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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THU

THE RISE OF BANGTAN BOYS

이토록 뜨거운 BTS

방탄소년단이 어떻게 미국시장으로 진격했는지, K팝 역사를 어떻게 다시 쓰고 있는지 여전히 감조차 잡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내가 왜 몰랐을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2013년 엑소가 ‘으르렁’을 내놓았을 때, 엑소가 정상의 보이 그룹이며 이들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가는 뼈도 추릴 수 없다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다르다. 이들이 악스홀(2014), 핸드볼 경기장(2015), 체조 경기장(2016), 고척 스카이돔(2017)으로 계단 오르듯 콘서트 규모를 키우는 동안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이 정말 인기야?”라고 묻고 다녔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하고 미국의 간판 토크쇼를 도장 깨듯이 순회하자 이 질문은 파기됐다. 대신 “방탄소년단이 왜 인기야?”라고 묻게 됐다. 흥미로운 건 이들 중 ‘그래도 아이돌 좀 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돌을 좀 아는 사람이야말로 방탄소년단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이들의 많은 부분이 전형적인 아이돌의 전략과 통념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SNS 활용이다. 특히 유튜브, 브이앱 등 영상 콘텐츠가 그러하다. 거의 출근하다시피 찍어대는 이 비디오들은 네이버 검색보다 유튜브 검색이 익숙한 지금의 10대에게는 더없이 가까운 직통 창구다. 또 국내 미디어를 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외국 팬들도 반길 만하다. 한때 ‘초통령’으로 꼽히거나, 해외 K팝 팬덤에서 데뷔 직후부터 대세로 떠오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어린 팬들과 해외 팬들이 반응한 또 다른 요소는 이들의 음악이 담겨 있는 내용이다. 초기 앨범들을 일컫는 ‘학교 3부작’은 학교 안에서 래퍼를 꿈꾸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여기서 진입 장벽이 생긴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의 풋풋한 추억에 젖겠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강하게 공감할 사람과 그렇지 못할 사람으로 나뉜다. 학생들의 패딩 유행을 비판하는 내용(‘등골브레이커’)을 성인이 돼 즐기려면 자신이 꼰대가 된 건 아닌지 마음이 찜찜하다. 데뷔 2년 차를 2학년에 빗대며 수능 이야기를 하다니(‘2학년’) 몰입이 지나쳐 학생 작품 같기도 하다. 게다가 다음 앨범인 <화양연화 연작>은 청춘의 절망과 고통을 그린다. 당신은 그저 예쁜 아이들이 앞뒤 없이 예쁘게 구는 걸 즐기며 스트레스나 풀고 싶은데 말이다. 묘하게도 지난해부터 방탄소년단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는 이들이 꽤 있다. 빌보드 수상 이후 미국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발표된 ‘DNA’는 미국 보이 밴드와 K팝 보이 그룹의 강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대로 ‘MIC Drop’은 이 둘 모두 할 수 없는 것을 해버린다. 야심작이다. 1세대 아이돌 시절 이데아로 의식했던 이름들이 스쳐 지나간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 싱크…. 그들이 당신을 설레게 했던 것들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 방탄소년단이 들고 온 것이다. 향후 당분간은 이런 콘텐츠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아이돌 맛 좀 봤다는 당신이 방탄소년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시절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들은 당신 이외의 다른 대중을 겨냥하며 탄탄하게 성장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당신을 놓치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돌의 수라도를 알 만큼 아는 당신은 순서가 좀 밀렸다고 섭섭해 할 필요 없다. 지금 방탄소년단에 ‘입덕’한다 해도 그리 잘못되지 않았다. 미묘(대중음악 평론가,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BTS란 미스터리 

