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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THU

BLUE NIGHT

푸른 밤 종현입니다

쫑디와 함께했던 3년, 1155번의 밤. 지친 하루의 끝에 그가 들려준 따뜻한 위로들

2014년 2월 3일, 오늘과 내일 사이에 나타난 ‘쫑디’. 조금 어색한 톤의 떨리는 목소리로 ‘미치겠네요’ 라며 첫 DJ 소감을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1주년, 2주년, 3주년 기념일들을 지나 라디오 하차 소식을 접하게 된 2017년 3월 9일. 에디터는 그날의 일기장에 ‘올해 들어 가장 슬픈 소식이다’ 라고 적었다.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 2017년 4월 2일. 약속된 안녕이기에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해 봄이 오기 전에 ‘쫑디’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마음의 습도가 조금 높았던 사람, 누구의 이야기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던 사람 그래서 불꽃 같은 사랑을 받았던 종현.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깊이 위로를 받았고, 많이 웃었고, 자주 설렜고, 조용히 응원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는 오늘과 내일 사이, 지친 하루의 끝에 쉬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많은 청취자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쫑디. 이제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고맙고 사랑한다.’




"유난히 지치고 피곤한 날, 그런 날은 의외로 별거 아닌 것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강아지의 따뜻함 이라든가, 힘들게 버스 탔는데 넉넉하게 자리가 비어있다든가, 한때 좋아했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든가, 일일이 대답 따윈 안 해도 되는 절친들의 대화방까지. 어때요, 도움이 되나요?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실 별다른 위로가 필요 없죠. 하지만 그걸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견딜 수 없이 마음이 괴로운 날은 '누가 한번 건드리기만 해봐'하는 마음으로 버티는데요. 조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 말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 역할 제가 해드릴게요. 이것도 참 별거 아니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겠죠?"  140822 <푸른 밤 종현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정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과거의 반복에서 해방되려면 그 과거를 반복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과거의 상처를 반복해서 겪으라는 얘기는 아니구요. '그때 받았던 상처의 기억이 반복될 때 과거와는 다른 식으로 느끼고 다른 태도를 취하면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런 뜻인 거죠. 크고 작게 사람들한테는 트라우마 라는 게 있죠. 그래서 그 상처들을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는데요. 여태 내가 갖고 있던 상처들이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다 잊혀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땐 내가 철이 없어서, 혹은 성숙하지 못해서 어떤 이유나 변명거리를 만들어놓고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잘 할 수 있다' 이렇게 반복해서 이미지 트레이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픈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면 피하지 말구요. 다른 태도로 계속 반복을 해봐요. 그럼 언젠가는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170103 <푸른 밤 종현입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잘못된 위로라고 생각해요. 힘든 사람, 우울한 사람, 어려운 사람, 지쳐있는 사람한테.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비교하면서 위로를 하는 것보단 그냥 그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70208 <푸른 밤 종현입니다>




"수능이 많은 분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크게 경험하는 첫 번째 벽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이후에도 벽은 물론 존재합니다만 첫 번째 벽이기 때문에 부딪혔을 때의 통증과 넘어서지 못했을 때의 통증 그리고 넘어섰을 때의 기쁨이 극과 극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지금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일수도 있고. 경험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 안에서 쌓아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첫 번째 벽을 부딪혀 봤으니 분명히 넘을 수 있고, 넘지 못하면 돌아가도 상관 없으니까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해요."  170203 <푸른 밤 종현입니다>


"처음 라디오를 시작했을 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당신이 물리적으로 어떤 공간에 있건 함께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그곳은 누군가가 그리고 내가 쉴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을 때, 혹은 쓰러졌을 때 서로의 등을 쓸어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3년, 나에게 이 공간은 엄청난 세계가 되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알려줬고 나도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털어놨다. 공간이란 참 묘하다. 앞으로도 난 12시가 되면 그리고 2시까지 누군가와 함께 그 공간에 있겠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공간을 키워 나가겠지. 어찌하면 좋을까? 이리 커진 나의 공간을. 쏜살보다 빠르게 지나가버린 3년은 내 인생에 엄청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은 나에게 소속감과 동질감을 주었다. 우리는 함께라고 믿게 해줬다, 아니 함께 있었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 공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12시가 아닌 다른 시간에도 함께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것들은 우리의 공간에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한다. 나와 당신의 공간, 푸른 밤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곳이길. 함께한 기억들이 추억으로 살아나 당신을 안아 주길. 오늘 나의 상태메시지는 우리의 공간을 만드는데 함께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 DJ 종현."  170308 <푸른 밤 종현입니다>





"인생의 큰 분기점이 됐습니다. 라디오 그리고 푸른 밤. 푸른 밤이라는 단어 앞에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붙여서 읊조렸는지 모르겠네요. '푸른 밤 종현입니다' 라는 문장이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그게 익숙함이 되었구요. 그 익숙함과 잠시 인사를 해야 될 날이 왔네요. 삶이라는 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죠. 우리도 그 과정 속에 있고 그래서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요. 당장은 참 아쉽고, 섭섭하고, 눈물 나지만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너와 난 꼭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너와 난 분명 만났을 거야.’ 그 때, 그 때가 어서 오길 바라구요. 그땐 지금의 감정보다 훨씬 큰 반가움으로 서로를 맞이하겠죠. 마지막 인사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리고 하던 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대신 그 앞에 한마디만 더 붙여서 인사를 하려구요. 지금까지 푸른 밤 종현이었습니다. 저도 쉬러 올게요. 여러분도 여전히 그리고 안녕히. 내일도 쉬러 와요. 사랑합니다."  170402 <푸른 밤 종현입니다> 마지막 클로징 멘트


CREDIT

에디터 강은비
사진 MBC FM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공식 트위터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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