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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MON

다이어트용 초콜릿, 카카오 닙스

먹어도 살 안 찌는 초콜릿

길티 플레져 없이 맘 놓고, 초콜릿을 섭취할 방법!


초콜릿의 계절이 돌아왔다. 달콤함을 찾는 사람의 마음이야 사시사철 한결같지만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연달아 찾아오는 이맘때야말로 진정한 초콜릿 시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껏 먹기엔 가슴 한편이 묵직한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이다. 초콜릿은 다이어트에 상극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고칼로리와 고지방, 고당분까지 살찔 만한 요소를 삼위일체로 갖추고 계시다. 이런 초콜릿이 요즘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식(하지만 반가운)인가!


카카오 닙스?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용 초콜릿의 정체는 ‘카카오 닙스(Cacao Nibs)’다.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저탄수 고지방(LCHF : Low Carbo High Fat)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각광받기 시작한 식재료다. 이전까진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해외에서 직거래로 만날 수 있었으나 지금은 LCHF 다이어트의 인기에 힘입어 수입 식재료 상가는 물론 대형 마트 PB 상품으로도 출시돼 쉽게 구할 수 있다. 포장을 뜯어보면 딱딱한 초콜릿 덩어리를 잘게 부숴 놓은 것 같은 색상과 질감의 알갱이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도중, 식간 사이 허기가 질 때 간식으로 카카오 닙스를 한 수저(약 4~5g) 정도 씹어 먹으면 좋다는데 맛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향은 초콜릿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소하고 풍부한 ‘아로마’를 갖고 있지만 막상 입에 넣고 오도독 씹어보면 단맛이 전혀 없고 거의 쓴맛만 난다. 카카오 닙스를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크레파스를 먹는다면 이런 맛일 것’이라는 악평을 남기기도 한다. 오 마이 갓, 그런데 왜 다이어트에 좋다는 걸까? 카카오 닙스의 효능을 살펴보면 직접적으로 살을 빼준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항산화 물질 풍부, 혈관 능력 개선, 공복감 해소, 풍부한 식이섬유 함유로 변비 예방과 각성 효과, 원기 회복’ 등 일종의 건강보조식품 같은 설명이 따라올 뿐.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카카오 닙스가 ‘초콜릿’의 일종이라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초콜릿의 원료, 오리지널  ‘생’ 초콜릿이라 할 수 있다.


