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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2. FRI

BIGGER & FULLER

입술에 뭐 했어?

입술이 미의 기준으로 급부상했다. 이 열풍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언니도 입술 필러 맞으면 예쁠 것 같아!” 입술에 세 차례 필러를 넣은 지인의 권유. 셀카 찍는 재미에 푹 빠져 만나자마자 연신 셀카만 찍어대다 꺼낸 말이었다. 안다. 아끼는 마음에 한 이야기라는 걸. 그 말이 “언니 입술 얇잖아”라는 확인 사살로 들리면서 또 마음이 동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선미, 설리, 현아, 수지까지 요즘 너무 예뻐서 눈이 가는 셀럽들은 전부 볼륨감 있는 입술의 소유자들 아닌가. 탱탱한 입술로 메이크업 브랜드의 인기 립스틱을 완판시키는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고. 다음 날 사무실에 앉아 립 메이크업을 고치다가 문득 자를 꺼내 입술을 재봤다(‘입술 사이즈’라니! 이런 말이 있기나 했나). 길이 4.5cm. 높이 2cm. 진짜 작고 얇기도 얇구나…. 태어날 때 입술이 꼭 점 찍어둔 것 같았다는 엄마의 자랑 아닌 자랑을 수차례 들어온 바. 엄마 눈엔 뭘 해도 예쁜 고슴도치 딸이겠지만 어쩐담? 앵두 같은 입술은 더 이상 아름다운 입술을 의미하지 않음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술 사이즈를 재보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도톰한 입술이 ‘붕어 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된 걸까? 1999년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도톰한 입술은 신선함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리얼리티 TV 쇼 <4차원 가족 카다시언 따라잡기 Keeping up with Kardashians>에서 당시 17세였던 카일리 제너에 의해 입술 확대 열풍이 번졌다. 언니들과 닮지도 않고 존재감마저 없던 그녀가 시술 후 누가 봐도 자매다 싶을 정도로 닮게 된 것. 덕분일까? 예뻐진 입술로 그녀가 출연한 방송 당일 구글의 입술 필러 검색은 물론 성형외과에 입술 성형 문의가 급증하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그뿐인가? 좁은 컵에 입술을 넣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진공 효과로 입술을 잔뜩 부풀린 채 특유의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카일리 제너 립 챌린지(Kylie Jenner Lip Challenge)’가 유행을 타고, 이를 시도하던 10대 소녀들이 어지러움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건까지 벌어졌으니! “기자들에게 내 입술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제 사소한 모든 걸 판단하려 들거든요.” 제너는 한때 입술 성형을 부정한 채, 단순한 메이크업 트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SNS의 익명성 때문에 모든 것이 쉽게 비난받는다고 덧붙이며. “인기와 성공을 한 가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음에도 모두 입술 성형으로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어쨌든 그녀는 필러와 메이크업 등 모든 방법으로 노력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립 키트를 론칭, 어마어마한 매출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많은 셀럽 100인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예전에는 볼륨 있는 입술이라면 섹시한 이미지만 떠올렸죠. 입이 큰, 다시 말해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어울리는 시원시원한 입술이랄까? 하지만 지금은 귀여운 동안과 치명적인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유행하고 있어요. 필러 재료와 의술이 발달해 볼륨을 중간에 넣어 어린 느낌을 더할지, 양쪽에 넣어 섹시하게 만들지는 원하는 컨셉트에 따라 연출할 수 있거든요.” 공효진, 2NE1, 블랙핑크, 이하이의 이미지 메이킹을 전담한 한규리 이미지 컨설턴트는 말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성형이 눈과 코의 시대를 거쳐, 윤곽의 시대를 넘어 이젠, 볼륨의 시대가 온 거죠. 그러다 보니 입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어요. 사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입은 눈과 코 못지않게 중요해요. 흔히 눈, 코, 입을 트라이앵글 존이라 하듯이. 보통 신민아나 송혜교, 안젤라 베이비 또는 인스타그램 스타의 사진을 들고 와 이야기하죠. ‘이 입술처럼 해주세요’라고.” 골든뷰성형외과 송상훈 원장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예쁜 볼륨은 대체 얼마큼일까? “입 길이가 긴 서양에서는 대체적으로 위아래 볼륨이 모두 큰, 다시 말해 너비와 높이가 모두 큰 형태를 선호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입이 크지 않고, 아랫입술의 볼륨이 윗입술보다 다소 도톰한 모양을 선호합니다. 20대 한국 여성의 입술 표준이 아랫입술보다 윗입술이 얇기 때문에 너무 크게 달라지면 어색할 수 있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양처럼 변해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청담리더스피부과 정성태 원장의 설명. 이에 흔히 말하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황금비율을 묻자 송상훈 원장이 주의를 표한다. “사실 황금비율이라는 건 없어요. 입술이 예쁜 사람들의 평균을 내보면 8:10이라고 하지만 모든 얼굴형에 적용되는 건 아니니까. 요즘 셀럽들을 보면 1:1 비율이거나 윗입술이 더 큰 사람도 많거든요.” 결국 본인 얼굴과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 의견이었다. 내 경우 입술이 작아 중간에만 볼륨을 넣었다간 참새 입처럼 입이 더 작고 옹졸해 보일 수 있으니 양옆과 입꼬리에 주입해 입이 좀 더 길고 커 보이게 만드는 게 낫다는 결론.


