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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TUE

THE MEN AT THE TOP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사랑받는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


SIMON PORTE JACQUEMUS

2009년 19세의 나이에 처음 론칭한 브랜드 자크뮈스(Jacquemus)의 헤드 디자이너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그 흔한 패션 스쿨 한 번 다니지 않고 당차게 시작한 브랜드지만 이제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어김없이 회자되는 레이블로 성장해 세계적인 브랜드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모든 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와 나의 삶,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여느 디자이너들과 달리 어제 만난 사이처럼 살갑게 인사를 건넨 시몽은 어머니 이야기로 운을 뗐고, 브랜드를 설명할 땐 내 여자 혹은 아내라는 애칭을 사용했다.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자크뮈스라는 브랜드는 시몽의 다감한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요즘 일상은 어떤가 생각보다 평범하다. 주로 오전에는 브랜드 전반에 관련된 업무를 확인하고, 오후엔 다가올 컬렉션을 위한 자료 수집, 디자인 팀과 함께 디자인 구성과 피팅 시간을 갖는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 아주 어릴 적부터 막연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19세 때 어머니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를 잃고 난 후 비로소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런 열망이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인으로 연결된 것 같다.
꼼 데 가르송 스토어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스무 살에 꼼 데 가르송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내 브랜드를 준비하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이 컸다. 하지만 전문 패션 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내게 그곳에서의 시간은 곧 패션 스쿨과 같은 경험이 되더라. 레이 가와쿠보가 하우스의 비전을 패션 디자인과 스토어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는 남다른 방식, 팀원들과 진중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절차를 직접 목도하는 건 전문학교 수료보다 뜻 깊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크뮈스가 탄생한 2009년엔 온라인 마케팅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다. 자크뮈스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특별하게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소셜 미디어와 함께 태어난 세대이고, 인터넷으로 모든 일상을 공유해 왔으니까. 자크뮈스 론칭 후 가장 먼저 시도한 일 역시 SNS 업데이트였다. 온라인, 디지털, 소셜 미디어가 내겐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과 같다.
인스타그램에 늘 같은 사진을 3장씩 연달아 올린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 줄에 같은 사진을 연달아 올리는 게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 이미지 자체도 훨씬 강렬하게 느껴지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 스타일을 따라 한다 그렇다(웃음). 내가 좋아해서 시작했고 내 시그너처이기 때문에 바꿀 생각은 없다. SNS 자체가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사진 한 장만 깔끔하게 올리면 더 많은 ‘좋아요’를 얻지 않을까 하고 가끔 생각하지만(웃음).
초창기에 비해 최근 컬렉션은 실루엣이 한층 변칙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띤다 앞서 말했듯이 처음 브랜드를 선보였을 때가 고작 19세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소년이 조금씩 성장 중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순수했고 원형과 정사각형 등 장난감 같은 형태에 매료돼 있었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자크뮈스의 어린 소녀가 완전한 여성으로 성장했다.


파격적인 포즈가 돋보이는 2018 S/S 시즌의 광고 캠페인.


고급스러운 휴양지 스타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자크뮈스의 2018 S/S 런웨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특정 테마가 따로 있는가? 혹은 컬렉션을 준비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선택하는지 자크뮈스를 지배하는 큰 틀은 바로 나 자신이고 내 아이디어다. 그렇게 큰 틀을 기반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하고 만들어낸다.
이전 인터뷰에서 ‘시적인 패션’을 염두에 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내가 생각하는 시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레스의 허리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구김, 드레스처럼 연출한 롱 셔츠, 여행 가방에서 갓 꺼낸 옷 등 사소한 순간들이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
컬렉션을 구상할 때 상상하는 이상적인 여성은 언제나 변함없이 어머니다. 그녀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분이었다.
우아한 드레이핑과 재미있는 디테일이 돋보인 2018 S/S 컬렉션도 무척 아름다웠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행복하고 유쾌한 여름날의 이야기를 풀어낸 컬렉션이다. 특정한 유행이나 스타일을 반영하기보다 따뜻한 햇살 아래 수영을 끝낸 행복한 찰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 순간 밀려드는 부드러운 행복과 여유를 담고 싶었다.
컬렉션에서 늘 소박하고 여유로운 자연의 정취가 느껴진다. 당신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인가 시골마을에서 성장한 나는 자유롭게 맨발로 들판을 뛰어다니며 나무 집을 짓고 놀았다. 그런 시절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투영된 것 같다. 내 여자(자크뮈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세련되고 도시적으로 변모하지만, 자연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잊지 않는다.
이제는 누구나 알 만한 톱 디자이너가 됐다. 이런 변화가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글쎄, 19세부터 좋아하고 수집하던 것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 자신이 변한 건 아니니까.
요즘 가장 즐겨 입는 옷 거의 6개월 동안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요즘엔 블루 컬러의 저지를 즐겨 입는다.
마르세유 출신이라 그런지 마르세유 축구팀 OM의 저지를 입은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됐다. 축구 팀의 팬인가 엄청난 팬은 아니다(웃음). 친구들과 축구 보러 가는 건 무척 재미있고, 마르세유에 갈 때면 OM 저지를 종종 입지만 사실 우리 가족은 축구보다 럭비를 더 좋아한다.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자크뮈스를 패션 브랜드 이상의 분야로 확장할 마음이 있는가 물론이다. 그건 자크뮈스를 론칭할 때부터 꿈꾸던 계획이다. 이미 내 머릿속엔 어떤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만들지 다 그려져 있다.
현재 패션계는 과거와 여러모로 확연히 다르다. 지금의 흐름에 맞는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점이 있다면 아주 특별하고 서정적이며, 시적인 감성이 풍부해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알다시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매 시즌마다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또 생각이 통하는 파트너를 찾는 일, 머릿속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구현해 나가는 과정, 우리 팬들을 새롭게 흥분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참 어렵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즐거운 직업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나 무작정 달린다.
패션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는 앞서 언급한 시적인 감성을 옷이라는 형태로 구현하는 것. 그 찬란한 감정을 자크뮈스 컬렉션으로 시각화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서울에 가보는 게 꿈이다. 서울의 스타일과 패션은 내게 엄청난 아이디어를 선사하니까. 지난번에 일본과 중국은 방문했는데, 왜 한국이 그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너무 후회된다. 기회가 된다면 바로 달려갈 테니 기대해 달라.



CREDIT

글 김이지은
에디터 김미강
사진 DAVID LURASCHI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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