초콜릿 ± Something = 카카오 a.k.a 코코아

잠시 초콜릿에 대해 알아보자.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Cacao)는 남미 멕시코가 원산지인 열매다. 껍질을 벗기고 과육을 발라낸 뒤 그 안의 씨앗만 가공해 초콜릿을 만든다. 하지만 카카오 씨앗은 본래 단맛이 아니라 쓴맛이 나는 식재료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예부터 이를 빻아 즙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마셔왔다. 이 음료의 이름이 바로 쇼콜라틀(Xocolatl). 당연히 맛은 매우 쓰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걸 기호품으로 즐긴 게 아니라 자양강장제나 각성제에 가까운 목적으로 귀족이나 사제 같은 지배 계급들이 주로 마셨다고 한다. 실제로 카카오에는 각성과 이뇨작용을 하는 테오브로민과 소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이것을 먹으면 집중력이 증대되고 잠에서 깬다(입시나 수험을 앞둔 이들에게 초콜릿 선물이 센스 있다고 말하는 이유). 대항해시대에 원주민과 접촉한 유러피언들이 이 쇼콜라틀을 맛보고 ‘히트다 히트!’ 싶어 유럽으로 가지고 돌아왔고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쇼콜라, 즉 초콜릿의 전설이 시작됐다. ‘달콤함’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초콜릿은 여러 모로 커피와 쌍둥이처럼 닮은 구석이 많다. 각자 위도가 비슷한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작물로 플랜테이션을 통해 대량 재배되고, 맛보다 향이 진한 풍미, 실제로 카페인을 포함해 이뇨작용과 각성을 돕는 성분, 유럽을 거쳐 전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은 성장 과정 스토리텔링까지. 여기서 주목해야 될 오늘의 포인트는 카카오 열매의 가공 과정이다. 마치 커피를 연상시킬 정도로 똑같다. 커피는 커피 체리로 불리는 열매에서 과육을 갈라 씨를 꺼낸 뒤 로스팅해서 향을 끌어낸다. 카카오도 열매를 갈라 씨앗을 꺼내고 이를 말린 뒤 볶아서 향을 끌어낸다. 잘 볶은 카카오 씨앗의 보존성을 늘리기 위해 알칼리 처리한 뒤 분쇄한 것이 앞서 말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카카오 닙스다. 그렇다면 카카오 닙스와 초콜릿의 관계는? 원료와 완성품의 관계다. 카카오 닙스를 곱게 계속해서 으깨면 진득한 죽처럼 변한다. 고체에 물을 붓지 않고 으깨는데 왜 가루가 아니라 젤이 될까? 이는 카카오 닙스의 주성분(대략 50%)이 ‘지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 베이킹을 위해 상온에 둔 버터를 거품기로 치대면 마치 부드러운 크림으로 변하듯 카카오 닙스 안의 지방 성분도 물리적으로 계속 힘을 가해주면 액체에 가까워진다. 이 액체에 가까운 ‘카카오죽’에서 기름 성분만 추출해 낸 것이 ‘카카오 버터(Kakaobutter, Cocoa Butter)’,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가 ‘카카오 파우더(Kakao Powder, Cocoa Powder)’다. 둘의 이름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 지금 아무거나 곁에 있는 초콜릿 제품 포장지를 읽어보자. ‘카카오 버터, 카카오 파우더 00% 함유’라는 성분 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카카오 닙스에서 추출한 성분이 많이 들어갈수록 요즘 유행하는 ‘고급 초콜릿’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먹어왔던 가짜 초콜릿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7년, 갑자기 국내에 ‘00% 초콜릿’ 붐이 일어난 적 있다.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파우더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다. 56%, 72%, 86%, 심지어 99%까지 숫자를 내세우는 프리미엄 상품들이 우르르 등장했는데 바로 이 초콜릿 전체에서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파우더가 차지하는 함량을 표기한 것이다. 유행을 타면서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순도 높은 초콜릿을 먹는 인증 샷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고 ‘99%는 마치 타이어나 아스팔트를 먹는 맛’이라는 간증도 올라왔다. 음식 맛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향이다. 사실 코를 막고 먹으면 양파와 사과도 구분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초콜릿의 그윽한 풍미를 제공하는 주재료가 맞지만 본연의 맛 자체는 고대 멕시코인들이 먹었던 ‘쇼콜라틀’처럼 쓴 물이다. 이 쓴맛을 덜어내기 위해 유러피언들은 꿀이나 설탕 같은 감미료를 추가해 먹었고 이것이 오늘날 초콜릿의 원형이 된 것이다. 문제는 현대에 오면서 사람들이 자꾸 카카오 함량을 줄이고 설탕 함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벌어졌다. 옛날엔 설탕도 굉장히 귀한 물건이었는데 사탕수수 농사와 정제기술의 발달로 현대에 이르면서 설탕값이 크게 떨어져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은 줄이고 설탕 함량을 늘리면 당장 입에는 달고 값도 싼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뿐인가? 심지어 핵심 재료인 카카오 버터의 함량도 줄이기 시작했다. 카카오 버터는 녹는점이 섭씨 35℃ 안팎으로 사람의 체온에서 녹아내리는 굉장히 로맨틱한 녀석이다.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초콜릿의 질감은 카카오 버터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 열매에서 직접 추출해야 하는 카카오 버터는 당연히 비싸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훨씬 싸고 녹는점이 높은 팜유를 섞어서 만드는 ‘준초콜릿’ 혹은 ‘초콜릿 가공품’들이 나타났다. 카카오 버터 대신 다른 식물성 기름을 섞으면 여러 모로 이점이 많다. 첫째, 재료비가 싸다. 팜유가 초콜릿 가공품뿐 아니라 각종 과자, 튀김, 라면 같은 가공식품에 널리 애용돼온 이유다. 둘째, 보관이 쉽다. 순수한 카카오 버터로 만들어진 초콜릿은 녹는점이 낮아 여름이면 상온에 두기 어렵다. 하지만 팜유는 보존성이 좋아 이걸 섞어 만든 준초콜릿들은 한여름에 냉장고 밖에 내둬도 물렁해지지 않는다. ‘손에 묻지 않아서 먹기 좋은 초코볼’이라는 제품을 기억하시는지. 팜유를 섞은 초콜릿 가공품들이 바로 이거다. 얼핏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맛이 없다는 뜻이다. 손에 묻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체온에 녹지 않는다는 뜻. 그럼 똑같이 입 안에서도 녹지 않고 계속 굴러다닌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본연의 맛은 온데간데없다. 단지 저렴해서 혹은 제조와 보관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초콜릿 본연의 향과 질감은 간 데 없고 그냥 단맛만 강한 가공품을 초콜릿이라 생각하며 먹어온 것이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에 와서야 이런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카카오 00% 함유’ 초콜릿들이 자리 잡게 됐다.