결국 필러를 했느냐고? “아파봤자 타투보다 아프겠어? 했는데 진짜 인생 역대 고통….” “제가요 수술은 무서워서 대신 필러를 이마, 코, 볼, 애굣살에 다 맞아봤는데요, 이마 다음이 입술입니다.” 눈이 빠지도록 후기를 찾아봤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는 후기도 분명 존재했으며, 시술깨나 해본 지인도, 접견한 의느님도 요즘 필러에는 마취제가 담겨 덜 아프다지만 결국 고통스럽다는 후기만 뇌리에 남아 포기. 대신 메이크업으로 해결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달음에 멥시 신애 원장을 찾았다(과거 입술이 알싸해지면서 볼륨을 살려주는 플럼핑 제품을 사용했다가 입술이 부풀어올라 병원 신세를 졌던 바. 입술 필러도, 특정 성분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도 원치 않는 나 같은 소비자들을 위해 메이크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유도 입술이 도톰해 보이지만 실은 입이 작고 윗입술도 얇아요. 이건 그녀에게 해주는 방법인데. 립 라이너 말고 섀도나 블러셔로 입술 선을 잡아보세요. 피치 베이지, 핑크 베이지처럼 입술색에 가까운 제품으로요. 아이섀도 브러시에 묻혀 면으로 그리면 립 펜슬처럼 선으로 어색하게 그려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팽창돼 보이거든요. 진짜 본인 입술처럼! 또 그 위에 바르는 립 제품과 섀도 파우더가 결합해 유지력도 좋아지니 일석이조죠.” 입술산과 입술 가운데에 글로스나 반짝이는 하이라이터를 바르라는 뻔한 얘기 말고. 진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답이 돌아왔다. 내 경우 입술산은 또렷한데 옆선이 밋밋하니 이를 입꼬리까지 둥글게 연결해 그리라는 조언과 함께. 주변 반응은? 출근길마다 블러셔 좀 더 발라라, 우린 입술이 얇아 립 라이너를 꼭 써야 한다며 딸래미 화장을 점검하던 엄마는 입술에 무얼 바른 거냐고, 요즘 입술 화장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달라진 건 입술색 섀도를 입술에 미리 도톰하게 발랐을 뿐이고. 친구들은? 딱히 입술이 뭔가 달라진 것 같다고 콕 짚어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유행에 무관심한 남사친을 포함해 어려진 것 같다는 말은 몇 번 들었다. 팁을 추가하자면? 반드시 글로시한 제형을 발라야 입술이 풍성해 보일 거라는 생각은 버리길. 가장자리에 매트한 짙은 컬러, 안쪽은 밝은 메탈 컬러로 구성된 디올 루즈 디올 더블 루즈 립스틱을 만든 피터 필립스 역시 매트함과 메탈릭의 조화로 볼륨감을 표현한다고 설명했으니까. 물론 촉촉한 ‘물먹립’이 한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만큼 립글로스를 사용하는 게 올드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더더욱 없겠다.


시술처럼 a컵이 c컵이 되는 오동통한 효과를 주기에는 미약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메이크업으로 만족. 훗날 나이가 들어 입술이 더욱 얇아지고 주름지면 글쎄. 그땐 시술의 힘을 빌리러 병원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역사상 여성의 미적 기준은 격동을 거쳐왔고, 입술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므로 또 어떤 입술이, 어떤 얼굴이 대두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 영원히 변치 않는 트렌드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고민은 충분히, 선택은 신중하기를. 그리고 걱정 마시라. 또 다른 트렌드가 예뻐지고픈 우리 욕망을 자극하면 <엘르>가 발 빠르게 소개할 테니.


1 부항기처럼 입술을 빨아들여 도톰하게 펌핑해 주는 풀립스, 1만원대, Fullips.
2 입술과 비슷한 블러셔 컬러로 멥시 신애 원장이 즐겨 쓴다. 퍼펙트 미, 퍼펙트 휴 아이 & 치크 팔레트, 미디엄/탠, 5만2천원, Stilla.
3 별처럼 반짝이는 펄과 플럼핑 효과로 할리우드 셀럽에게 사랑받는 브릴리언트 글로스, 인챈트, 5만2천원, Chantecaille.
4 볼륨을 되살려주는 립 크림은 뉴 유스 립케어, 6만7천원, Mary Cohr.


1 매트와 메탈, 두 가지 텍스처를 담아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는 루즈 디올 더블 루즈, 578 쇼크 푸치아, 4만2천원대, Dior
2 상쾌한 민트 향의 볼륨 탱탱 립 플럼퍼, 1만6천원, Vely Vely
3 입술 주름을 도톰하게 메워주는 스텝원 스킨 이퀄라이저 아이 앤 립 프라이머, 3만5천원대, Make Up For Ever.

CREDIT

사진 HARRI PECCINOTTI, 전성곤(제품)
에디터 천나리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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