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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7. TUE

PLEASE CALL HER

에이미 아담스를 위하여

정말로 그녀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잇는 불운의 아이콘이 된 것일까?



역대급 반전 엔딩을 만들어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이 적힌 봉투가 잘못 전달되어 작품상 주인공이 <라라랜드>에서 <문라이트>로 번복되는 난장이 벌어졌다. 결혼식 사회자가 신부 입장을 앞두고 신랑의 전 여자친구 이름을 호명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랄까. 사상 초유의 해프닝 탓에 아카데미 최초로 흑인 배우가 남녀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일도, 사회자로 나선 지미 키멜이 트럼프 대통령을 디스한 일도, 과거 성희롱 논란의 당사자였던 케이시 애플렉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도 이슈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어차피 해프닝의 희생양이 된 <라라랜드>와 <문라이트> 가운데 작품상이 나올 것이라 예견되긴 했다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줌 지린내 같은 오점을 남기고야 말았다. 사실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시상식은 애초부터 오점을 안고 있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에이미 아담스가 제외됐을 때부터 말이다.

<컨택트>를 본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것이다. 테드 창의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외계인과 소통을 꾀하는 언어학자를 연기했다. 지적인 수사들이 난무하고 ‘난해함’으로 읽힐 수 있는 소재가 이성 너머로 휘발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에이미 아담스의 힘이었다. 그렇다고 악을 쓰고 기를 쓰며 장면을 잡아먹는 연기를 펼치지 않았다. 톰 포드가 연출한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우아한 상류층 아트 디렉터를 연기했던 에이미 아담스는 <컨택트>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한 채 차분하고 침착하게 고뇌하고 갈등하며 영화의 중심을 꽉 잡았다. 포레스트 휘태커와 제레미 레너 사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진하게 우려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언론과 평단은 영화를 두고 ‘감성과 조우한 SF'라고 입을 모았다. 사람이 놀랍고 경이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감정을 느낄 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에이미 아담스가 답이다.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히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며 관객과 감정을 나눈다. <컨택트>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에이미 아담스를 ‘이 영화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까닭에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녀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더욱 미안한 마음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 했다. <컨택트>는 여우주연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을 비롯해 주요부문 8개 후보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에이미 아담스를 두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린다. 잘 알려지다시피 그는 아카데미를 논할 때 손에 꼽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연기 인생 20년 동안 4번 후보에 올랐지만 상복은 없었다. 심지어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을 땐 남우주연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제는 줘야 한다’는 여론의 동정까지 받았던 그는 마침내 지난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불운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에이미 아담스는 이보다 더 안타깝다. 2005년 <준벅>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다우트> <파이터> <마스터>로 3번 더 여우조연상 후보로 출석했고 2013년에는 <아메리칸 허슬>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매번 축하의 박수만 보내야 했다. 올해는 인생 연기를 갱신하고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니 아카데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체자로 에이미 아담스를 점찍었다는 소문도 마냥 흘러 들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그녀는 2002년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약혼녀를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잇는 불운의 아이콘이 된 것일까? 호사가들을 위한 에피소드일 지 모르지만 어쨌든 권위와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아카데미에 흥미로운 관전 거리가 생겼다.

에이미 아담스, 통쾌하게 한방 날려주세요.

CREDIT

EDITOR 김영재
ART DESIGNER 조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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