초콜릿 다이어트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 식품인 카카오 닙스는 약 10년 전 유행했던 99% 카카오와 맛과 향의 영양 성분이 매우 유사하다. 초콜릿이란 카카오 닙스로 만든 것이고 그 함유량에 비례해 품질이 결정되는 것이니 가공을 거치지 않은 카카오 닙스야말로 초콜릿의 원형, 가장 순도 높은 초콜릿이라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초콜릿은 무조건 달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으면 당혹스럽겠지만 카카오 닙스는 다이어트용 초콜릿으로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다이어트에 작용하는 것일까? 카카오 닙스는 카카오 열매의 씨앗으로 만들어진 만큼 전체적인 영양 비율이 다른 식물의 씨앗인 견과류와 비슷하다. 지방 함량이 많아 칼로리가 높다. 그러나 견과류가 다이어트 간식인 이유는? 지방 함량보다는 탄수화물(특히 당분)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으며, 씹는 맛이 훌륭한데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당분이 적어 먹어도 체지방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낮다.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흡수가 느려 상대적으로 살이 덜 찌고 포만감이 많다. 씹는 맛이 좋아 다이어트 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좋은 이유에서다. 카카오 닙스가 다이어트 식품인 맥락도 이와 같다. 카카오 닙스의 영양 성분을 보면 당분 함량은 거의 없고 중량대비 식이섬유 함량이 거의 20%, 지방 함량은 50% 가까이 되는 전형적인 ‘저탄고지’ 식품이다. 영양학적으로 봤을 때 견과류와 유사해 사실상 ‘초콜릿향이 나는 견과류’라고 생각하고 먹어도 무방할 정도다.  결국 다이어트 초콜릿이라는 말은 초콜릿을 먹어서 살을 뺀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이어트 시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닙스를 ‘살이 덜 찌는 씹을 거리’로 애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초콜릿은 생각만큼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식품이 아니다. 통계상 한국인들은 초콜릿 소비량이 몹시 적은 편이다. 반대로 전 세계적으로 초콜릿 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유럽이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지역은 연간 1인당 초콜릿 소모량이 10kg이 넘어갈 정도로 초콜릿을 즐겨 먹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들 EU 가입국들은 세계적으로 비만율이 낮기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초콜릿의 이런 역설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 지역에서 즐기는 초콜릿이 싸구려 초콜릿 가공품이나 준초콜릿이 아니라 실제 카카오 함량이 높은 고급 초콜릿, 생초콜릿 중심이라서 그러하다. 모양을 잡기 쉬운 싸구려 팜유로 틀을 잡고 감미료로 향과 맛을 균일화시켜 버리지 않고 카카오 버터와 파우더를 이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풍부하게 살린 초콜릿은 생각보다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식후에 차나 커피 한 잔에 트리플 한 덩어리를 곁들여 디저트로 먹는 것은 다이어트에 생각만큼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 늘 강조하는 사실이지만 다이어트는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스트레스 관리 전략이 중요하다. ‘당 떨어진다’며 싸구려 초콜릿 가공품이나 준초콜릿 주전부리로 소모하지 마라. 대신 가끔씩 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한 ‘진짜 초콜릿’을 천천히 맛보면서 즐겨보자. 정말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것이다.



카카오 닙스를 먹을 때 주의할 점

● 소량이지만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은 각성 작용을 한다. 커피나 녹차에 과민한 체질이라면 카카오 닙스를 먹고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거나 잠을 설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자.
●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1회 권장량은 티스푼으로 세 스쿱, 밥숟갈로 한 스쿱 정도인 약 4~5g 정도다.
● 만약을 대비해 반려동물에 닿지 않는 찬장에 밀봉 보관하라. 개나 고양이는 사람보다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성분에 민감하다. 게다가 체중도 가벼워 소량이라도 삼켰을 땐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호기심 많은 애견이나 애묘를 기르는 사람은 보관에 주의하고 만약 이들이 삼켰을 땐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가 토하도록 응급처치를 받자.



writer 남세희

<이기적인 다이어트 상담소> <강한 것이 아름답다>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 ‘육체파 글쟁이’라는 별명과 함께 SNS 상에서는 ‘코치D’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CREDIT

WRITER 남세희
EDITOR 김미구
PHOTO GETTY IMAGES/IMAZINS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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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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