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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SAT

THE MEN AT THE TOP

줄리앙 도세나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줄리앙 도세나의 파코라반이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JULIEN DOSSENA

파코라반이 1999년 패션계를 떠난 후, 강렬했던 메종 파코라반의 존재감은 대중에게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발렌시아가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프랑스 디자이너 줄리앙 도세나가 파코라반의 새 역사를 쓸 인물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가 과거에 흥했던 아이코닉한 플라스틱과 금속 그물망 스커트를 단순히 복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아주 근사하고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한,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줄리앙 도세나의 파코라반이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파코라반의 수장이 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벌써 4년이라니! 지난 세월은 나에게도 파코라반에게도 변화의 연속이었다. 파코라반으로 이직했을 당시 메종의 존재감은 약화된 상태였고, 하우스 내의 구체적인 시스템 역시 전무했으니까. 하지만 역사적인 하우스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새로운 비전을 구축하면서 지난 4년간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보니 모든 과정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파코라반은 프레스는 물론 실질적인 마켓과 고객에게 뜨거운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그토록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거라고 예상했나 사실 그렇게 빠른 피드백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모든 하우스가 그렇듯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파코라반의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디자이너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유서 깊은 럭셔리 하우스지만 어린 나이의 고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원했기에 영 제너레이션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과 비주얼 작업을 보여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선보인 라인이 바로 파코라반 언더웨어 컬렉션인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에 힘입어 스포츠 웨어를 포함한 ‘보디라인’을, 나아가 웨어러블한 티셔츠와 수트 라인을 출시했다. 트렌디한 터치를 가미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통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보디라인’ 출시가 당신이 평소 즐기는 요가와 관련 있나 오랫동안 요가를 했기에 ‘보디라인’ 론칭은 자연스러운 시도였다. 또 여성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멋진 운동복을 만들고 싶었고, 브랜드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한몫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알다시피 파코라반은 SF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굉장히 유니크한 디자인의 드레스로 각인돼 있었다. 파티나 특별한 자리에 어울릴 화려한 드레스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내가 집중한 부분은 동시대 고객에게 어필할 현대적이고 웨어러블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초창기와는 달리 최근 컬렉션에서는 파코라반 아카이브를 적극 차용한 듯한 디자인이 돋보이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처음엔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외쳤지만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그물망 드레스, 플라스틱 패널 드레스를 버리려 했던 건 아니다. 당시엔 파코라반을 친숙한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게 최우선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파코라반의 오랜 아카이브를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과 그 이유는 얼마 전 선보인 2018 S/S 시즌. ‘Paco Disco’라는 테마 아래 화려한 파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지금까지 선보인 컬렉션 중에서 가장 ‘파코라반적인’ 컬렉션이어서 의미가 깊다. 또 파리에서 일어났던 슬픈 사건과 사고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애티튜드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발렌시아가에서 니콜라스 제스키에르와 마리-아멜리 소베와 함께했던 경험은 어땠나 니콜라 제스키에르에게서는 완벽한 컬렉션을 위한 엄격한 트레이닝과 확실한 디자인 비전, 결단력을 배웠다. 마리-아멜리 소베와는 지금도 파코라반 컬렉션을 위해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 그녀의 정교하고 섬세한 패션 스타일은 늘 든든한 힘이 된다.
파코라반은 퓨처리즘에 대해 얘기해 왔다. 그렇다면 당신이 구현하는 ‘줄리앙 도세나의 퓨처리즘’은 당시 파코라반이 선보인 퓨처리즘은 오늘날의 레트로 퓨처리즘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엔 먼 미래였지만, 더 이상 오늘날의 미래는 아니니까. 그래서 파코라반을 맡은 후, 1960년대 퓨처리즘을 복각하는 대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친숙하고 웨어러블한 퓨처리즘을 구현하고 싶었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음악과 영화, 책을 비롯한 일상에서 소소하게 경험한 순간이 강한 영감으로 다가온다. 그때 그 감정과 생각을 심도 있게 발전시키면서 컬렉션의 구체적인 틀과 테마를 구성해 나간다.
한 편의 정물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광고 캠페인이 인상 깊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나 판에 박힌 듯 엇비슷한 광고 캠페인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보지 못한 색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싶었기에, 특정 공간 속에 정물화처럼 놓인 그림을 상상하게 됐다. 파코라반을 사랑하는 여성이 머무를 법한 공간에서 아주 아름다운 모습으로.
최근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 다양한 요소들이 모자이크처럼 교차되며 영감을 준다. 최근엔 슈베르트의 음악에 심취했다. 18세기에 빠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베리 린던>도 보고 있고.


이상적인 여성상이 있다면 특별한 뮤즈는 없지만 소설가, 예술가 그리고 우주비행사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존경하고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나의 이상적인 파코라반 우먼은 강인한 캐릭터와 자유로운 상상력, 너무 심각하지 않은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는 직업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하루에 한 시간씩 요가를 하려 노력한다. 다행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좋은 디자이너 혹은 크리에이터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좋은 디자이너는 미적인 감각도 중요하지만 말 그대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 엄격한 잣대와 탁월한 눈썰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패턴이나 마켓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습득도 빠질 수 없다. 얘기하다 보니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참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현재 패션계의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구축할 계획인가 지금껏 앞만 보고 파코라반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위해 달려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네버엔딩 챌린지’랄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분야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2018년, 새롭게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올해의 희망이라기보다 좀 더 포괄적인 소망이 있는데… 앞으로도 파코라반의 이름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CREDIT

글 김이지은
에디터 김미강
사진 MICHEL GIESB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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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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