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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SUN

SPECIAL MAN

참 잘했어요

짐작하건대 2017년은 배우 이제훈에게 아주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짐작하건대 2017년은 배우 이제훈에게 아주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파수꾼>과  <건축학개론>에 이어 <박열> <아이 캔 스피크>라는 새로운 대표작을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값진 것은 이로써 배우 이제훈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만행을 그린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다는 피상적 사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배우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을 목격했다는 데 있다. <박열>의 포스터를 기억하는가. 사람들은 이 기개 넘치는 사내가 이제훈이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본제국의 탄압 속에서도 결코 무릎을 굽히지 않았던 다혈질의 아나키스트 박열의 옷을 입은 이제훈은 이전보다 한결 자유로워 보였다. 지금까지 이제훈의 연기가 섬세하게 조율된 현악기 같았다면, <박열>에서는 큰 에너지와 탁월한 리듬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타악기 같다고 할까.


이어지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이제훈은 완전히 정반대 지점으로 향한다. 나문희의 원 톱 영화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그는 철저하게 조력자의 자리를 지킨다. 원칙주의자이자 9급 공무원인 민재에게 일부러 전형적인 외양을 씌우고, 옥분과 다른 감초 캐릭터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않게 완급을 조절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이제훈은 단 한순간도 관객에게 불필요한 주의나 환심을 사려 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충무로의 젊은 남자배우들과 이제훈의 길은 완전히 갈라진다. 흔히 젊은 남자배우들이 로망으로 삼는 소위 ‘남자영화’ 속의 형사와 검사, 조폭 같은 마초적인 캐릭터는 적어도 이제훈에게는 관심 밖의 일인 듯하다. 극의 균형과 관계없이 그저 돋보이는 캐릭터나 유행하는 장르에 대한 욕심보다 작품 전체를 관망하는 눈, 당장의 흥행을 좇기보다 “나중에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영화”에 대한 열망 등이 이제훈의 행보를 조금은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 2017년은 “관객에게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제훈의 바람에 한 발 성큼 다가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현민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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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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