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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FRI

MY NAME IS GABRIELLE

샤넬의 진정한 자아 찾기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의 역작이 탄생했다. 전형적인 여성상과 운명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 가브리엘 샤넬, 그리고 21세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헌사하는 향수. 가브리엘 샤넬이다


행사장을 찾은 가브리엘 샤넬의 뮤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



향수 가브리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다

지난 7월 가브리엘 향수가 출시될 거란 소식과 함께 향수 실루엣이 SNS에 먼저 공개됐다. 향에 대한 힌트조차 필요없었다. 샤넬의 상징 No.5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디자인의 보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는 ‘와우’를 연발했으니. 자유로운 여자를 위한 향수를 원했던 샤넬은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가 개발한 향 중 다섯 번째 샘플을 택해 1921년 5월 5일 세상에 내놓았고, 이것이 No.5 향수의 시작이었다. 당시 향수의 대부분이 ‘봄의 욕망’, ‘저녁의 도취’ 같은 시적인 이름이었던 것에 비하면 불친절한 작명이었지만, 향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의를 배제한 추상적인 이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조향사가 바뀌고 새로운 향이 등장할지라도 직선적인 보틀 디자인은 최초의 버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출시된 No.5 로(L’Eau)에도 방돔광장의 사각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뚜껑 디자인, 블랙 & 화이트 컬러, 직선과 사선으로 커팅된 모서리 등 소위 ‘No.5 코드’가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샤넬의 새로운 향수가 100여 년 가까이 유지돼 온 No.5 코드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심지어 ‘코코’라는 애칭에 가려져 있던 순수하고 사적인 존재로서의 이름,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이 붙은 채? 이것만으로도 샤넬 향수 역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임을 모두가 직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전 세계 최초로 가브리엘 향이 공개되는 날, 한국에선 유일하게 <엘르>가 초청받아 그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보틀을 손에 쥐어본 첫 느낌은 ‘아, 얇다!’ 기존 향수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가볍고 얇은 유리 면이 날렵한 모서리와 만나 이루는 그 섬세하고 가녀린 감촉이란…. 불필요한 부분을 더욱 가다듬어 오직 샤넬 향수 DNA의 정수만 남은 느낌! 라벨이 붙은 중심을 향해 사선으로 비스듬히 깎인 4면은 빛을 받을 때마다 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보틀의 단순함이 주는 촉각, 시각적 감동은 후각이 자극되자 한층 배가되었다.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가 만들어낸 가브리엘 향수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풍부한 꽃 향. “가브리엘 향수를 위해 샤넬 향수 역사상 기록된 모든 플로럴 노트를 모아 상상 속 화이트 플라워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다시 배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코코’라는 사회적 자아를 벗었을 때 드러나는 순수하고 본질적인 자아 가브리엘. 지금까지 출시된 샤넬 향수를 바탕으로 더욱 정제된 플로럴 향의 정수 가브리엘. 평행이론처럼 중첩되는 두 ‘가브리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올리비에 폴주에게 은밀한 대화를 요청했고 머지않아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Oui(Yes)!”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



샤넬은 2017년을 ‘가브리엘의 해’로 발표하고 새로운 가방부터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당신이 만든 향수가 장식하게 됐다 사실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만든 향은 아니다. 그저 샤넬의 조향사로서 창조적 자유와 재량권을 갖고 새로운 여성 향수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운명이었나 보다, 하하. 이 향수를 만들기 전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No.5부터 코코 그리고 가브리엘까지 모든 샤넬의 향수는 ‘꽃’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 플로럴 노트의 기본으로 돌아가 ‘화이트 플라워’에 대한 재작업을 했다. 샤넬 향수 역사상에 기록된 모든 플로럴 향을 모아 태양을 받아 반짝이는 화이트 플라워의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도록 다시 배합했다.


