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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SUN

We, Still Idols

원조의 역습

20세기 미소년, 미소녀들이 돌아왔다. 완연한 어른이 된 그들이 여전히 아이돌의 자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젝스키스와 S.E.S.가 돌아왔다. 젝스키스는 16년 만에 콘서트를 열고 싱글과 앨범을 차례로 내놓았다. S.E.S.도 싱글 발표와 함께 연말 공연을 예고했다. 이를 앞뒤로 god, 신화, 클릭비, NRG의 이름도 수시로 들려왔다. 분명 15년 전의 우리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1년 전만 해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가 10년 차 걸 그룹이 된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맛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젝스키스와 S.E.S.의 데뷔는 1997년. 당시의 팬들은 이제 완연한 어른이 됐다. 나이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이돌 팬이라는 집단은 꿈과 환상이 부서져 나가는 역사를 함께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이 해체를 선언하고, 서로 불화를 겪고 갈라서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어른의 세계를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무너졌던 꿈이 되살아났다. 눈물겹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무대로 돌아온 1세대 아이돌들의 행보는 사뭇 여유로워 보인다. 젝스키스의 ‘세 단어’는 복귀하는 가슴 벅찬 심정을 한껏 감상적으로 풀어놓지만 티저 성격에 가깝고, 야심차게 내놓은 앨범은 기존 곡들을 재편곡해 새로 녹음한 것이다. S.E.S.의 싱글도 데뷔곡 ‘I’m your girl’을 슬쩍 매시업해 넣은 ‘Love’(1999)의 리믹스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결과물 중 어떤 곡이 특별히 선명한 동시대성을 보여주거나 재해석을 한 것도 아니다. 양측 모두 과거의 팬에게 익숙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제시함으로써 먼 옛날 ‘그 사람들이 돌아왔다’는 것만 강조할 뿐, 살아 있는 새로움을 보여주는 일에는 과감한 한 발을 내딛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신화와 이효리의 행보다. 신화는 현재 거론되는 1세대 아이돌 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을 멈추지 않고 온전히 이어온 그룹이고, 이효리는 1세대의 해체 후 가장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이끈 아이돌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두 아티스트 모두 부침을 겪었지만 바로 그것이 지금 이들이 생생히 살아 있는 이유다. 신화에게서 주목해야 할 시점은 이들이 본격적인 남성상을 구축한 과정이다. 반항할 때조차 ‘남자’이기보다 ‘소년’이었던 1세대 아이돌 사이에서 신화는 비교적 와일드한 편이었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으로 흐르는 ‘Brand new’(2004)나 광활한 스케일의 팝 발라드 ‘Once in a lifetime’(2006)은 신화에게 비로소 확연한 성인 남성의 아우라를 안겼다. 데뷔 9년 차였던 신화는 그렇게, 아홉 살을 더 먹은 팬들이 여전히 애정을 보내기에 걸맞은 성인으로 자신들을 재탄생시켰다. 이효리도 마찬가지다. 솔로 데뷔곡 ‘10 Minutes’(2003)를 통해 단숨에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지만 쉽사리 자신의 섹시 코드에 함몰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U-go-girl’(2008)이나 ‘Chitty chitty bang bang’(2010)을 터무니없는 곡이라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주인공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이효리라는 것만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극단적인 스타일링이나 파격적인 음악까지, 그의 주제는 자신이었다. 그리고 셀러브리티로서 그의 관심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점차 멀리까지 뻗어 나갔다. 이효리의 성장은 한 명의 소녀가 어른이 되면서 세상 속에서 목소리를 키워 나간다는 세계관과도 일치한다. 


젝스키스와 S.E.S.는 때론 현실세계를 떠나면서까지 소년 소녀의 성질을 간직했다. 물리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던 이들은 그대로 시간 속에 박제돼 있었던 것.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강성훈의 놀랍도록 변치 않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을 소년 소녀로 선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 어른이 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곤란하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추억담을 나누는 것은 필연적으로 지나간 세월의 무게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팬들은 환호했다. 그 절반은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리운 이들을, 나머지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그리운 이들을 향한 것이었다. 아이돌이란 결국 매력적인 인물상을 제시하는 일. 젝스키스와 S.E.S.가 신화나 이효리보다 1990년대에 덜 매력적일 리는 없다. 이들에게 아직 없는 것은 신(Scene)에 남아 버티며 팬들과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구축한 성장 서사와 줄곧 지켜보고 있는 대중을 납득시킬 만한 나이에 걸맞은 매력이다. 어쨌거나 당장은 20년 만에 되살아온 과거의 꿈을 만끽해도 나쁠 건 없겠다. 하지만 그것이 인스타그램 필터처럼 예쁘장하게 빛바랜 추억담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생기 있는 새로움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팬들은 아직 나이를 먹었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라는 증명을 기다리고 있다. 글쓴이 미묘는 대중음악 평론가 겸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이다.


CREDIT

WRITER MIMYO
EDITOR 김영재
ART DESIGNER 이상윤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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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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