한국의 일반 대중과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서구권에서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치솟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BTS가 K팝 그룹으로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이런 성공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들이 어떻게 인기를 얻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같은 대형 행사나 TV 프로그램에 BTS를 초대한 관계자부터 BTS 광팬인 사촌이나 조카 혹은 미디어를 통해 BTS를 접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해왔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아티스트를 데리고 해외에서 먼저 자리 잡은 후 그 성공을 이용해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역수입’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빅히트의 전략 역시 어떤 면에서는 다른 대형 기획사들이 자신의 아티스트를 서구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했던 이전의 시도만큼이나 미비한 점이 많았다. 한 예로 2014년 국내에서 방송된 BTS 리얼리티 TV쇼 <아메리칸 허슬라이프>에서 그들이 한물간 힙합 아티스트인 쿨리오와 워런 G에게 어색하기 짝이 없는 힙합 ‘트레이닝’을 받는 방송이 BTS가 서구 언론에 알려지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BTS의 인지도가 높아진 지금 알려졌다면 그들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BTS가 전통처럼 앨범마다 수록하고 있는 ‘사이퍼’ 트랙 역시 미국 미디어와 음반업계가 BTS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생길 우려가 있다. 따라서 방시혁 대표의 걸출함은 그가 일찍부터 미국시장을 겨냥했다는 사실보다 누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고심한 흔적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서구 음악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K팝이 이미 충분한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시장 이상으로 우선순위를 둘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고 있었다. 필자와 대화했던, 다른 대형 기획사들의 실무진조차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동의하지 않았던 사실이다. 그러나 방시혁 대표는 BTS를 데뷔시킨 2013년부터 서구시장의 ‘K팝 덕후’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가 어떤 그룹이나 기획사도 하지 못했던, K팝 덕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고 이끌어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국내 ‘J팝 덕후’처럼 미국의 K팝 덕후들 역시 미국 주류 문화와는 크게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14~2015년의 K팝 사운드는 서구 기준에서 보면 시대에 뒤처져 있었다. 빅히트는 사운드와 제작 기법에서 미국 내 젊은 K팝 팬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그러나 다른 K팝 아티스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운드와 제작 기법을 이용해 BTS 음악을 만들었다. 또 빅히트는 서구의 K팝 서브 컬처와 젊은 층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 플랫폼 ‘텀블러’의 서브 컬처 사이의 공통분모를 이해하고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텀블러에서 BTS의 패션과 앨범 재킷 디자인, 뮤직비디오 스타일 등의 시각적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K팝이 서태지와 H.O.T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온 긴 역사가 있음에도 서구의 K팝 덕후들은 점점 ‘워크(Woke; 사회문제에 각성하게 된다는 의미의 속어)’하는 반면 현재 활동하는 한국 보이 그룹 중에는 중요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없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주제를 그들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 녹여냈고, 이는 점점 더 불안해지는 서구 사회의 현실(트럼프의 당선과 ‘대안 우파’ 이념의 확산은 불안감을 드높였다)과 통했다. BTS의 이런 모든 시도는 그들을 다른 한국 아이돌보다 훨씬 앞선 존재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서구의 K팝 덕후들은 곧바로 BTS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K팝 덕후들은 자신들이 이전까지 좋아했던 아이돌에서 BTS로 갈아타기 시작했고, BTS는 꾸준한 해외 투어와 친밀하게 소통해 온 SNS 콘텐츠를 끊임없이 올리며 팬과의 유대관계를 다져나갔다.
BTS가 이런 방식으로 서구의 K팝 덕후들을 완전히 압도하면서 2017년 들어 서구 미디어들이 급격하게 BTS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관심의 일관된 분위기와 BTS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다루는 방식을 보면, 엘런 드제너러스나 지미 키멜 같은 방송인도 BTS가 엄청난 규모의 팬을 가지고 있으며,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쇼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외에는 BTS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서구에서 BTS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빅히트의 미국 파트너 사보다 트위터상의 열정적인 팬 네트워크 ‘BTSx50States’와 같이 미국 내 BTS 팬덤을 중심으로 한 아마추어 프로모션이 더 많은 역할을 했다. 이런데도 팬이 주도하는 미국 주류 미디어의 관심을 파트너 사들이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건 꽤 충격적이다.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빅히트가 서구의 덕후 시장을 이해하고 있어도 서구 파트너 사들이 미국 주류시장에 대해 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때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야 BTS가 한때의 호기심을 넘어서는, 지속적이고 진정한 방법으로 미국 주류시장에 들어설 수 있다. 어느 쪽이든 2018년은 BTS에게 중요한 해가 될 것이며, K팝의 세계 역사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Jakob Dorof(K팝 전문 칼럼니스트 겸 컨설턴트)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BIG HIT ENTERTAINMENT, GETTYIMAGESKOREA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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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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