 철저하게 운동을 시킨다, 퍼스널 트레이너와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단순히 의상에 맞는 몸매를 만드는 게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다 영화에선 꼭 보여줘야만 하는 어떤 모습이 있다. 그리고 배우도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준비해야 한다. 눈속임 없이 정말 슈퍼맨처럼 보일 만한 강한 몸을 가져야 한다는 건데 내 입장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골치가 아팠다.

 

운동이 많이 힘들었나 개인적으로 서핑이나 농구는 좋아해도 웨이트트레이닝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가 놓는 걸 반복하면 ‘멘붕’이 온다(웃음). 산꼭대기로 밀어 올린 바위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서 그걸 또 밀어 올리는 걸 반복하는,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처럼. 그나마 이런 식의 관리를 1년 이상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지.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그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뭔가를 들이받을 때 에너지가 생긴다. 마찰이 있어야 불씨가 생겨서 결국 불이 나듯이 자신과의 충돌을 통해서 연기적인 에너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매일이 도전 같았다. 그만큼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감독,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스파이더맨을 중심에 두고 모든 스태프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중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거다. 최고의 이야기를 뽑아내고자 애를 쓰는 거지.

 

촬영장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영화와 무관하게 정말 멋진 순간이 있었다.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고 꼬마들과 농구를 했는데 정말 즐거웠거든. 한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꼬마들이 아스팔트 경기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어떻게 나오나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봤는데 정말 좋아하더라. 정말 좋았던 기억이다.  후반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던데 내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었다. 개인적으론 편집이나 제작 과정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저 주어진 연기만 하고 싶진 않다. 또 다른 창의적인 과정을 경험해 보고 싶다. 감사하게도 그 작업에 나를 끼워준 거다. “우리가 뭘 빼먹었지? 뭔가 다시 집어넣어야 할 게 있는지 기억나?” 이런 식으로 계속 질문을 받았다.

 

엠마 스톤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건 최고였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놀라울 만큼 명민한, 세계 최고의 배우 중 하나니까. 게다가 그웬 역에 아주 적격이다. 엠마와 연기할 때는 꼭 노는 것(Play) 같다. ‘연기한다(Play)’는 단어가 그렇게 발음되는 게 이해될 만큼.

 

상대 악역을 맡은 데인 드한을 만난 적 있나 함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Never the Sinner>라는 희곡 각본을 낭독한 적 있었다. 개인적으론 <크로니클>에 출연한 데인 드한을 본 뒤부터 팬이 됐다. 그가 캐스팅됐단 소식을 듣고 무척 흥분했지.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일하는 게 좋거든.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자극받는 게 무척 좋다. 제이미 폭스나 폴 지아매티를 비롯한 멋진 동료들도 마찬가지이고.

 

전편의 감독이었던 마크 웹과의 두 번째 작업은 같은 사람과의 작업이 반복될수록 놀라운 건 서로 얼굴만 봐도 속마음을 알게 된다는 거다. 어떻게 해야 소통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마치 함께 멋지고 흥겨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CREDIT

EDITOR 민용준
PHOTO COURTESY OF CJ ENTERTAINMENT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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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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