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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2. SAT

지방을 양껏 먹으라고?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 해, 말아?

지금 다이어터는 물론 건강에 관심 좀 있다면 누구나 궁금한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 낱낱이 밝혀드립니다


국밥 마니아 K의 이상한 다이어트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국물에 밥을 말아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 않다는 토종 아재 입맛의 소유자 K 부장. 요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식탁에 앉으면 갈비탕이든 순댓국이든 일단 공깃밥부터 국그릇에 풍덩 담그고 시작하던 그가 ‘밥 찍먹파’가 된 것이다. 그뿐인가? 국수를 말아주는 추어탕이나 설렁탕 집에선 면을 모두 건져낸 뒤 미리 준비해 온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고명처럼 띄워놓고 국물만 마신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말한다. “다이어트 중이다.” 최근 공중파를 타고 유명해진 다이어트 법, 저탄수 고지방(LCHF; Low Carbo High Fat) 다이어트 얘기다. 혜성처럼 나타나 고기 배, 밥 배 따로 있다고 믿어온 한국인의 식습관을 흔들어 놓은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 그 실체를 알아보자.

스웨덴에서 시작된 움직임
고지방 다이어트의 시발점은 스웨덴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2007년, 스웨덴 사회에 작은 파문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스웨덴 보건복지부(NBHW)로 날아든 진정서 한 장. 놀랍게도 영양사 두 명이 자기 지역에 사는 의사를 당국에 고발한 내용이었다. 해당 의사가 당뇨병 환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처치를 하고 있으니 보건당국이 나서서 제재를 해달라는 것. 과연 어떻게 부적절한 처치를 했다는 걸까? 불법 시술? 약물 오남용? 아니, 다이어트와 관련된 진정서였다. 문제의 의사는 안니카 돌크비스트(Annika Dahlqvist)라는 사람으로 당시 당뇨 환자들에게 식이조절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그 식이요법이라는 것이 기존 통념과 영양학적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이른바 저탄수-고지방식단(LCHF)이었다는 게 발단이었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에 따르면 당뇨 같은 대사증후군 환자의 식이조절을 위해선 일단 칼로리 섭취를 줄여야 하고, 고칼로리 식품인 지방 섭취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안니카 박사는 환자들을 상대로 ‘칼로리 자체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일일 섭취량 중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으로, 지방 함량은 최대 80%까지도 괜찮다’는 가이드라인을 설파하던 중이었다. 70년대 이래로 ‘지방 섭취’라 하면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병 유발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식이요법은 어이없을 수밖에. 그러나 안니카 박사의 환자 중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다는 환자들이 생겨나고 혈당 수치까지 안정돼 살이 빠졌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을 탔다. 그러다 영양사들의 귀에까지 들어가 ‘환자에게 위험한 식단을 처방하는 이상한 의사’라고 신고를 당한 것이다. 과연 스웨덴 당국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스웨덴 보건복지부는 당뇨병 전문의 크리스티앙 베르너(Christian Berne) 박사를 주축으로 한 감사 팀을 꾸려 문제의 고지방 식단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리고 2009년 발표된 최종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LCHF는 장기연구, 대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나 당뇨 환자를 위한 처방식으로 나름 적절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안니카가 옳았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 예기치 않게 스웨덴 정부에서 안니카 박사의 LCHF를 ‘공식인증’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자신이 살던 지역을 넘어 온 스웨덴의 이목이 LCHF 다이어트로 향했고 당뇨 환자를 위한 처방식뿐 아니라 체중조절을 위한 감량 식단,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까지 LCHF 다이어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스웨덴의 버터 소비량이 1.5배로 치솟는 ‘기름진’ 다이어트 열풍이 시작됐다.

LCHF, 특징과 효과
그렇게 시작된 스웨덴의 LCHF 열풍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 궁금증은 이 ‘LCHF가 살을 빼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차원으로 넘어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가 있다!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이기에 갖는 당연한 속성이다. LCHF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다이어트는 아니다. 배경 이론과 세부 지침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LCHF와 ‘저탄수화물 가문’으로 묶일 수 있는 다이어트들이 다수 있다. 애킨스(속칭 황제 다이어트), 뒤캉, 사우스 비치, 케토제닉 다이어트들이 대표적이며 LCHF는 이들 저탄수 일족 가운데 가장 최근에 등장한 막내 격이다. 이들 다이어트의 가장 큰 특징은 탄수화물 섭취량 제한에서 오는 확실한 감량 효과.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니 체지방으로 전환될 당분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당분 섭취로 인해 분비가 유도되는 에너지 저장 호르몬 인슐린이 적게 나오면서 체지방이 덜 쌓이게 된다. 여기서 돋보이는 LCHF의 특징은 ‘지방을 빼기 위해 지방을 더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역발상이다. 원래 지방은 즉각적으로 소모하기 어려운 영양분이다. 탄수화물보다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영양분으로 끌어다 쓰기 어렵기 때문에 살이 잘 안 빠지는 것이다. 여기서 LCHF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평소에 다량의 지방을 섭취하여 몸이 지방 대사에 적응하게 만들어 지방을 에너지로 끌어다 쓰는 비중을 늘려 다이어트를 돕는 원리인 것이다.