기존 샤넬 향수들과 어떤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재스민을 베이스로 한다는 점이다. 재스민과 일랑일랑은 샤넬 향수에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꽃이다. 하지만 가브리엘 향수의 배합은 완전히 새롭다. 때문에 훨씬 찬란하게 빛나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현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화이트 플라워’를 언급했는데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꽃 아닌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향료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하다 오렌지 블로섬, 일랑일랑, 재스민, 튜베로즈라는 네 가지 꽃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떠올리며 향을 만들었다. 뿌려보면 첫 느낌이 굉장히 화사하고 폭발적인데 이는 가볍고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오렌지 블로섬 덕분이다. 일랑일랑과 재스민은 대부분의 샤넬 향수에 들어가는 중요한 향료로서 일랑일랑은 신선함을, 재스민은 센슈얼하면서도 크리미한 다층적 느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튜베로즈는 다른 세 가지 꽃만큼 중요한 원료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라스에서 직접 재배해 샤넬만의 방법으로 채취한 튜베로즈 에센스를 담은 최초의 향수가 가브리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향수에 사용되는 튜베로즈 향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하고 관능적인 느낌이 증폭되었다.



태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피부에 플로럴 향이 녹아든다면? 가브리엘 샤넬이 바로 그 느낌을 알게 해줄 것. 가브리엘 샤넬, 50ml 16만1천원, 100ml 23만2천원, Chanel.



2014년, 레 엑스클루시브 컬렉션의 미시아 향이 출시됐을 때 <엘르> 코리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상상 속 가브리엘 샤넬의 향은 No.5일 것’이라고 말했더라. 혹시 가브리엘 향수를 만들면서 No.5가 신경 쓰이진 않았나. 너무나 강력한 샤넬의 아이콘이지 않나 전혀! 오히려 늘 풍부한 영감을 받는다. No.5는 샤넬 향수만이 갖는 독특한 스타일의 원형을 이루는 향이다. 샤넬 향수의 ‘문법’이랄까? 그 덕에 지난해 No.5 로(L’Eau)도 선보일 수 있었고, 플로럴 노트는 유지한 채 가브리엘 샤넬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가브리엘 향수도 만들 수 있었다.


가브리엘 향수의 광고 캠페인 영상을 보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앞을 향해 뛰어 나가는,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었다. 때문에 으레 중성적인 유니섹스 향일 거라고 생각했다. 플로럴 노트는 일반적으로 여성스러움의 상징이니까 가브리엘이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패션 하우스도, 향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샤넬의 모든 향수들이 플로럴 노트를 띠고 있다. 흥미로운 건 어떤 꽃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샤넬만의 시그너처 플로럴 노트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이번 가브리엘 향수도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결의가 함께 느껴지는데 이것이 샤넬 향수의 DNA이다. 여타 플로럴 향수들이 달달한 느낌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가브리엘 향수를 선택한 여성들이 어떤 애티튜드를 가지길 바라는지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분사되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 플로럴 노트를 만들었다. 향수가 당신의 피부를 감쌀 수 있도록 크고 부드러운 모션으로 뿌리면 어떨지.


프랑스 사람들은 향 전문가 아닌가. 시중에 나와 있는 그 많은 향수 중에서 ‘이게 정말 내 향수’라는 느낌을 어떻게 알아차리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프랑스 사람들에게 향수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에 반해 한국의 향수 역사는 짧지 않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향수는 제2의 피부와 같아 자신의 살갗과 만나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 느껴야 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 메이크업 컬러를 고르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갖고 다양한 향수를 뿌려본 다음, 자신의 감수성과 직관이 보내는 응답에 귀 기울이는 수밖에. 가브리엘 샤넬 향수도 그중 하나이길!



행사장은 샤넬이 남긴 여러 명언들로 장식돼 있어 향수에 녹아든 그녀의 영혼과 정신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샤넬 글로벌 메이크업 크리에이터 루치아 피카와 캐롤린 드 매그레, 치아라 페라그니. 가브리엘 샤넬 향수 출시를 축하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인플루언서들이 팔레 드 도쿄에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의 밤을 들었다 놨다~! 론칭 행사장을 뜨겁게 달군 퍼렐 윌리엄스의 라이브 공연.


CREDIT

에디터 정윤지
사진 CHANEL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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