부작용과 주의사항
그렇다고 LCHF가 완전한 다이어트란 말은 아니다. 스스로를 ‘다이어트 닥터’라 부르며 LCHF 전도사로 활약 중인 스웨덴 의사, 안드레아 에네펠트(Andreas Eenfeldt)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LCHF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부작용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첫 번째는 인덕션 플루(Induction Flu)라 불리는 무기력증이다. LCHF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저탄수화물 일족(애킨스, 케토제닉, 뒤캉, 사우스 비치)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진입 장벽이다. 평소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던 사람이 갑자기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초기 1~2주 사이에 겪게 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속칭 ‘당 떨어졌다’고 부르는 상태가 지속된다. 오한이나 두통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그 양상이 ‘감기 증세’와 같다고 해서 플루(Flu)라고 부른다. 물론 지속적인 현상은 아니고 몸이 1~2주 내로 저탄수화물 영양 섭취에 적응하기 때문에 사라진다고. 저탄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걸러지는 1차 관문인 셈이다.
두 번째는 구취와 변비.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가능성은 있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든 상태에서 몸이 체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는 ‘케토시스 상태’가 되는데 이때 생성된 케톤체로 인해 아세톤, 쉽게 말해 매니큐어 냄새 같은 체취가 날 수 있다. 사실 구취보다 더 직접적인 불편함은 변비 때문에 온다. LCHF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식단에서 식물성 식품의 비중은 줄어들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동물성 식품은 식물성 식품에 비해 같은 부피를 먹어도 배변량이 적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간식으로 먹던 과일이나 반찬으로 먹던 채소 섭취를 줄이고 이로 인해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어드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이들이 모두 합쳐져 변비로 이어진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평소에 남성에 비해 변비에 시달리는 인구가 더 많은 여성에게서 더 쉽게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팁은 정말 원론적이지만 수분 섭취량을 늘리고, 혹 부족할지 모를 전해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소금이나 비타민 등을 추가로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작용들은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부작용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더 큰 주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LCHF는 설탕을 끊고 무작정 식용유를 마시라는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특히 LCHF의 시발점인 유럽과 문화적 토양이 다른 한국인들이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LCHF의 F는 ‘Fat’이다. 영어로 다른 단어인 팻(Fat)과 오일(Oil)을 번역하면 별다른 차이 없는 기름기나 지방질이 된다. 그러나 둘의 차이는 명백하다. 요리 재료로 쓰일 때 팻은 주로 돼지비계나 소기름 같이 고체형으로 존재하는 동물성 유지를, 오일은 식물의 씨앗 등에서 짜낸 액상 기름이다. 이런 이해 없이 LCHF를 이야기하면 한국 사람들은 ‘식용유에 튀긴 치킨’을 떠올리기 십상이다(당연한 말이지만 치킨은 다이어트 식품이 아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버터(우유에서 추출한 유지방)나 라드(돼지비계)를 식재료로 활용해 온 서구와 달리 한국에선 식용유의 활용이 몹시 드문 일이었다.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넘어가며 심화돼 명절 선물로 식용유를 주고받곤 했었을 정도다. 그러나 오늘날의 식용유라는 게 과연 일년에 한두 번 선물로 주고받을 만큼 가치를 지닌 귀한 물건인가 따져보면 의심스럽다. 더구나 도·소매점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각종 식용유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 싸구려 기름을 먹으라는 게 절대 아니다. LCHF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 중에서도 동물성지방 섭취가 관건이다. 즉, 무작정 고지방 다이어트에 찬동하기 전에 공부가 필요하다. LCHF에 앞서 존재했고, LCHF식 재료를 고르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는 구석기 다이어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는 20만 년. 그 가운데 수렵과 채집으로 영위해 온 시간이 19만 년. 농경이 시작된 이래 본격적인 탄수화물 섭취를 시작한 것은 그 시기의 5%가량인 1만 년 전후다. 사탕수수와 노예제도로 값싼 당분을 찾게 된 것은 고작 400년, 식용유로 쓰지도 않았던 팜유 같은 정제 기름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등장한 것은 50년 전의 일이다. 즉 값싼 먹을거리와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가공식품 산업이 우리를 살찌워온 것이다. 결국 현대인은 식품이 아닌 제품을 먹고 살아간다. 각종 대사증후군과 비만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 아닌 식품을 먹자는 큰 흐름이 존재한다. LCHF는 그 흐름 가운데서도 ‘건강한 기름’을 먹으라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지 단순히 기름을 많이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 건강은 먹는 것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깨우침이다. 이 깨우침 없이는 그 어떤 최신의 다이어트를 시도하더라도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LCHF에 도전하고 싶다면 체크!


20g - 50g - 100g
아주 엄격한 LCHF 지지자들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 없이 일일 탄수화물 섭취량을 20g 미만으로 통제할 것을 권한다. 처음 도전하는 입문자에겐 하루 50g 미만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빡빡하긴 마찬가지다. 참고로 210g이 정량인 즉석 밥 한 공기의 탄수화물 함량은 대략 65~70g 정도로 이미 입문자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어선다. LCHF에 도전하고 싶다면 시작부터 무리하지 말자. 당신이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이미 하루에 200g 이상의 탄수화물을 장복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00g만으로도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팁을 주자면 100g을 하루 세 끼에 균등하게 분배하려 하지 말고 한 끼에 몰아서 주자.
예를 들자면 ‘아침과 점심은 LCHF식으로 먹고 저녁 한 끼만 밥 반 공기를 추가해 한식을 먹겠다’는 식.


LCHF에 활용 가능한 좋은 기름 

목초비육우의 우유로 만든 버터, 코코넛 버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아마씨유, 아몬드 버터


LCHF에 활용 불가능한 나쁜 기름 

콩기름, 옥수수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팜유, 마가린



about him

<이기적인 다이어트 상담소> <강한 것이 아름답다>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 ‘육체파 글쟁이’라는 별명과 함께 SNS 상에서는 ‘코치D’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CREDIT

WRITER 남세희
EDITOR 김미구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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